프로 스포츠 선수에게 최고의 영예 중 하나가 영구결번이다. KBO리그에선 14명이 선수들이 영구결번 영예를 누렸다.
1982년 원년부터 전통을 자랑하는 삼성에선 총 3명의 영구결번 레전드가 있다. 초창기 최고 포수로 시대를 풍미한 이만수의 22번이 은퇴한 뒤 7년이 지난 2004년 첫 영구결번으로 결정됐다.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 타율을 치는 양준혁의 10번이 2010년 은퇴와 함께 영구결번에 올랐다. 이어 ‘국민타자’ 이승엽이 지난 2017년을 끝으로 은퇴하면서 36번이 영구결번으로 처리됐다.

그 다음 삼성의 영구결번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 선수가 바로 박한이(40)였다. 리그와 시대를 대표하던 이만수-양준혁-이승엽에 비해 성적과 임팩트는 떨어져도 우승 경력과 꾸준함을 인정받았다.
지난 2001년 삼성에 입단한 박한이는 첫 해부터 리드오프로 자리 잡았다. 올해까지 19년을 삼성에서만 활약했다. 데뷔 후 16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 기록을 세웠고, 7번의 규정타석 3할 타율을 쳤다.
통산 2127경기 타율 2할9푼4리 2174안타 146홈런 906타점 1211득점 1028볼넷 149도루. 2003년 최다안타(170개), 2006년 득점(89점) 타이틀에 골든글러브 2회(2004년.2006년) 수상 경력이 있다.
특히 2002년을 시작으로 2005~2006년, 2011~2014년 삼성의 7차례 통합우승 멤버로 활약했다. 7차전까지 혈전을 치른 2013년에는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하기도 했다. 두 번의 FA 때도 삼성에 남았다. 삼성 팬들은 ‘착한이’로 부르며 그의 우승 공헌, 성실함과 충성심을 이유로 영구결번을 주장해왔다.
박한이는 입단 첫 해에만 32번을 썼을 뿐 이듬해부터 줄곧 33번을 달았다. 박한이도 시즌 전 영구결번 이야기에 “팬들의 사랑에 늘 감사하다. 팬들을 생각하면 다른 팀에서 뛰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만큼 보답해야 한다. 삼성에서 끝내고 싶다”고 고마워했다.
최고령 선수로 맞이한 올 시즌에는 대타로 역할이 축소됐지만 26일 대구 키움전 끝내기 2루타로 노익장을 과시했다. 그러나 짜릿한 끝내기의 희열이 가시기도 전인 27일 오전 음주운전 사고를 냈다. 박한이는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은퇴를 선언했다.
19년간 쌓아온 성실한 선수생활이 불명예 은퇴로 끝났다. 33번 등번호의 명예도 먹칠했다. 영구결번의 꿈마저 허무하게 날아갔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