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도를 다해야 했다. 롯데는 그렇게 최후에 농군패션을 선택했고 결속력을 다졌다. 예외가 없었다.
연전연패를 거듭하며 최하위로 추락한 롯데다. 5연패 이상의 장기 연패가 낯설지 않은 상태였다. 그만큼 롯데는 난국에 빠져있었고 이를 빠져나오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롯데는 지난 28일 창원 NC전 9-4로 승리를 거두며 2연패를 탈출했다. 장기 연패의 수렁에 빠지지 않으며 연패를 탈출했다. 어느 팀에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겠지만 올 시즌 롯데에는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는 반대급부로 샘솟을 수밖에 없었다. 5월 최하위를 벗어나긴 힘든 상황. 이제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도를 찾아야 했고, 지난 28일 경기를 앞두고 그 의지를 선보였다. 롯데는 선수단 전원이 바지를 걷고 스타킹을 올려 신었다. 이른바 ‘농군 패션’이었다.

통상 선수단이 의지를 다지려고 할 때 선보이는 수단 중 하나다. 아마추어시절 단결력을 기르기 위해 주로 했던 수단 중 하나이고, 프로에서는 이따금씩 팀의 분위기 전환을 위해 선보이는 방법이기도 했다. 하나된 모습을 선보이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선수단 전원이 ‘농군 패션’을 하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코치들도 예외가 없었다. 주장 손아섭은 물론, 최고참 이대호, 그리고 투수들 모두가 예외가 없었다.
민병헌은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 선수단 모두가 한 마음으로 농군패션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원중 역시 “20살 이후 처음 해보는 것이다”면서도 “누구 하나 가릴 것 없이 농군패션을 하고 나서기로 했다”고 전했다.
당초, 투수들에게는 예외를 둘 수 있었다. 다른 어느 포지션보다 예민한 투수들에게는 “농군 패션을 안해도 된다”는 예외 조항이 전해졌다. 팀의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 다른 선수들을 따라하다가 정작 자신의 투구를 못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그동안 투수력이 발목을 잡았던 롯데 입장에서는 이 마저도 투수들에게 쉽게 권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롯데 투수들은 너나할 것 없이 팀과 한 마음이 되는데 동참했다. 자기 자신보다 팀이 우선이라는 것이 그들의 마음 속에 내재되어 있었다. 선발 투수 김원중을 비롯해 뒤이어 나온 고참 손승락, 고효준, 젊은 선수들인 박진형, 구승민까지. 모두가 농군 패션을 한 채 마운드에 올랐다.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치는 것이 중요했기에 농군패션이 자신의 습성을 이길 수 없었다.
아직 최하위에 쳐져있다고 한들, 롯데의 의지는 아직 꺾이지 않았다. 김원중은 “아직 우리는 포기 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자신의 의지와 선수단 전체의 의지를 모두에게 알렸다. 아직 롯데는 지금의 순위에서 올라갈 수 있음을 믿고 있고 이를 여전히 그라운드에서 표출하기를 원하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