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의 세대교체 시점이 점점 빨라지는 시점, 30대 후반의 베테랑 선수들의 입지는 서서히 좁아지고 있다. 이미 전성기는 훌쩍 지난 시점, 관록으로 흐르는 세월을 버티려고 하지만 고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제는 후배들에게 길을 내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들이 대두되는 것도 그리 놀랍지 않다. 노장들에게 지금의 시간은 가혹하기만 하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37)에게는 다른 세상의 얘기다. 흐르는 세월을 역주행 하면서 한계를 스스로 깨뜨리고 있다.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이대호도 전성기는 지났다. 전성기가 지나면서 찾아오는 ‘에이징 커브’도 하향곡선에 접어들 법 하다. 하지만 이대호는 ‘에이징 커브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모두에게 던지며 여전히 자신만의 가치를 그라운드에서 내뿜고 있다.
이대호는 지난 28일 창원 NC전 3-2로 역전에 성공한 6회초 2사 만루에서 장현식을 상대로 중견수 키를 넘기는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뽑아내며 팀의 9-4 승리를 이끌었다. 분위기를 가져오는 해결사 역할을 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영건’들과의 힘대 힘의 맞대결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는 것. 1B1S에서 장현식의 3구 147km 패스트볼을 정확히 받아쳤다. 패스트볼의 무브먼트와 구위가 좋은 편인 장현식을 힘으로 이겨냈다. 장현식의 공이 한복판에 몰린 실투성이었고 노림수가 맞아 떨어졌다고 하지만 만 37세의 노장도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시즌 전 스프링캠프에서 “신인급 선수들이 왜 계속 저를 이겨보고 싶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힘들다고 투정을 하기도 했지만, 젊은 선수들의 계속되는 도전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서 이겨내고 있다.
특유의 유연성과 타격 기술, 그리고 ‘금강불괴’의 내구성까지. 이대호는 노장들이 점점 버티기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시즌 초반 슬럼프에 허덕였지만 어느덧 이대호는 타율 3할3푼5리(236타수 69안타) 9홈런 54타점 OPS 0.942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홈런 1개만 더 치면 11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눈앞에 두고 있고, 54타점은 현재 리그 타점 1위다. 타점 페이스가 이대로 이어진다면 이대호는 만 37세 최고령 타점왕에 오르게 된다.
팀은 최하위에 몰리면서 위기에 빠진 상황이다. 그러나 이대호는 자신이 남아 있는 힘으로 팀을 마지막까지 이끌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시간을 과거로 돌린 듯한 이대호의 여전한 활약은 최하위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반등을 꿈꾸는 롯데의 중심이 되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