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무대에서 지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만큼 비참해지는 일은 없다. 승리보다 패배가 더 많아질수록 무기력해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경쟁 팀들의 쉬운 먹잇감이 된다. 그렇기에 지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서 쉽게 지지 않아야 상대 팀들이 얕보지 않는다.
최하위에 빠져 있는 롯데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 지는 지난 29일 창원 NC전에 답이 있었다. 경기 내용에서 졸전을 펼치긴 했지만 막판 NC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무기력하게 그대로 쓰러지지 않고 상대를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하는 게 롯데가 앞으로 보여줘야 할 모습이다.
롯데는 지난 29일 창원 NC전 6-8로 패했다. 전날(28일) 2연패를 끊어내고 장기 연패에 빠지지 않았다. 선수단 전원이 ‘농군 패션’을 하면서 결속력을 다졌고 의지를 경기력으로 보여줬다.

하지만 이튿날 역시 ‘농군 패션’을 하고 경기에 나섰지만 경기력은 사뭇 달랐다. 야수진, 특히 외야진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실책이 연거푸 나오며 투수들과 박자를 맞추지 못했다. 타선은 잔루 11개를 남기며 결정적인 기회에서 침묵했고 점수를 얻었다고 한들, 투수진이 곧장 실점을 하는 엇박자를 보였다. 경기력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롯데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이전과 달리 무기력하게 패배를 바라보지 않았다. 결속력에서는 금이 간 것이 사실이지만, 이를 만회하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격차를 줄이기 위해 애썼다. 비록 경기를 뒤집는 것까지는 힘들었지만 희망의 불씨를 스스로 꺼뜨리지 않았다.
롯데는 3-8로 뒤진 채 8회초를 맞이했다. 이미 경기 분위기는 NC쪽으로 넘어간 상태였다. 하지만 8회초, 문규현의 안타와 김준태의 볼넷, 민병헌의 안타로 무사 만루 기회를 잡으면서 경기 후반 5점 차인 상태에서 상대 마무리인 원종현을 불러냈다.
결말은 롯데가 원하는 바와는 달랐다. 하지만, 8회의 과정이 중요했다. 무사 만루에서 대타 채태인이 유격수 땅볼을 때리며 병살로 찬물을 끼얹을 찰나, 전력질주를 통해 병살타를 막고 4-8, 1점을 추격했다. 1루에서 첫 판정은 아웃이었지만 채태인이 전력질주를 한 덕분에 2아웃을 1아웃으로 막았다. 이후 손아섭의 3루수 직선타, 그리고 3루 포스 아웃으로 더블아웃으로 이닝이 마감됐지만, 손아섭은 앞선 상화들에서의 실책성 수비와 타석에서의 무기력함을 만회하기 위해 강한 타구를 때려냈다. 불운이라면 불운이었다. 롯데 입장에서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8회 상황을 1점 밖에 뽑아내지 못하면서 숭기는 NC쪽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그래도 롯데는 9회초 마지막 공격까지 NC를 압박했다. 전준우의 안타와 김문호의 2루타로 1사 2,3루 기회를 잡은 뒤 신본기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만회했고, 이후 상대의 실책가지 유도하며 2점을 뽑았다. 6-8, 2점 차까지 추격했다. 결국 마지막 2점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롯데는 더 이상 무기력하게 고개를 숙이지는 않을 것임을 보여줬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한 없이 부정적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정의 기운이 감싸는 상황에서도 롯데는 0에 수렴하는 희망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고, 끈기 있게 따라붙었다. 쉽게 지지 않으면서 상대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 자체로도 의미를 부여하면서 난국을 타개해 나가야 한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