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OSEN+] ‘페이커’ 이상혁… 함께한 6년, 함께할 6년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9.05.30 09: 54

e스포츠가 붐을 일으켰던 2000년대 초반 최고의 스타는 ‘황제’ 임요환이었다. 테란의 황제였던 그는 한 때 팬 카페 회원숫자 60만명을 가볍게 넘기면서 전국에 일대적으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고, e스포츠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온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그로부터 세월이 흘러 현존 e스포츠 시장 최고의 스타는 ‘페이커’ 이상혁이다. 이상혁의 영향력은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NBA의 마이클 조던이나 축구의 리오넬 메시같은 특별한 존재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이 자랑하는 슈퍼스타 ‘페이커’ 이상혁이 데뷔 6주년을 최근 맞았다. 오쎈플러스에서는 그가 달려온 지난 6년간의 스토리를 담아 보았다.

‘고전파’에서 ‘페이커’로… 강렬했던 데뷔전 전설이 시작됐다
아마시절부터 ‘고전파’라는 소환사명으로 혜성처럼 등장했던 이상혁은 솔로랭크에서 레 이팅을 1위로 끌어올리면서 프로들 사이에서 먼저 각인됐다. 당연히 팀들 사이에서도 그를 영입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고, 결국 김정균 현 SK텔레콤 감독(당시 코치)의 열렬한 러브 콜로 훗날 SK텔레콤 K로 불린 SK텔레콤 2팀에 합류하게 됐다.
공식적인 데뷔전부터 출발이 남달랐다. 첫 대회였던 ‘2013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 챔스)’ 스프링의 첫 경기였던 2013년 4월 6일, 우승후보로 주목받던 CJ 블레이즈를 상대로 이 상혁은 당대 최고의 미드 라이너로 평가받던 ‘앰비션’ 강찬용의 카직스를 니달리의 포킹 이 후 과감하게 포탑 아래로 달려들어 솔로킬로 제압했다. 공식전 첫 킬이었다. 이 정도는 약과였다. 두 번째 상대였던 MVP 블루전에서는 이지훈의 카서스를 압도하면 서 11킬 노데스 1어시스트로 20분 서렌을 받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다양한 종류의 챔피언으 로 숱한 명장면을 보여주면서 첫 데뷔시즌 팀을 3위로 끌어올렸다.
롤드컵으로 향한 그의 발걸음, 첫 해에 LOL의 전설이 되다
첫 롤챔스를 3위로 끝낸 이상혁은 두 번째 롤챔스였던 2013 롤챔스 서머 결승까지 막힘없이 무섭게 치고 올라갔다.
그리고 마주선 KT 불리츠와 결승전. 이날 이상혁은 LOL 씬에서 두고 두고 회자되는 명장면을 만들어냈 다. 0-2로 끌려가던 경기를 신들린 듯한 캐리력을 바 탕으로 세트스코어 2-2 원점으로 돌린 이상혁은 5세트 ‘류‘ 류상욱과 제드 미러전서 놀라운 스킬 활용과 순발 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신기에 가까운 플레이를 보여 줬다. 결국 이 장면은 지금까지 거론되면서 두 팀의 운 명을 거짓말처럼 가르게 됐다.
국내 무대였던 롤챔스에서 뿜어낸 강력한 존재감은 세계무대에서도 변함 없었다. 압도적인 피지컬을 바탕 으로 상대 라이너를 압도하는 경기력을 세계대회였던 ‘2013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보여주면 SK텔레콤 K를 세계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당시 OMG 미드 ‘쿨’은 이상혁에게 ‘불사 대마왕’이 라는 강렬한 애칭을 지어줬고, 해외 언론에서는 이상혁 을 'The Unkillable Demon King'이라고 부르면서 전세 계 LOL e스포츠 무대에서 한국 롤챔스를 세계 최고의 리그로. SK텔레콤과 자신을 최고의 팀과 최고의 선수로 각인했다.
찾아온 시련, 터닝포인트가 된 2015년
SK텔레콤은 스타가 많은 팀이었다. 일곱 번째로 롤 챔스 우승컵을 들어올린 올해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 지 않다. 간판 스타 이상혁을 중심으로 그동안 ‘임펙 트’ 정언영, ‘벵기’ 배성웅, ‘푸만두’ 이정현, ‘피글렛’ 채 광진 등 초기 선수들을 비롯해, ‘마린’ 장경환, ‘뱅’ 배준 식, ‘울프’ 이재완, ‘블랭크’ 강선구, 이지훈 까지 쟁쟁한 선수들이 SK텔레콤과 그 영광을 함께 했다. SK텔레콤이 맞이한 첫 번째 시련은 2014년이다.
전년도였던 2013년 세계 무대까지 제패했던 SK텔레콤은 2014년 초반부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롤챔스 윈터시 즌을 전승으로 우승한 SK텔레콤 K와 이상혁은 그해 5 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4 LOL 올스타전’ 인비테 이셔널과 ‘2014 LOL 마스터즈’ 우승을 거머쥐면서 승승장구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2014 롤챔스 서머와 대표선발전서 밀려나면서 암흑기를 맞이했다. 특히 당해연도 롤드컵은 한국 에서 열렸기에 그 충격은 더욱 컸다. 단일팀 정규시즌 체제로 거듭난 2015년, SK텔레콤 과 ‘페이커’ 이상혁도 변화 속으로 들어갔다. S와 K로 나뉘어 있던 팀이 하나로 되면서 2014년 쌓여있던 한 을 풀기 시작했다.
2015년 첫 세계 대회였던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이하 MSI)’에서는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롤챔스 서머를 우승하고 난 이후 그해 가을 롤드컵에서 두 번 째로 ‘소환사의 컵’을 번쩍 들어올리면서 다시 세계 정상을 밟았다.
덩달아 몸값도 껑충 뛰었다. 2015년 초 책정됐던 억 대 연봉은 중국 시장의 이적 러브콜로 시즌 중 갱신을 통해 특급 배구 선수 수준의 몸값으로 올라섰다. 당시 업계에서는 중국 프로팀의 거액의 이적 제안을 거절 하고, 몸 값을 올린 SK텔레콤의 대처에 박수를 보냈을 정도였다. 2016년에도 ‘세체미(세계 최고의 미드)’로 완벽한 한 해를 보냈다. 롤드컵 무대까지 휩쓸었다. 시즌 종료 후 몸 값이 국내 스포츠 사상 최고 몸값으로 달라졌다. 예고된 수순이었지만 2년간의 재계약을 통해 그의 위상은 다시 확인 될 수 있었다. 연봉만으로 30억 원 (추정치)의 특급 계약을 맺은 그는 한국 LOL의 보배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다시 찾아온 시련…페이커의 눈물과 웃을 수 없 었던 아시안게임
2017년 MSI가 끝난 시점까지 다시 위기가 찾아올거 라고 예상한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2년 연속 MSI 를 우승한 이후 ‘어우슼(어차피 우승은 SK텔레콤)’이라 는 말과 ‘부진은 있지만 몰락은 없다’는 김정균 코치의 발언이 사람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회자됐다. 하지만 무적함대였던 SK텔레콤이 롤챔스 서머시즌 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롱주 게이밍에게 우승컵을 내준 SK텔레콤은 가을 잔치인 롤드컵에서 삼성에 0-3으로 무너지면서 목표였던 롤드컵 3연패와, 통산 4 회 우승을 놓치게 된다.
큰 감정 기복없이 선수생활을 했던 ‘페이커’ 이 상혁은 처음으로 롤드컵 결승 직후 얼굴을 파묻고 눈물을 흘리는 흔들리는 모습을 공개했다. 2018년은 더욱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전히 최고 몸값을 받았지만 커리어 면에서도 최악이었다. 개인 기량 뿐만 아니라 팀 성적도 바닥 을 쳤다. ‘전성기가 끝났다’는 매몰찬 평가가 어렵 지 않게 나올 정도였다.
절치부심해서 나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 안게임’에서도 전승으로 결승 무대를 밟았지만 중 국에 1-3으로 패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1996년생으로 2019년 시점에서도 만 23세가 되 지 않았지만, 지난 2013년 데뷔해 5년 넘게 쉬지 않고 달려오면서 그동안 축적된 피로와 중압감이 문 제가 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함께한 6년, 함께할 6년…영원한 T1맨이 되다
극도의 부진을 겪었지만 SK텔레콤의 믿음에는 변함이 없었다. 2018시즌 종료 후 SK텔레콤은 파격적인 금액으로 이상혁의 자존심을 세우면서 3년 간 재계약을 발표했다.
다가오는 2021년까지 SK텔 레콤과 계약이 성사되면서 사실상 SK텔레콤 T1맨 으로 남는 것을 선택했다. 이상혁을 잡은 이후 SK텔레콤도 파격적인 팀 리 빌딩으로 힘을 실어줬다. ‘칸’ 김동하, ‘클리드’ 김 태민, ‘테디’ 박진성, ‘마타’ 조세형 등 시장에 FA로 풀린 특급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드림팀’으로 거듭 났다.
그러면서 기량도 다시 올라갔다. 1라운드 우르곳 리산드라 갈리오 같은 한타형 챔피언 선택도 2라운드 들어서 캐리형 챔피언으로 변화가 시작됐 다. 킹존과 플레이오프에서는 4명 사이로 뛰어들 면서 상대의 핵심 딜러를 솔로킬 하는 괴력으로 자 신의 클래스를 입증했다.
결국 그리핀과 결승전서도 ‘쵸비’ 정지훈을 압도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SK텔레콤의 롤챔스 7회 우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국내 최고 미드라이너들 을 불리는 허원석과 정지훈을 모두 제압하면서 다시 제 2의 전성기를 예고하고 있다.
/ 글, 사진=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
* 이 기사는 '월간 OSEN+' 창간호(5월)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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