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척, 길준영 인턴기자] 오스틴 미도우스와 타일러 글래스노 영입이 탬파베이 레이스 구단 역사상 최고의 트레이드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탬파베이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재정이 열악한 구단이다. 그럼에도 2008년 월드시리즈 진출을 비롯해 2010년대 초반 세 차례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내는 등 악조건 속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다. 끊임없는 트레이드와 유망주 육성으로 전력을 보강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2013년 이후에는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소속 지구인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가 워낙 경쟁이 치열한 지구이기 때문이다. 재정에 어려움이 있는 탬파베이로서는 막강한 자금력을 자랑하는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와 경쟁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사진] 탬파베이 오스틴 미도우스(왼쪽), 타일러 글래스노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19/05/31/201905310015773026_5ceff9b6c2b4c.jpg)
그럼에도 탬파베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재정의 한계로 프랜차이즈 선수들을 계속해서 내보내면서도 꾸준히 유망주를 모으며 팀을 재정비했다.
그 결과가 올 시즌 좋은 성적으로 발휘되고 있다. 탬파베이는 34승 19패로 지구 2위를 달리는 중이다. 1위 양키스와는 1게임차, 3위 보스턴과는 6.5게임차다.
올해 탬파베이 돌풍의 시작은 한 건의 트레이드에서 시작됐다. 바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크리스 아처를 내주고 미도우스와 글래스노를 영입한 트레이드다.
탬파베이는 지난해 8월 1일 이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당시 피츠버그는 56승 52패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3위를 달리고 있었다. 충분히 와일드카드를 노려볼 만한 성적이었기에 아처 영입으로 선발진 보강을 꾀했다.
아처는 강력한 구위와 슬라이더 조합으로 많은 삼진을 잡아내는 투수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아메리칸리그 최다 탈삼진 톱3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피츠버그는 투수친화구장인 PNC파크를 홈으로 쓰기 때문에 아처의 활약을 기대할만했다.
하지만 아처는 이적 후 10경기(52⅓이닝)에서 3승 3패 평균자책점 4.30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을 했다. 피츠버그는 결국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반면 탬파베이가 받아온 두 명의 유망주는 말그대로 잠재력이 폭발했다.
외야수 미도우스는 지난해 탬파베이에서 뛴 10경기에서는 타율 2할5푼(24타수 6안타) 1홈런 4타점에 그쳤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재능이 만개한 모습이다. 37경기 타율 3할6푼(139타수 50안타) 12홈런 31타점을 기록중이다. 부상으로 규정타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100타석 이상 소화한 아메리칸리그 타자 중 타율 1위, 출루율(0.437) 2위, 장타율(0.691) 1위, OPS(1.127) 1위, 홈런 18위, 도루(6) 16위를 기록하며 MVP급 성적을 찍고 있다.
글래스노는 지난 27일 10일자 부상자명단(IL)에서 60일자 부상자명단으로 이동했지만 부상 당하기 전까지 8경기 6승 1패 평균자책점 1.86으로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었다. 야구통계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의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을 보면 글래스노는 1.8을 기록해 이미 아처(0.0)를 넘어서는 활약을 펼쳤다. 여기에 미도우스가 기록한 WAR 2.1까지 생각하면 이 트레이드의 승패는 너무나 극명하게 드러난다.
재미있는 것은 아처 역시 트레이드를 통해 탬파베이가 수집한 유망주였다는 것이다. 탬파베이는 2011년 시카고 컵스에 맷 가르자, 페르난도 페레즈, 잭 로스컵을 내주고 아처와 이학주(현 삼성 라이온즈), 샘 풀드, 로빈슨 치리노스, 브랜든 가이어를 영입했다. 당시 이학주와 아처는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비록 이학주는 메이저리그 데뷔에 실패했지만 아처는 탬파베이의 에이스로 성장했다.
아처 영입의 핵심 카드로 쓰엿던 가르자도 탬파베이가 2007년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선수였다. 탬파베이는 2007년 미네소타 트윈스에게 2003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자 델몬 영, 브렌든 해리스, 제이슨 프라이디를 내주고 가르자, 제이슨 바틀렛, 에디 모란을 영입했다.
델몬 영은 최고의 유망주로 꼽히며 탬파베이가 2003 드래프트에서 야심차기 지명한 선수였다. 하지만 막상 메이저리그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을 보여줬다. 탬파베이는 결국 2시즌만에 델몬 영을 가르자를 데려오기 위한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했다. 12년 전에 단행한 이 트레이드가 돌고 돌아 올 시즌 탬파베이의 돌풍을 일으킨 셈이다.
스타 플레이어와의 장기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전력을 구축하는 것은 어느 팀이나 바라는 일이다. 하지만 재정이 열악한 스몰마켓 팀들은 스타 플레이어와 장기계약을 맺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설사 계약을 성사시키더라도 버티지 못하고 트레이드하기 일쑤다.
탬파베이 역시 마찬가지다. 계속된 트레이드로 가르자를 아처로, 아처를 미도우스와 글래스노로 바꾸었다. 하지만 이런 트레이드를 계속하다 보면 이렇게 대박이 나는 트레이드도 나오기 마련이다. 올 시즌 탬파베이는 스몰마켓 팀의 비애 속에서 가끔씩 나오는 행복한 행운을 만끽하고 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