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길준영 인턴기자] 키움 히어로즈가 선수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부여하며 시즌을 치르고 있다.
올 시즌 키움은 다소 독특한 방식으로 선수들을 기용하고 있다. 야수진에서는 고정된 지명타자가 없이 주축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지명타자로 출전한다. 최원태와 이승호, 안우진 등 한국인 선발투수들은 돌아가면서 10일씩 휴식일을 보낸다.
키움 장정석 감독은 “주전 야수들에게 돌아가면서 지명타자를 맡기며 조금이라도 체력을 아끼게 하고 있다. 엄청난 효과가 있을거라 기대하지는 않지만 안하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에 이런 방법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키움 유격수 김하성은 올 시즌 수비이닝이 305⅔이닝으로 다른 주전 유격수들에 비해 현저히 낮다. 체력 안배를 위해 지명타자로 출전하기도 하고 3루수를 맡기도 했기 때문이다. 3루수로 출전한 92⅓이닝을 더 해도 398이닝으로 400이닝이 채 되지 않는다.
LG 트윈스 오지환(460⅔이닝), SK 와이번스 김성현(439⅔이닝), 한화 이글스 오선진(433⅔이닝), 두산 베어스 김재호(410이닝), 롯데 자이언츠 신본기(407⅓이닝) 등 다른 팀들의 주전 유격수와 비교하면 확실히 수비 부담을 줄여준 모습이다.
김하성은 “2번타자와 유격수를 동시에 맡는 것은 확실히 부담이 크다. 시즌이 계속되면 힘이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스스로 체력 관리를 잘하고 있고 또 힘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면 코칭 스태프에서 잘 관리해주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포수 역시 이지영과 박동원이 3대2 정도의 비율로 포수 마스크를 나눠쓰고 있다. 이지영은 “포수는 어차피 풀타임이 힘들다. 내가 전담하는 투수들이 있기 때문에 언제 쉬고 언제 뛸지 정확히 알 수 있다. 덕분에 출전하는 경기에 더 집중하고 힘 있게 플레이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발투수들은 돌아가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최원태가 지난 8일 1군에서 말소되어 17일에 복귀했고, 이승호는 15일 말소된 뒤 24일에 돌아왔다. 지금은 안우진이 29일에 말소되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안우진은 오는 6월 8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돌아올 예정이다.
KBO리그는 144경기에 달하는 장기 레이스다. 이 때문에 페넌트레이스는 흔히 마라톤에 비유된다. 마라톤에서 페이스 조절이 중요하듯이 시즌을 치르는데 휴식이 중요하다는 것이 장정석 감독의 생각이다.
장정석 감독은 “선수마다 다르겠지만 휴식을 취하는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우리는 전력이 탄탄하고 승수를 쌓아 놓았기 때문에 어느정도 안정권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힘을 비축해두면 시즌 후반에 힘 있게 치고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선수마다 휴식 때문에 오히려 벨런스를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선발투수 이승호는 휴식 때문에 잠깐 벨런스가 나빠졌다고 이야기 했다.
장정석 감독은 “물론 선수마다 본인의 루틴이 있기 때문에 휴식이 독이 될 수도 있다. 컨디션이 좋을 때 계속 경기에 나가야 폼이 유지되는 선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렇기 때문에 정답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최원태는 휴식 후 좋았고, 이승호는 좋지 않았다. 그래서 안우진은 어떨지 나도 궁금하다. 그래도 장기적으로 보면 휴식을 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낳는다고 생각한다. 최원태는 한 번 더 휴식을 줄 것이고 안우진과 이승호는 상황을 지켜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정석 감독은 “우리는 돔구장을 홈으로 쓰기 때문에 계획대로 시즌을 운영하기 좋다. 물론 시즌 후반에는 원정경기만 치러야 하지만 일정상 휴식일이 많아 오히려 좋은 선수들만 경기 내보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올 시즌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도 이렇게 선수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부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KBO리그 감독들이 피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혹사논란이다. 좋은 선수를 중요한 순간에 기용하려다 보면 불가피하게 선수들에게 과한 부담을 안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장정석 감독은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결국 체력을 아끼는 것이 장기레이스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과연 휴식야구라는 새로운 방법이 무더운 여름, 그리고 시즌 막판 순위 경쟁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기대된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