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글을 못 배웠다..'가시나들' 박무순 할머니 손편지로 울리다[어저께TV]
OSEN 박판석 기자
발행 2019.06.03 07: 35

 박무순 할머니가 직접 손으로 쓴 편지로 '가시나들'의 멤버들은 물론 출연자들을 울렸다.  
지난 2일 오후 방송된 MBC '가시나들'에서 박무순 할머니가 MBC 라디오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에 보낸 사연이 소개됐다. 
'가시나들'은 인생은 진작 마스터했지만 한글을 모르는 할매들과 한글은 대략 마스터했지만 인생이 궁금한 20대 연예인들의 동고동락 프로젝트다. 

'가시나들' 방송화면

경남 함양군 일대에 사는 한글을 모르는 할머니들이 10일에 한 번씩 문소리 선생님의 지도 아래 우주소녀 수빈, (여자)아이들 우기, 이달의소녀 이브, 장동윤, 위키미키 최유정과 함께 한글을 배운다. 5명의 할머니와 5명의 짝궁들은 단순히 한글만 배우는 것이 아니동고동락하면서 함께 추억을 만든다. 
'가시나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할머니들이 한글을 배우는 것. 한글을 몰라 답답한 삶을 살던 할머니들은 한글을 배우면서 또 한 번 사는 재미를 느낀다. 
'가시나들' 방송화면
모든 할머니들의 입장을 대변하며 박무순 할머니가 손으로 직접 써내려간 편지는 그래서 더욱 감동이었다. 박무순 할머니가 쓴 편지는 "나는 한글을 못 배웠다"로 시작했다. 이어 편지에는 "어릴 때 마을에 한글 알려주는 할아버지가 있어서 한글을 배우고 싶어서 찾아가도 '가시나가 글은 배워서 뭐할라꼬' 하면서 쫓아냈다. 그래도 자꾸 찾아가니까 이름만 알아라'라고 해서 제 이름 박무순만 썼다"고 적었다.
이어 박무순 학생은 "영감을 만나 서울로 시집을 갔다. 처음 지하철이 생기고 탔는데 글을 모르니 못 내렸다. 몇 번을 타고 내리고 타고 내리고 했는지 모른다. 하루 종일 지하철만 타다가 파출소에 갔다. 많이 창피했다.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해서 책가방 챙길 때도 글을 알면 챙겨줄 텐데 모르니까 해줄 수가 없었다. 어린 아이들이 밤늦게까지 가방을 못 싸면 눈치로 어림잡아서 이거 아닌가 골라서 채워줄 때 속상했다"라고 담담하게 고생했던 과거를 털어놨다. 
'가시나들' 방송화면
박무순 할머니가 한글을 배우면서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그는 "나는 모르고 살기가 서러웠다. 나 대신 글을 읽어주던 영감님이 죽고 나니 앞이 깜깜했다. 그래서 내 고향 탁현 마을로 왔다. 노인들 모아다 한글을 알려준다는 학교가 있어서 일주일에 한 번 학교에 간다. 이제 서울 가는 딸네 집에 가도 지하철 잘 탄다"고 한글을 배운 보람을 전했다. 
박무순 할머니는 절친한 이남순 할머니와의 우정을 자랑했다. 박무순 할머니는 한글을 배우지 않겠다는 이남순 할머니를 설득했다. 박 할머니는 "나만 힘들고 불행하게 산다고 생각했는데 나보다 더 고생한 사람이 있다. 옆집 사는 웅양댁 이남순이다. 한 번은 이남순이 시계를 차고 있어서 시간을 물었는데 못 들은 척 안 알려줬다. 진짜 얄미웠다. 알고 보니 이남순이 시계를 볼 줄 몰랐다고 한다. (학교에) 안 간다는 걸 3년 내내 꼬여냈다. 이남순은 이제 저 없이도 집에 오는 버스도 잘 타고 학교도 잘 다녀서 뿌듯하다. 앞으로 이남순과 함께 한글을 열심히 배우겠다"고 글을 마무리 했다.
박무순 할머니의 인생이 담긴 편지는 이남순 할머니와의 우정으로 훈훈하게 마무리 됐다. 한글을 배우면서 또 다른 삶을 살게 된 박무순 할머니와 이남순 할머니의 삶은 그 자체로 감동적이었다./pps2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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