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순위 판도가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본격적인 여름 순위 레이스를 앞두고 ‘그들만의 리그’만 펼쳐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KBO리그 순위 판도는 2강 3중 5약의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5강 5약의 두 그룹으로 나눠지는 듯 했지만 1위 SK와 2위 두산이 꾸준히 페이스를 끌어 올리며 치고 나갔다. 두 팀은 1경기 차이 안팎의 접전을 펼치며 선두그룹을 형성했다. 선두그룹을 쫓아가지 못하고 주춤한 LG NC, 키움이 3중으로 내려앉았다. 2위 두산과 공동 3위 LG, NC와의 차이는 5경기 차이다. 격차가 꽤 벌어졌다. 5위 키움은 공동 3위를 0.5경기 차이로 뒤쫓고 있다.
그리고 5약에 포함된 한화, 삼성, KT, KIA, 롯데는 이미 중위권 그룹과 격차가 많이 벌어졌다. 5위 키움과 6위 한화는 6.5경기 차이까지 벌어졌다. 승차를 좁히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다.

시즌이 두 달 가량 지난 시점에서 각 팀 전력은 베일을 벗었고, 평가가 끝난 상태다. SK와 두산은 탄탄한 선발진과 안정된 투타 밸런스로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이유를 증명하고 있다. 중위권 팀들 역시 기복은 있지만 투수력과 타선의 집중력을 갖추고 있음을 과시하며 중위권에서 요지부동이다. 반면, 하위권 팀들은 불안한 투수진, 응집력의 부재, 허술한 수비 등 왜 하위권에 뒤쳐져 있는지를 경기력으로 몸소 보여주고 있다.
이제 가을의 결실을 판가름할 수 있는 한 여름의 순위 레이스가 시작된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으로는 선택과 집중이 지배하는 그들만의 리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판도의 선두그룹은 선두그룹끼리의 승부에서 전력을 다하면서도 하위권 팀들을 상대로는 한 경기도 내줄 수 없다는 의지로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중위권 그룹도 하위권 팀들을 상대할 때는 필승의 자세로 나올 터. 하위권 팀들이 숨 쉴 수 있는 시기는 점점 사라진다. 하위권 팀들이 선택의 눈을 다른 쪽으로 돌릴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하위권 팀들은 그들만의 승부에서 서로 처절하게 싸우며 그들만의 리그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많다. 이미 하위권 팀들은 삼성, KIA, KT의 약진과 한화, 롯데의 부진 등으로 5월 막판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순위 판도 양상에 끼치는 영향력은 미미했다.
상위권 팀들도 마찬가지다. 선두그룹은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손에 거머쥐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고 중위권팀들은 가을야구에서 좀 더 우위의 순위에 자리잡기 위해 치열해 질 것이다. 이렇게 하나의 리그에서 3개의 리그가 따로 형성되는 양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순위 레이스가 가장 요동치는 한 여름으로 접어드는 시점,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질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만약 순위 판도의 고착화 양상이 계속될 경우 리그 흥행에도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