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1라운더의 소프트뱅크행, 일본은 되지만 한국은 안되는 이유
OSEN 길준영 기자
발행 2019.06.04 11: 01

[OSEN=길준영 인턴기자] 2018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카터 스튜어트가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계약해 충격을 선사했다.
스튜어트는 6피트6인치(198cm)의 큰 키에서 나오는 최고 시속 97마일(156.1km)까지 나오는 직구가 매력적인 유망주다. 여기에 130km대 초반의 파워 커브와 발전 가능성이 높은 체인지업을 구사한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1라운드 8순위에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스튜어트와 애틀랜타는 계약에 합의하는 데 실패했다. 애틀랜타가 스튜어트의 손목 부상을 이유로 8순위 지명권 슬롯머니(지출 제한 금액) 498만 700달러의 40%에 불과한 199만 2280달러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스튜어트는 애틀랜타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진] MLB.com 파이프라인 캡처.

계약에 실패하고 2년제 주니어 칼리지에 입학해 드래프트 재수를 택할 것으로 보였던 스튜어트는 소프트뱅크와 6년 7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하면서 일본행을 택했다.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에는 소프트뱅크 입단식을 가졌다. 만약 스튜어트가 올해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 나왔다면 2라운드 초중반에 지명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스튜어트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메이저리그 시스템에서는 어린 선수들이 자신의 가치만큼 평가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렇지만 일본과 한국에서라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베이스볼아메리카 JJ 쿠퍼는 이번 계약으로 스튜어트가 6년간 700만 달러를 벌고 FA 자격을 얻는다고 전했다. 반면 만약 스튜어트가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해 2라운드 초반에서 지명 받았다면 낙관적으로 예측해도 약 320만~35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고 2025년에야 연봉조정자격을 얻을 것으로 분석했다.
유망주가 받을 수 있는 계약금을 제한하고 저연차 선수에게 적은 연봉을 강요하는 현행 메이저리그 시스템이 1라운드 지명 유망주의 일본 진출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만든 것이다. 
보라스는 유망주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일본과 함께 한국을 언급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미국 아마추어 선수가 뛰는 것이 가능할까. 
현재 KBO리그 외국인선수 규정에 따르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문제가 되는 것은 계약금 제한, 다년 계약 제한, 외국인 보유 제한이다. 
외국인선수가 한국에 오는 이유는 하나다. 자국에서 뛰는 것보다 한국에서 뛸 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야구규약 외국인선수 고용규정 제8조 1항은 KBO리그 구단이 신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때 지출할 수 있는 최대 비용을 100만 달러로 제한하고 있다. 
올해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 지명 순위별 슬롯머니를 보면 66순위가 100만 3300달러다. 전체 1순위 지명권의 슬롯머니는 841만 5300달러에 달한다. 물론 실제 계약 규모는 선수와 구단의 상황에 따라 슬롯머니와 큰 차이를 보이지만 100만 달러로는 수준급 유망주 영입이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
다년 계약이 불가능한 점 역시 문제다. 외국인선수 고용규정 제8조 5항에서는 외국인 선수와의 다년 계약이 입단 후 2년차부터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다시 말해 외국인 선수가 처음 한국에 올 때는 무조건 단년계약을 해야한다.
그런데 미국 아마추어 선수가 아무리 잠재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프로리그에서 곧바로 활약하기는 쉽지 않다. 어느정도 육성기간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소프트뱅크가 스튜어트에게 6년 계약을 제시한 것도 육성기간을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유망주 영입에 있어서 단년 계약은 선수 입장에서나 구단 입장에서나 받아들이기 어렵다. 선수는 구단이 자신을 기다려 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기 어렵고 구단은 기껏 선수 성장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다른 팀으로 이적할 위험을 감수해야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외국인선수 보유 제한이다. 외국인선수 고용규정 제3조는 구단이 계약할 수 있는 외국인선수를 3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KBO리그 구단들은 외국인선수로 즉시전력감을 선택하는 것이 강요된다. 이와 달리 일본에서는 1군 등록 선수는 4명으로 제한되지만 보유에는 제한이 없기 때문에 육성형 외국인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KBO가 역시 쿠바 유망주 트라이아웃 통해 육성형 외국인선수를 도입하려 했지만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물론 이러한 제도들이 모두 개정된다고해서 한국 구단들이 미국 유망주를 영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당장 이번에 소프트뱅크와 계약한 스튜어트를 보면 계약기간이 6년임을 감안해도 보장금액이 약 83억 원으로 KBO리그 최상급 FA 선수 수준의 계약을 맺었다. NPB에서도 재정이 풍족한 소프트뱅크이기에 가능한 계약이다.
하지만 이번 사례로 한국과 일본 유망주가 미국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유망주도 아시아로 올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어쩌면 이러한 새로운 흐름이 리그의 또 다른 활력소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fpdlsl72556@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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