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 스포츠혁신위원회(위원장 문경란, 이하 혁신위)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스포츠 정상화를 위한 권고를 발표했다.
이번 권고는 혁신위가 지난달 7일 선수 인권 보호를 위한 스포츠인권 보호기구 설립을 주문한 1차 권고에 이은 2차 권고다. 이는 대한민국 엘리트스포츠의 뿌리인 학교스포츠 정상화가 체육계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이라는 인식에 따라 마련됐다.
혁신위는 "최근의 성폭력 사건을 비롯, 학생선수의 학습권 침해와 학력저하, 체육특기자 진학과 관련한 불공정과 비리, 경기실적을 위한 과도한 훈련과 부상, 반인권적 지도자 전횡 등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한계 상황에 이르렀다"면서 "체육계의 적폐청산과 공정한 스포츠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국민적 열망 또한 크다"고 강조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회 문경란 위원장](https://file.osen.co.kr/article/2019/06/04/201906041006775222_5cf5ca343076d.jpg)
혁신위는 학교스포츠 현장이 수십 년 동안 거대한 인권의 사각지대로 온존해 온 것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책임 있는 정부기관과 단체가 정책과 제도 개혁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특히 혁신위는 ‘공부하지 않는 학생선수’와 ‘운동하지 않는 일반학생’의 이분법을 불식하고 승리지상주의적 체육계 패러다임의 혁신적 전환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개혁 방안을 권고했다.
우선 혁신위는 학생선수가 어떤 경우에도 정규수업에 참여하도록 하는 조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 학기 중 주중대회 참가 및 개최 금지, ▲ 최저학력제 도달 학생만 대회 참가 허용, ▲ 학생선수의 대회참가, 훈련시간, 전지훈련 등에 대한 1년 계획을 학교교육계획안에 포함하고 위반 시 학교 단위에 책임, ▲ 경력전환 학생선수 대상 학습지원 프로그램 마련, ▲ 국가대표 학생선수의 국제대회 참가 시 학습 지원 방안 마련, ▲ 주말대회 운영을 위한 재정 지원 등을 권고했다.
주중대회 참가 및 개최 금지를 강조한 혁신위는 2019년 5월 기준 학기 중 평일에 개최되는 대회가 총 233개(38%)로 과다해 수업결손, 학력저하, 학습권 침해 등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혁신위는 교육부에 ‘학기 중 학생선수의 주중대회 참가 금지’를, 문체부에 ‘대한체육회 및 회원종목단체의 초중고 학생선수 대상 주중대회를 주말대회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종목별 특성 등을 감안, 즉각 전환이 곤란한 경우 2021년 말까지 방과 후 대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혁신위는 경기실적 중심 진학시스템을 경기력, 내신, 출결, 면접 등이 반영된 종합적 선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체육특기자 제도 개편을 권고했다. 현재의 체육특기자 전형이 수학능력에 대한 종합적 평가에 기반하지 않고 경기실적 위주의 선발이 이뤄지고 있으며, 그마저도 평가 기준 및 방법이 투명하고 객관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혁신위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기존의 경기실적 중심의 체육특기자 진학시스템을 경기력, 내신성적, 출결, 면접 등이 반영된 종합적 선발시스템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고, 시행에 앞서 3년 6개월의 사전예고기간을 두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고등학교 진학 시 ▲ 최저학력제 기준에 미달한 학생선수는 체육특기자 선발에서 제외, ▲ 특정 학교에 체육특기자 지원이 집중될 때 종합적 선발기준(경기 실적, 내신 성적, 실기 등)에 의해 정해진 인원을 선발하고 그 외 학생선수들은 차순으로 배정, ▲ 학교체육진흥회를 통해 사전 스카우트제도 금지 등 지침(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 등을 권고했다.
대입에 있어서도, ▲ 경기실적에 의해서만 체육특기자의 대학입학 당락이 결정되지 않도록 교과성적, 출결, 경기력, 면접 등 각 전형요소 별 반영비율 등을 정한 지침(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에 반영하도록 했다. 혁신위는 교육부장관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와 협의, 이 같은 지침을 만들 것을 권고했다. 또 ▲ 각 종목의 경기력 평가를 위한 객관적 지표 마련 및 예산 지원을 주문했다.
체육특기자 진학과 관련, 권고를 이행하기 위해 교육부는 올해 말까지 관계기관 등과의 협의를 거쳐 이행계획을 마련, 3년 6개월간의 사전 예고 기간을 거친 후 2024년도 고입 및 대입 전형에 본격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문체부는 입시에 활용될 수 있는 객관적인 경기력 지표를 개발하기 위해 관계기관과의 협의 및 예산 확보 등을 추진하여 2020년부터 본격적인 지표 개발에 돌입할 계획이다.
혁신위는 이밖에도 현재 학교운동부의 운영이 운동 기량 향상이라는 목표 아래 폭력 및 성폭력, 장시간 훈련 등 비교육적 문제를 낳고 있다고 지적, 이를 개선하기 위해 ▲ 훈련은 반드시 정규 수업 후에 실시하고, 주중 훈련시간 및 휴식시간 규정 마련, ▲ 주말대회 참여 시 출전일수만큼 학생선수와 지도자 휴식 보장, ▲ 혹서기 혹한기 대회 개최 및 훈련 최소화, ▲ 합숙소 전면 폐지 및 원거리 학생 대상 기숙사만 제한적 허용, ▲ 학부모의 비공식적 비용 갹출 및 지원 엄격 금지, 위반 시 관련자 엄중 징계 및 학교운동부 대회 참가 제한, ▲ 학교운동부 지도자에 대한 불법 찬조금 일절 금지, 위반 시 지도자 자격박탈 및 영구제명 조치, ▲ 학교운동부의 대회 참가 및 전지훈련 비용 공개 의무화, ▲ 학교운동부 지도자 및 학생선수에 대한 폭력 및 성폭력 예방교육 강화 등을 권고했다.
교육부는 올해 중 관계기관 및 이해관계자와의 협의, 이행계획 수립을 거쳐 2020년부터 권고 내용을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문체부는 혹서기 혹한기 선수보호 규정 마련, 학교운동부 지도자 자격박탈 등을 위한 법 개정 등 절차를 조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혁신위는 학교운동부 지도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 학교운동부 지도자 고용불안정 문제 개선을 위한 예산 지원 방안 마련, ▲ 학교운동부 지도자 역할 재설정 및 필수직무교육 의무화 등을 권고했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 교육부 등 관계기관은 올해 중 세부 계획을 마련하고, 2020~2021년 중 이행계획을 실행할 계획이다.
일반학생의 ‘운동결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내용도 권고에 포함됐다. 혁신위는 ▲ 스포츠클럽과 운동부가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종목별 통합 대회 개최, 이를 위한 선수등록제도 개선 추진, ▲ 매년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에 참가하는 학생비율 목표 설정 및 결과 공표, ▲ 학교스포츠클럽 리그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 인력자원 등 지원, ▲ 교내리그를 포함한 스포츠 참여 및 활동에 대한 데이터를 학교체육진흥회가 만드는 경기이력시스템에 기록하고 진로 자료로 활용, ▲ 학교스포츠클럽 담당 교내 전담교사에 대한 수당 현실화 등을 권고했다.
혁신위는 전국스포츠대회의 성격을 전환해 스포츠 본연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축전으로 전환해야 함을 강조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전국소년체육대회 등이 소기의 교육적 목적을 달성하기보다는 ‘우수 선수 조기 발굴’에 치중해 온 결과, 시도 간 과열 경쟁, 강도 높은 장시간 훈련, 정상적인 학교생활 곤란 등의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 전국소년체육대회를 학교운동부와 학교스포츠클럽이 참여하는 ‘통합 학생스포츠축전’으로 확대 개편하고, 중등부와 고등부를 참가하도록 하며, ▲ 기존의 전국소년체육대회 초등부는 권역별 학생스포츠축전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문체부는 대회 전환의 연착륙을 위해 2020년 상반기까지 체육계, 개최도시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통합 학생스포츠축전 세부방안을 마련하고, 2021년부터는 가능한 종목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