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문규현(36)은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30대 중반의 나이에 어깨 수술을 받았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문규현은 데뷔 이후 지속적으로 그를 괴롭혀 오던 오른쪽 어깨 통증을 제거하기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 선수생활의 황혼기에 내야수에게는 위험부담이 있는 수술. 송구를 하는 오른쪽 어깨였기에 이 부위에 매스를 댄다는 것 자체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는 “통증도 심해졌고 주사도 너무 많이 맞았다. 나중에는 일상생활도 안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받았다”고 수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그의 진심은 따로 있었다. 선수생활의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 문규현은 “통증의 원인을 100% 제거하려면 좀 더 디테일한 수술을 받았어야 했다. 재활 기간도 길어진다. 어깨에 쌓였던 찌꺼기 정도를 제거했다”면서 “사실 내 선수 생활도 얼마 안남았기 때문에 큰 수술을 받을 수는 없었다. 마지막 스퍼트를 하기 위해서, 얼마 남지 않은 선수 생활 동안 한 번 더 힘을 내보기 위해서 수술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재활군, 2군 스프링캠프 등을 치르면서 착실하게 재활 단계를 거친 문규현은 마침내 지난달 21일 시즌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았다. 그리고 복귀 이후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하위 타선과 구심점이 흔들리던 내야진의 중심을 잡기 시작했다. 11경기에서 타율 4할8푼(25타수 12안타) 6타점 6득점 OPS 1.024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4경기 연속 멀티 히트를 기록하는 등 타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로 거듭났다.
현재 문규현은 주 포지션인 유격수가 아닌 3루수로 나서고 있다. 과거 문규현은 유격수 자리의 좌우 스텝에 더 익숙했고 3루수가 해야 할 전진 스텝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현재는 이러한 부담 없이 관록으로 3루수 자리를 소화하고 있다. 어깨 통증이 사라지면서 송구도 한결 정확해졌고 가벼워졌다. 현 시점에서 문규현은 공수에서 알토란 그 이상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리고 팀에 미안했던 마음을 만회하기 위해 더욱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문규현이 재활에 매진하고 있던 기간 팀은 끝없는 연패에 빠지기도 했다. “그는 연패 당시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 뿐이다. 그나마 경험이 있는 저 인데 팀에 도움이 못 돼서 미안할 뿐이다”며 연패 당시 팀 상황을 지켜봤던 문규현이다. 그 자리에 없었던 것을 만회하기 위해서 더욱 스파이크를 동여매는 것.
절박한 마음으로 수술대에 올랐고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또한 동료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그 누구보다 화이팅을 불어넣고 있다. 문규현은 이렇게 다시 돌아와 팀에 도움이 되는 존재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