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긴 했지만 매 경기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겠다던 파울루 벤투 감독의 호언장담은 허무한 공염불에 그쳤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7일 오후 8시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서 열린 호주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후반 30분 터진 황의조의 결승골을 앞세워 힘겨운 1-0 승리를 거뒀다.
이기긴 했지만 웃을 수 없는 결과였다. 전력을 다해 최정예로 나선 벤투호는 주전이 다 빠진 호주에게 어려움을 겪었다. 당연히 이겨야하고 이기기 위해 나선 경기에서 망신살만 샀다. 5만여 부산 관중의 열렬한 응원에도 벤투호는 침묵만 지켰다.

자연스럽게 벤투 감독의 선발과 전술 선택에 의문점이 붙을 수 밖에 없는 결과였다. 경기 전날 기자회견부터 벤투 감독과 호주의 그레이엄 아놀드 감독은 대조되는 태도를 보였다.
벤투 감독은 정예 멤버로 총력전을 선언했지만, 아놀드 감독은 평가전서 최대한 많은 선수를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호주는 아론 무이(허더즈필드), 매튜 라이언(브라이튼), 매튜 레키(헤를타 베를린) 등이 모두 이번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았따.
지난 9월 호주 원정 당시 선발 라인업에서 무려 10명이나 교체됐다. 주장 완장을 찬 왼쪽 풀백 아시즈 베히치를 제외하고, 대거 새 얼굴이 나섰다. 양 팀이 경기에 나선 자세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한국이 홈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둬야 했다.

하지만 막상 경기에서는 누가 총력전이고 누가 실험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벤투호는 전반 내내 상대의 압박에 고전했다. 스리백과 윙백 역시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소집 이후 대체 무슨 훈련을 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실제로 벤투호는 전반 내내 단 1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이날 벤투호의 첫 슈팅은 무려 후반 19분이 되어서야 나왔다. 교체 투입된 황의조가 값진 결승골을 터트려서 승리를 거뒀지만 점수를 매긴다면 낙제점에 가까운 경기였다.
손흥민의 혹사 논란이나 주전만 기용한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 벤투 감독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매번 지난 경기보다 개선되는 것이 목표다. 조금씩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에서는 최대한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최대한 선수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싶다”라고 호주전 목표를 제시했다.
목표를 위해 정예 멤버로 나선 한국이지만 호주전서 전혀 개선된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퇴보한 모습만 보였다. 벤투 감독 본인은 동의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승리에도 경기력이 너무나 무기력했다.
약속한 개선된 모습을 위해 실험을 포기하고 정예 멤버로 나선 벤투 감독의 호언장담은 아쉬운 공염불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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