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 드 코리아 2019 성과와 한국 사이클의 과제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9.06.16 11: 51

국내 최고 권위의 국제도로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코리아 2019가 성황리에 종료됐다.
5일간 605.2km를 달리는 대장정이 마감됐다. 필리포 자칸티(니포-비니 판티니)가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서 막을 내린 대회서 총 13시간35분38초를 기록해 옐로 저지(우승자에게 주어지는 노란색 셔츠)를 차지했다. 자칸티의 소속팀인 이탈리아의 니포-비니 판티니는 팀 종합 우승까지 거머쥐며 겹경사를 누렸다. 제임스 오람(미첼튼 바이크익스체인지)이 레드 폴카 닷 저지(산악왕에게 주어지는 빨간 물방울 셔츠), 유세프 리기기(트렝가누)가 블루 저지(스프린트 1위에게 주어지는 파란색 셔츠), 코빈 스트롱(ST 조지 콘티넨탈)이 화이트 저지(23세 미만 최고 라이더에게 주어지는 하얀색 셔츠)의 주인이 됐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 조재기)과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투르 드 코리아는 국제사이클연맹(UCI) 아시아투어 2.1 등급 대회다. 13회째를 맞은 올해는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천안 독립기념관(2구간)서 출발하는 코스를 도입해 의미를 더했다. 군산 은파유원지를 시작으로 천안 독립기념관, 단양, 삼척, 고성, 서울까지 전국 거점 6개 지역을 관통, 5일간 총 605.2km를 달렸다.

13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대회 운영과 시설 등은 발전을 거듭했다. 김성주 전 대한자전거연맹 부회장은 “13회째를 맞은 대회 운영은 해를 거듭할수록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면서도 “UCI 아시아투어 2.1 등급 대회에 걸맞은 국내 팀의 경기력 향상이 수반돼야 한다"고 총평했다.
투르 드 코리아는 한국 사이클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UCI가 공식 승인한 아시아투어 2.1 등급 대회라 사이클계의 관심이 높다. 세계적인 자전거 브랜드도 스폰을 아끼지 않는 이유다. 덕분에 국내 선수들은 1700만 원을 호가하는 자전거를 지원받고 있다.
명확한 과제도 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들의 성적은 다소 아쉬웠다. 2년 전 민경호(서울시청)가 옐로 저지를 입으며 안방서 포효했다. 2년 새 위상이 많이 낮아졌다. 지난해 한국 선수 중 최고 순위는 공효석(LX)의 25위였다. 올해도 아쉬운 성적표를 남겼다. 최형민(9위, 금산인삼첼로)과 민경호(10위)가 톱10에 든 것이 위안거리였다.
여러 이유가 있다. 한국은 올해 금산인삼첼로, KSPO(국민체육진흥공단), 의정부시청, 가평군청, 서울시청, LX(한국국토정보공사) 등 UCI 컨티넨탈팀이 6팀 참가했다. 앞서 다른 대회에 참가했던 코레일을 제외하곤 국내 모든 팀이 출전했다. 한국 사이클은 현재 세대교체 시기에 돌입했다. 이번 대회에도 베테랑 선수들보단 젊고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대거 얼굴을 내밀었다. 2012년 본 대회 우승자인 박성백(의정부시청)이 무릎 부상으로 불참하면서 전체적인 경험치는 더 낮아졌다. 
김성주 전 부회장은 “그동안 박성백, 서준용 등 걸출한 선수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노련한 국내 선수들이 없다”며 “선수들의 전체적인 연령도 어리다. 기량이 원숙하고 팀을 이끌 만한 베테랑 선수들이 부족한 것이 국내 팀의 패인”이라고 꼽았다. 그러면서 "대회 위상에 걸맞은 국내 팀의 경기력 향상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투르 드 코리아를 제외하곤 국내서 열리는 도로사이클 국제대회가 전무한 것도 아쉽다. 이웃나라인 중국, 대만을 비롯해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많은 투어 대회가 열리지만 국내에서는 투르 드 코리아가 유일한 국제대회다. 김 전 부회장은 “국제 대회를 많이 유치해서 국내 선수들이 해외에 나가지 않더라도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집안 싸움이 심화된 것도 한국 사이클의 부진 원인으로 꼽힌다. 과거엔 소속팀이 달라도 한국 선수들끼리 단합해 해외 팀을 견제했지만 지금은 전체적으로 국내 팀들의 기량이 상향 평준화 돼 모두가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이경훈 투르 드 코리아 해설위원은 “한 시즌의 제일 중요한 대회인데 한국 선수들의 성적이 안 나와 많이 아쉽다”며 “국내 모든 팀들이 우승을 원해 서로를 견제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결과가 안 나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dolyng@osen.co.kr
[사진] KSP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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