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아닌 각도" 깨달은 홍건희, 과제는 연속성 [오!쎈 현장]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9.06.21 11: 01

"구속보다 각도였다"
KIA 타이거즈 우완 홍건희(27)가 데뷔 이후 가장 멋진 투구를 했다. 지난 2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선두 SK 와이번스와 경기에 선발등판해 7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7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7이닝 2실점'에 인생투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홍건희에게는 그만큼 의미가 컸다. 
1회 첫 타자를 시작으로 6회초 첫 타자까지 16명의 타자를 완전히 제압했다. 안타도 볼넷도 없었다.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압도적인 안정감이었다. SK 타자들이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내민 덕택도 있었지만 볼의 힘이나 변화구의 각이 달랐다. 홍건희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홍건희. /jpnews@osen.co.kr

직구 평균구속은 143km를 기록했다. 그러나 회전력이 돋보였다. 직구에 타자들의 방망이가 헛돌리는 장면이 많았다. 슬라이더와 커브 등의 떨어지는 각이 예사롭지 않았다. 횡이 아닌 종으로 떨어졌고 간간히 던지는 체인지업은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어냈다. 투구수도 6회까지 회당 10개를 살짝 넘기는 수준이었다. 
올들어 이전의 홍건희의 투구와는 달랐다. 홍건희는 경기후 "작년까지 고정 선발 경험이 많지 않았다. 올해 선발로 나가며 경기를 풀어나가는 요령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슬라이더의 구속에 욕심 많았는데 캠프에서 서재응 코치와 상의해 속도보다는 각도를 크게 만드는게 주력했는데 효과를 봤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마운드에서 투구 요령이 좋아졌고 기술적으로는 슬라이더의 각도를 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던지는 팔의 높이를 올린 것이 좋은 효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등판을 앞두고 불펜에서 몸을 푸는 투구를 할 때 의식적으로 팔을 높이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볼의 회전력과 변화구의 각이 달라진 것이다. 
여기에 자신의 볼에 대한 자신감까지 묻어났다. 홍건희가 앞으로 20일 경기처럼만 던진다면 든든한 선발로 손색이 없다. 그만큼 투수로서 알을 깨는 또 하나의 계기를 잡은 등판이었다. 이제는 그 깨달음이 일회성이 아니라 연속성을 증명하는 것이 9년 차 투수 홍건희에게는 진정한 숙제일 것이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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