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6일 비 오는 수요일 K리그는 아시아 무대서 퇴장했다
지난 26일 한국 남부 지방에는 장대비가 쏟아졌다. 오후가 되자 전주에는 비가 잠잠해셨지만, 울산에 내리는 빗줄기는 여전했다.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 1차전에서 원정 경기를 떠났다. 모두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전북은 상하이 상강 원정 경기에서 1-1 무승부, 울산은 우라와 레즈 원정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전북-울산 모두 2차전을 홈에서 가지는 만큼 8강 진출에 대한 기대가 올라갔다. K리그1에서도 쾌조의 진격을 보이고 있는 울산-전북이니 8강행에 대해 낙관적인 분위기였다. 하지만 기대와 희망은 무너졌다.
상하이를 상대로 전북은 정규 시간과 연장전 120분 동안 1-1 무승부를 기록한 뒤 이어진 승부차기서 3-5로 패배, 8강 진출권을 내줬다.
전북은 전반 26분 김신욱이 선제골을 터트리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하지만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 후반 상하이에게 만회골을 내주며 1-1로 전후반 90분을 마무리 했다.
전북은 연장서 주도권을 잡고 몰아쳤지만 골을 넣지 못했다. 전북은 조세 모라이스 감독과 문선민이 연달아 퇴장 당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막바지 승부차기 끝에 3-5로 패배, 8강 진출권을 내주고 말았다.

울산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니 더욱 처참했다. 울산은 우라와와 2차전서 0-3으로 대패했다. 경기 내내 무기력한 모습으로 팬의 마음에 상처를 입힐 정도로 졸전을 펼쳤다.
김도훈 감독은 전날 인터뷰서 "2차전은 정말 중요한 경기다. 16강 통과를 위해 정신적으로도 많이 준비했고, 반드시 이기겠다"며 "상대가 공격적으로 나올 것을 예상하고 있다. 공격을 막는 것보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공격을 통해 대응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였다.
하지만 김도훈 감독의 발언은 헛된 약속에 머물렀다. 아직 윤영선-불투이스가 제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 수비에 초점을 맞췄다. ‘에이스’ 김보경이 벤치에 머물렀을 뿐만 아니라, ‘베테랑’ 이근호는 아예 명단서 제외됐다.
토너먼트의 무서움이 나타났다. 울산은 원정 골과 1골 우위를 지키기 위해 수비적으로 나섰지만, 상대 맹공에 시달렸다. 결국 울산은 전반 1골과 후반 2골을 내주며 가장 중요한 순간 완벽히 무너졌다.
울산의 김도훈 감독은 0-1로 뒤진 상황에 김승준 대신 김보경을 투입했다. 하지만 이미 기세에서 밀린 상황에서 45분은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김도훈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서 “김보경이 제 컨디션이 아니다. 예전만 못하다”고 벤치 대기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김도훈 감독은 "K리그를 대표해서 나선 ACL 무대서 너무 허무하게 퇴장했다. 결과를 받아들이는 저로써 죄송한 마음 때문에 고개를 들 수 없다. 그래서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이런 일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너무 죄송하다"라고 고개 숙여 사죄했다.
전북-울산마저 패하며 K리그는 ACL 16강서 쓸쓸하게 퇴장 당하게 됐다. ‘시도민 구단’ 경남 FC와 대구 FC가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이후 ‘기업 구단’ 현대가마저 16강서 고배를 맛보며 K리그는 역대 최하의 성적으로 아시아 무대를 떠나게 됐다.
이날 경기 결과로 인해 ACL 동아시아 8강에서는 일본 2팀(우라와-가시마 엔틀러스) - 중국 2팀(상하이-베이징 궈안)만 남게 됐다. 3년 연속 ACL 무대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며 K리그는 아시아 최강이란 칭호가 더 이상 통용될 수 없게 됐다.
K리그 팀들이 아시아 무대서 퇴장 당한 순간, 팬들의 마음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하늘에서는 빗줄기가 떨어졌다. 2019년 K리그 팀들이 ACL서 맛본 굴욕을 설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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