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아준 LG에 고맙죠.”
양승호 파주 챌린저스 감독은 지난 25일 밤에 걸려온 전화 한 통에 활짝 웃었다. KBO리그 최초로 중고교에서 선수 등록없이, 사회인 야구와 독립 야구를 거쳐 프로에 입단한 한선태(LG)의 전화였다.
한선태는 올해 신인드래프트 2차 10라운드(전체 95순위)로 LG에 입단해 25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됐고, 이날 잠실 SK전에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1사구 무실점으로 데뷔전까지 치렀다.

한선태는 2017년 챌린저스에 입단해 양승호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구속이 120km에 그쳤던 한선태는 챌린저스에서 투구폼을 수정해 140km까지 던질 수 있게 됐다.
눈부신 기량 향상을 보였지만, 당시 KBO규약에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선수는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없었다. 즉, 중고교 시절 선수로 야구를 하지 않을 경우 아무리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어도 신인드래프트 참가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다.
한선태가 가진 가능성을 본 양승호 감독은 규약 개정을 위해 뛰어 다녔고, 결국 ‘비(非)선수 출신’도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도록 KBO 규약이 개정됐다.
양승호 감독은 "경기 끝나고 (한)선태에게 전화가 오더라. 떨릴 법도 했는데, 첫 안타 후 다행히 병살타가 나왔고, 그 때부터 자기 공을 던지기 시작한 것 같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양 감독은 "처음에 파주에 왔을 때와 비교하면 정말 눈에 띄게 기량이 좋아졌다. 팔 각도를 수정하면서 구속이 10km 이상 올라갔다"라며 "LG에서 훈련을 하면서 더 좋아진 것 같다"고 한선태의 성장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선태 역시 "챌린저스 구단에서 정말 많이 배웠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조언도 남겼다. 양승호 감독은 "첫 등판이 좋아서 다행이다. 나중에 상대 타자에게 공략당하는 날도 오겠지만, 계속해서 경험을 쌓고, 배운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라며 "급한 마음 먹지 않고 차근 차근 준비하면 분명히 좋은 투수가 될 것"이라고 애정 가득한 메시지를 남겼다.
"LG에 좋은 투수가 생겨서 파주 챌린저스에 고마워할 것 같다"는 이야기에 양승호 감독은 오히려 손사래를 치며 "아니다. 오히려 뽑아준 LG 구단에 고맙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희망이 되지 않았나. 현재 파주에 좋은 선수가 눈에 띄는데, 다들 동기부여가 됐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