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아니지만, 류현진(LA 다저스)의 등판 하루 전, 쿠어스필드에서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여기에 30도가 넘는 건조한 날씨가 예상 밖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다저스는 2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서 33안타 22득점을 주고 받으면서 12-8로 간신히 승리를 거뒀다.
투수들에게 악명이 높은 ‘쿠어스필드’ 다운 경기 내용이었다. 이날 양 팀은 초반부터 상대 마운드를 두들겼다. 양 팀 투수들의 제구가 말을 듣지 않았다. 이날 다저스 선발 워커 뷸러의 주무기 슬라이더는 예리하게 꺾이지 않고 밋밋했다. 이는 잘 맞은 타구들로 연결됐고, 타구 스피드는 총알 같았다.

해발 1600m의 고지대에 위치한 쿠어스필드는 산소가 다른 구장들보다 희박해 투수들의 변화구의 저항이 줄어들어 각이 평소보다 덜 꺾이고, 대신 타자들의 타구는 공기 저항을 덜 받아서 더 많이 뻗어가는 특성을 갖고 있다. 1995년 개장부터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별칭이 붙은 구장이다.
콜로라도 구단은 이런 상황에서도 나름대로 해결책을 냈었는데, 2002년부터 습도조절장치인 ‘휴미더’를 설치해 공인구를 더 습하게 만들었다. 공을 좀 더 무겁게 만들어 타구 비거리가 덜 나오게 만들고, 투수들은 습한 공을 손에 쥐었을 때 좀 더 달라붙는 느낌을 들게해서 변화구 각을 제대로 만들 수 있게끔 만드려는 장치다. ‘휴미더’의 효과를 일정 부분 봤던 콜로라도이고, 실제로 효과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휴미더’의 효과는 제한적이다. 실제 경기를 펼쳤을 때의 날씨가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다저스와 콜로라도전의 경기 개시 시간은 한국 시간으로는 28일 오전 9시 40분, 현지 시간으로는 27일 오후 6시40분이었다. 플레이볼 선언 당시 기온은 화씨 93도. 섭씨 33.9도의 무더운 날씨였다. 습하지도 않았고, 건조한 무더위의 날씨였다. 공은 더욱 가벼워지고 타구의 비거리는 늘어난다.
이날 홈런 2개를 때려냈던 맥스 먼시는 경기 전 연습 배팅 때 외야 관중석 3층에 꽂히는 대형 홈런포를 때려내기도 했다. 경기 후 먼시는 “공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오늘 나온 타구들은 그동안 쿠어스필드에서 볼 수 있었던 타구들이 나왔다”고 말하며 심상치 않았던 타구들을 묘사했다.
이제 29일, 류현진이 등판할 시기의 기온과 습도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예보 상으로는 경기 개시 시작 즈음(오후 6시 40분) 덴버 지역의 날씨는 화씨 94도(섭씨 34.4도), 습도는 12~15% 정도다. 건조한 무더위의 날씨가 류현진의 투구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체인지업과 커브 등 주로 구사하는 변화구들이 말을 듣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류현진은 통산 쿠어스필드에서 4경기 1승3패 평균자책점 7,56에 머물렀다. 류현진도 쿠어스필드의 악령에 시달렸다. 과거의 기록, 그리고 등판하는 날의 변수 등이 류현진에게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과연 쿠어스필드에서 류현진의 4번째 10승 도전은 무사히 마무리 될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