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볼러에게 팔꿈치 부상은 숙명인 것일까.
한화 선발진의 토종 에이스로 떠오른 장민재(29)는 28일 대전 키움전에서 2이닝 만에 조기 교체됐다. 오른쪽 팔꿈치 통증 때문이었다. 2회 투구 도중 통증을 느꼈고, 선수 보호 차원에서 투구수 41개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1회부터 조짐이 있었다. 직구 평균 구속이 135km로 빠르지 않은 장민재이지만 이날은 1회 직구 구속 대부분이 130km대 초반에 머물렀다. 2회 선두 송성문에겐 던진 1~2구 직구는 구속이 128~129km에 그쳤다.

투수에게 팔꿈치 통증은 직업병과 같다. 어느 투수나 크고 작은 통증을 안고 있지만 장민재가 ‘포크볼러’라는 점에서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 장민재는 올해 직구(47.4%)만큼 포크볼(45.8%)을 많이 던지고 있다. 거의 1대1 비율. 부상을 당한 이날 키움전에서도 직구와 포크볼을 20개씩 똑같이 던졌다.
지난 16일까지 특정 구종을 300구 이상 던진 투수 중에서 장민재의 포크볼 헛스윙 유도율(19.7%)이 리그에서 가장 높았다. 유리한 카운트에서 결정구뿐만 아니라 카운트 잡는 공으로 적극 활용했다. 직구처럼 날아오다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뚝 떨어지는 포크볼에 타자들의 배트가 쉽게 나온다. 장민재의 포크볼 제구력도 완벽했다.
이처럼 올해 장민재의 성공을 이끈 ‘마법의 포크볼’이지만, 일각에선 너무 많이 던진다는 우려가 있었다. 한용덕 한화 감독도 이달 중순 “상대 타자들이 장민재의 포크볼을 공략하지 못하다보니 비중이 높아지긴 했다. 30% 정도 비율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지, 중지를 벌려 손가락 사이에 깊숙하게 끼는 포크볼은 팔꿈치에 긴장을 주며 무리가 가는 구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다른 구종처럼 던지는 순간 공을 채주는 게 아니라 손가락 사이에서 빠지는 공이라 팔에 남은 힘이 팔꿈치 관절, 인대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KBO리그 역대 최고 포크볼러로 꼽히는 조정훈(전 롯데)도 무려 3번이나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길고 긴 재활 시간을 보냈다. 이용찬(두산) 이태양(한화) 박세웅(롯데) 등 포크볼을 주무기로 한 현역 투수들도 모두 한 차례 이상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바 있다.
9위로 처지며 힘겨운 레이스를 벌이고 있는 한화로선 장민재의 팔꿈치 통증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부상이 크지 않아야 하지만 올 시즌 성공을 이끈 구종, 패턴에 변화를 주는 것도 쉽지 않다. 악마의 유혹, 포크볼 딜레마에 빠질 염려가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