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LA 다저스)은 다시 한 번 천적과 로키산맥 앞에서 좌절했다. 악연의 고리를 끊지 못했다.
류현진은 2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9피안타(3피홈런) 1볼넷 4탈삼진 7실점으로 강판됐다. 4번째 10승 도전은 쿠어스필드의 로키산맥 앞에 좌절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류현진은 ‘투수들의 무덤’인 쿠어스필드에서 1승3패 평균자책점 7.56의 성적으로 부진했다. 아울러 콜로라도를 상대로 통산 4승6패 평균자책점 4.97로 썩 재미를 보지 못했다. 지난 2017년 9월30일 이후 약 2년 만의 첫 쿠어스필드 원정이다.

또한 천적에게도 시달렸다. 콜로라도의 핵심 타자 놀란 아레나도는 류현진을 유독 괴롭혔다. 아레나도는 통산 5할7푼1리(21타수 12안타) 3홈런 8타점 OPS 1.752의 성적으로 류현진의 천적으로 군림했다.
지난 23일 홈에서 열린 콜로라도전에서도 아레나도에게 1회초 선제 적시타를 허용하는 등 2타수 1안타 1볼넷의 상대 기록을 남겼다. 이후 류현진은 “천적 관계를 이제는 조금씩 바꿔나가야 할 때가 아닌가”라는 말로 천적관계 청산을 다짐하며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류현진은 다시 만난 아레나도를 상대로 힘에 부쳤다. 1회말 아레나도와의 첫 타석부터 힘겨워했다. 아레나도를 상대로 몸쪽과 바깥쪽으로 볼배합을 펼치며 아레나도를 요리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결국 풀카운트까지 승부가 이어졌고 6구 째 몸쪽 93마일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다 좌월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혼신의 힘을 다해 던진 패스트볼이 아레나도의 먹잇감이 됐다. 아레나도를 상대로 통산 4번째 피홈런을 기록했다. 3-0의 리드는 천적에게 맞은 한 방으로 인해 3-2로 변했다.
4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는 선두타자로 만났다. 승부가 결정되기까지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류현진은 가운데로 밋밋하게 커터를 던졌고 아레나도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좌중간 깊숙한 곳까지 타구가 향했고 담장을 직격하는 2루타로 연결이 됐다. 아레나도를 상대로 두 타석 연속으로 장타를 얻어맞았다.

하지만 아레나도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커브와 체인지업 각이 점점 밋밋해졌고 5회가 고비였다. 결국 그 고비를 극복하지 못했다. 5회 선두타자 햄슨에 2루타를 맞은 뒤 대타 팻 발라이카에 좌월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2피홈런 경기는 올 시즌 두 번째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찰리 블랙몬에 좌전 안타를 허용한 뒤 데스몬드에 적시 2루타를 얻어맞아 추가 실점했고 이후 데이빗 달에게 다시 한 번 좌월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3피홈런 경기는 지난 2017년 6월12일 신시내티전 이후 처음이었다. 결국 류현진은 5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됐다.
올 시즌 최다 실점 경기였고, 지난 2014년 7월 9일 디트로이트전 2⅓이닝 7실점(7자책점) 이후 처음으로 7자책점 경기를 펼쳤다. 실점으로만 따지면 지난 2017년 5월 12일 콜로라도 쿠어스필드 원정 4이닝 10실점(5자책점) 이후 최다 실점 경기다.
경기 전 로버츠 감독은 “데이브 로버츠 감독 역시 “류현진은 2년 전과 확실히 다른 투수다. 선발 투수로서 자신의 임무를 달성할 것이다”고 말했다. 달라진 모습으로 2년 전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보였다.

하지만 악연은 끊어지지 않았다. 쿠어스필드 통산 성적 역시 5경기 평균자책점 9.15(20⅔이닝 21자책점), 8피홈런, 피안타율 0.381, WHIP 2.37 으로 높아졌다. 좋지 않았던 기록이 더욱 안 좋아졌다. 그리고 류현진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1.27에서 1.83으로 폭등했다. 류현진은 쿠어스필드에서 다시 한 번 악몽과 같은 하루와 마주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