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이 ‘투수들의 무덤’ 쿠어스 필드에서 다시 한 번 쓴 맛을 맛봤다.
류현진은 2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해 4이닝 9피안타(3피홈런) 4탈삼진 1볼넷 7실점으로 무너졌다. 평균자책점은 1.27에서 1.83으로 치솟았다.
쿠어스필드는 해발고도 약 1600m에 위치한 구장이다. 고지대에 있다보니 공기가 건조하고 밀도가 낮아 타구가 잘 뻗어나갈 뿐만 아니라 투수에게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고 공의 제구가 흐트러지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류현진은 평소와 달리 포심 제구가 날카롭게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포심 28구 중 절반이 넘는 15구가 볼 판정을 받았다. 콜로라도 타자들이 공을 잘 골라내기도 했지만 평소보다 스크라이크 존에서 벗어나는 공이 많았다.
포심의 위력 역시 평소 같지 않았다. 최고 구속은 시속 92.6마일(149.0km)까지 나왔지만 평균구속은 3회 91.1마일(146.6km)에서 4회 90.4마일(145.5km), 5회 89.9마일(144.7km)로 점점 떨어졌다. 5회 최고 구속은 90.5마일(145.6km)이었다.
제구와 구위가 모두 좋지 않다보니 이날 포심은 류현진의 구종 중 가장 안좋은 결과를 낳았다. 아웃카운트는 단 하나도 잡지 못했고 홈런 2방과 볼넷 하나를 허용했다.
류현진은 지난 23일 다저 스타디움에서 콜로라도를 상대했을 때처럼 커브 비중을 높여 위기를 벗어나려고 했다. 이날 류현진의 커브 비율은 21.0%(17구)로 평소의 2배 가량 높았다. 커브의 비중을 높게 가져간 것은 삼진 2개를 포함해 아웃카운트 5개를 잡았고 안타는 하나 밖에 맞지 않으면서 어느정도 효과를 봤다.
포심(34.6%) 다음으로 높은 비율로 구사한 주무기 체인지업(22.2%)은 삼진 하나를 포함해 아웃카운트 5개를 올리면서 여전한 위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지난 경기와 마찬가지로 콜로라도 타자들이 체인지업을 노리고 들어오면서 홈런 하나를 포함해 2피안타를 기록했다.
투심과 커터는 각각 9구(11.1%)로 많이 던지지는 않았다. 두 구종 모두 안타 2개씩을 허용해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류현진은 빠른 구속으로 타자를 압도하는 투수는 아니다. 하지만 포심을 중심으로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해 타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것에 능하다. 이러한 전략은 기본적으로 포심을 활용해 볼 카운트에서 우위를 점할 때 빛을 발한다. 포심이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자 변화구만으로는 이를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쿠어스 필드에서 매 경기 힘겨운 투구를 한 류현진은 이날 경기에서도 포심이 말을 듣지 않으면서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류현진에게는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쿠어스 필드에서 치르게 된 것이 너무나 아쉬운 하루였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