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 차근 준비하겠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메이저리그 무대에 한 경기라도 나서고 싶습니다."
배지환(20)은 경북고 재학시절 '특급 유망주'로 평가를 받았다. '이영민 타격상'을 받을 정도로 매서운 타격은 물론, 빠른 발과 안정적인 수비 능력까지 국내 스카우트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배지환은 더 큰 무대를 꿈꿨다. 2018년 신인드래프트 불참을 선언했고,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계약상 문제가 생기면서 계약이 파기됐다. '미아'가 되는 듯 했다. 일본 독립구단 트라이아웃에 참가하면서 배지환은 야구 생활을 이어가려고 노력했다. 배지환의 재능을 높게 산 피츠버그가 손을 내밀었고, 계약금 125만 달러(약 14억원)에 손을 잡았다.
![[사진] 배지환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19/06/29/201906292044772303_5d17a2d6de7c3.jpeg)
고교 무대를 평정한 유망주들이 KBO리그 구단 지명을 받는 대신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냉정할 정도로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 배지환을 향해서 우려의 시선도 많았다. '한국 구단에서 기량 가다듬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것이 어떤가'라는 조언을 해주는 사람도 많았다.
배지환의 신념은 확고했다. 더 큰 무대에서 뛰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배지환은 "세계 곳곳에서 잘하는 선수들이 모여 뛰는 선진 리그에서 나도 뛰고 싶었다. 청소년 대표팀에서 처음으로 다른 나라 선수들과 야구을 해보고 큰 흥미를 느꼈던 것 같다"고 눈을 빛냈다.
그는 "(KBO 입단 후 메이저리그 진출 이야기가) 당연히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국에 있었으면…' 하는 말로 얘기를 꺼낸다. 그런데 내가 한국에 입단했다한들 신인때부터 기회를 보장 받고,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 미국에 도전할만큼의 선수로 성장했을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그래서 일찍 기회가 왔을때 잡고 싶었다"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쉽지 않은 길임에는 분명했다. 문화적 차이는 물론 이동거리가 긴 마이너리그에서 체력 유지를 하기는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인종차별도 겪어야 했다.
배지환은 "미국 땅이 크다보니 원정 경기 이동 시간도 오래 걸린다. 구단버스로 가까운 곳은 1시간 먼 경우는 10시간까지 걸린다. 다행히 장거리 원정일 경우는 구단에서 큰 버스를 제공한다.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들만 이동하기 때문에 옆자리가 빌 경우 옆으로 누워서 가거나 버스 바닥에서 대자로 누워 가는 경우도 있다"라며 "그만큼 체력 소모도 심하다. 그래서 더욱 잘 먹어야하고 누군가 챙겨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잘 챙겨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인종차별 문제도 체감하곤 한다. 현명하게 잘 대처하면서 넘기려고 노력한다. 야구 외적으로는 당연히 외로움이 제일 크다. 곁에 친한 친구들이 있고 없고를 떠나 집과 가족들이 그리울때가 온다"고 밝혔다.

'타고난 힘'의 차이도 느꼈다. 그는 "미국과 남미 선수들은 타고난 것이 있어서 힘이 다르다. 가끔 어린 남미 선수들이 내게 금지 약물을 복용했다 자랑스럽게 말하기도 한다. 내가 가장 부족한 게 파워이기 때문에 신경 쓰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나는 나대로 가지고 있는 장점을 더욱 살리면 반대로 더 경쟁력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차이'만큼 배지환은 노력을 택했다. "좀 더 질 좋은 타구를 치기 위해 타격코치님과 스윙을 교정 중이다. 한 살이라도 어린 나이일때 더 많은 것을 시도해보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하고 싶다" 배지환이 내비친 욕심이었다.
"단 한번의 타석이든 단 한 이닝의 수비가 됐든 언젠가는 메이저리그에서 꼭 뛰어 보고 싶다"는 목표를 내건 배지환은 갈 길이 다소 멀기는 하지만 흔들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다행히 최근 미국 현지 에이전트와 계약을 맺는 등 한 걸음씩 목표를 향해 다가갔다. 팀 내 유망주 랭킹도 지난해 27위에서 최근 13위까지 올랐다.
배지환은 "지금은 로우 싱글A리그에서 뛰고 있는데 내년에는 하이 싱글A에서 뛰는 것을 단기적인 목표로 잡았다"라며 "다만, 조급해질 수도 있는 만큼, 몇년 차에 어느 레벨의 리그에서 뛰겠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금 주어진 현실에서 최선을 다해 나의 능력치를 높여가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고 싶다. 준비가 된다면 언제든지 기회는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