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공백 이겨낸' 유현이, 여자프로볼링계 괴물신인 바람몰이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9.07.01 06: 00

2019년 여자 프로볼링계에 '신인 유현이' 바람이 불고 있다.
유현이는 지난 28일 세종특별자치시 나사월드볼링경기장에서 열린 ‘2019 나사월드볼링컵 SBS 여자프로볼링대회’ 결승전에서 팀 동료이자 톱시드 전귀애(29, 팀 타이어뱅크)를 258-248로 꺾고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유현이는 지난 3월 청주투어에 이어 2승에 성공했다. 올해 데뷔한 신인이 한 시즌 2승을 거둔 것은 지난 2012년 한솔 이후 유현이가 처음이다.

[사진]한국프로볼링협회 제공

이번 시즌에만 벌써 3번째 TV파이널에 등장한 유현이는 김효미(타이어뱅크)와 본격적인 다승 경쟁에 돌입했다. 또 유현이는 앞으로 남은 대회가 많은 만큼 신인왕과 함께 시즌 MVP까지 노려볼 수 있게 됐다.
'무표정'하던 유현이의 눈에서는 이날 3차례나 눈물이 흘러내렸다. 우승 직후 기쁨의 눈물을 흘린 유현이는 방송 인터뷰와 기자단 인터뷰에서도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고마운 분들이 생각났다"는 그는 "팀도 그렇고 부모님도, 볼링장 사장님도 저를 응원하러 와주셨다. 계속 마음이 쓰였는데 우승하고 나서 갑자기 감정이 올라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현이는 프로 입문 전 3년 동안 볼링 공백기를 가졌다. 볼링국가대표를 꿈꿨던 유현이는 대학(위덕대) 생활 2년 동안 집(서울)을 떠나 합숙생활을 하며 볼링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오른 손목을 다친 후 부상 기간이 길어지자 조금씩 볼링에 흥미를 잃었다. 
결국 유현이는 볼링이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후 3년 동안 서울로 올라와 편입(한양대)한 유현이는 스피닝 강사, 유아체육 강사 자격증을 따내며 졸업 후 새로운 진로를 모색했다. 그 때만 해도 유현이 스스로도 완전히 볼링과의 인연이 끝났다고 믿었다.
하지만 유현이의 마음 속에서는 잊혀졌던 볼링에 대한 그리움이 다시 싹 트기 시작했다. 친한 친구(임소정)가 홀로 1년 동안 훈련한 끝에 실업팀(구미시청)에 입단하는 모습을 본 것이다. 뭔가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피어올랐고 다시 볼링의 길로 다시 들어섰다.
유현이는 "친구가 1년 동안 열심히 준비해서 실업팀에 들어가는 것을 옆에서 보며 다시 볼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열심히 준비했는데 막상 실업 쪽에서는 연락이 오지 않았고 스스로 생각할 때 프로생활이 더 맞을 것 같다는 판단을 했다. 지금의 프로생활도 힘들지만 대학 때보다는 그걸 이겨낼 정도로 성숙해진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사진]한국프로볼링협회 제공
지난 1월 프로 테스트를 통과한 유현이는 첫 데뷔전이었던 2019 청주투어에서 본선 1위를 기록하며 TV파이널 결승전에 직행했다. 그리고 여자 최다승 보유자인 최현숙(타이어뱅크)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공식 데뷔전 무대에서 우승트로피까지 품은 것이었다.
그 때만 해도 유현이의 우승은 깜짝 놀랄 사건 정도로 치부됐다. 하지만 3번째 대회였던 글로벌 900컵에서 유현이가 3위에 오르자 조금씩 평가가 달라졌다. 그리고 이번 대회서 다시 정상에 오르자 '괴물신인'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다. 전체적인 투구동작이 물 흐르듯 무리가 없는 모습에 정확성까지 가미돼 언제든 정상에 설 수 있다는 평가다.
유현이는 "볼링을 포기하지 않도록 해주시고 그만 두겠다고 할 때도 묵묵하게 지켜봐주신 어머니께 감사하다. 내가 긴장할까봐 경기장에 잘 안오시는데 지난 글로벌 900 대회 때 처음 오셔서 응원해주셨다. 오늘은 아버지가 처음 경기를 보러 오셨다"고 가족에게 가장 먼저 고마움을 표시했다.
유현이는 일과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남자 프로 1기인 신영일 프로가 사장으로 있는 장안동 퍼펙트 볼링장에서 정규직원으로 일하며 회원 레슨 프로로도 활동하고 있다. 유현이는 "사장님께서 오히려 훈련을 하라고 등 떠 미신다. 프로 출신이라서 많이 배우고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셔서 사장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유현이의 목표는 역시 신인왕이다. "최현숙 프로처럼 최다승을 목표로 하고 싶다. 하지만 올해는 매 게임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그렇게 하다보면 언젠가 (최다우승에 대한) 행운이 올 것 같다"는 유현이는 "당연히 한 번 뿐인 신인왕이 현재 목표"라고 당찬 포부도 숨기지 않았다.
[사진]한국프로볼링협회 제공
한편 유현이의 트레이드 마크는 '보이시'한 헤어스타일이다. 항상 짧은 머리카락을 고수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무표정한 모습으로 경기에 임해 '귀여운 남성미'를 풍기고 있다.
이에 유현이는 "지금까지 한 번도 다른 머리스타일을 해 본 적이 없다. 팬들이 다른 스타일을 원하더라도 팬들을 설득시키고 싶다. 개인취향"이라고 웃은 뒤 "상대에게 내가 떨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내 경기에만 집중하다보니 리액션이 없다. 마지막 9, 10프레임이 돼서야 점수를 확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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