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부 리그 팀들의 이변 속촐. 그 내면에는 K리그 팀들의 정체와 경쟁력 저하가 있었다.
K리그1(1부) 팀들에게 지난 2일과 3일 열린 FA컵 8강전은 수난 시대였다. 모두 하부 리그 팀들에게 발목을 잡히거나, 고전을 면치 못했다.
먼저 강원 FC는 대전 한밭운동장에서 열린 대전 코레일(내셔널리그)과 FA컵 8강전에서 0-2로 패배했다. 리그 경기를 고려한 대거 로테이션이 발목을 잡았다.

강원의 김병수 감독은 이날 명단서 주전 선수들을 제외하고 젊은 선수들 위주의 라인업을 구성했다. 이러한 방심은 완패로 이어졌다.
코레일은 전반부터 일방적으로 강원을 몰아쳤다. 결국 후반 23분 터진 이근원의 결승골을 시작으로 후반 추가 시간 이관표의 추가골까지 더해 2-0 완승을 매조지었다.
경남 FC는 더욱 비참했다. 그들은 같은 날 창원 축구센터에서 열린 화성 FC(K3 리그)와 8강전서 유병수-문준호에게 골을 내주며 1-2로 패했다.

강원과 달리 경남은 FA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주전 멤버 대부분을 가동시켰다. 그럼에도 홈에서 열린 경기에서 무너졌기 때문에 더욱 뼈아픈 패배였다.
경남은 전반 20분 유병수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을 뿐만 아니라 후반 5분 문준호에게 추가골을 내줬다. 후반 18분 김승준의 페널티킥으로 만회했지만, 후반 37분 재차 페널티킥 찬스서 김승준이 실패하며 탈락했다.
수원 삼성 역시 하부 리그 팀에게 제대로 혼줄이 났다. 수원은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경주 한수원(내셔널리그)과 FA컵 8강전서 정규 시간 90분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하며 힘든 경기를 펼쳤다.
이날 수원은 경기 초반 주도권을 잡고 전반 12분 타가트가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터트렸지만 추가골을 넣는데 실패했다. 오히려 전반 막판 임성택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90분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연장전에 들어간 수원은 연장 전반 12분 김민규에게 역전골을 허용했다. 수원 입장에서 다행히도 위기에 몰리자 수원 선수들의 투지가 살아났다.
수원은 연장 후반 6분 골문 앞 혼전 상황에서 염기훈이 떨궈준 공을 고명석이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극적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극적으로 들어간 승부차기에서 수원은 '수호신' 노동건의 페널티킥 3차례 선방과 염기훈-타가트-송진규의 침착한 슈팅으로 3-1로 승부차기서 살아남았다.

앞서 2일 열린 경남 창원 축구센터에서 열린 8강전서도 상주 상무가 창원시청에 고전 끝에 2-1 승리를 거뒀다. 모든 K리그 팀들이 힘든 승부를 펼쳤다.
실제로 코레일은 K리그1에서 우승을 다투는 울산 현대를 잡았을 뿐만 아니라 16강서는 서울 이랜드마저 제압했다. 3차례나 K리그 1,2 팀을 잡았다면 우연이 아니다. 그냥 실력이다.
FA컵에서 일어난 하부 리그 팀들의 반란에 대해서는 내셔널리그와 K3 리그 팀들의 실력이 안정화된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K리그1, K리그2 팀들이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수원을 벼랑 끝까지 몰아쳤던 한수원의 서보원 감독은 경기 후 기자 회견서 "K리그 1, 2 팀들이 더 잘해야 한다. 국가 대표급 선수와 외인을 제외하면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서보원 감독은 "수원과 대등하게 싸워서 만족한다"라면서 "사실 수원과 붙어도 잘한다는 느낌보단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K리그1, 2팀들이 더 발전하고 좋은 선수를 배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K리그는 이번 시즌 아시아 무대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여줬다. 시도민 구단 대구 FC와 경남이 조별리그서 탈락했을 뿐만 아니라,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도 16강서 고배를 맛봤다.
하부 리그 팀들에게 고전할 정도로 확연해진 K리그 팀들의 정체가 아시아 무대에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 K리그 팀들이 어느 때보다 변화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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