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라운드 얕보지 마라, 한선태-박윤철의 '유쾌한 반란'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9.07.05 06: 03

또 한 명의 10라운드 신인이 눈부신 활약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화 신인 투수 박윤철은 두 번이나 10라운드 지명을 받은 특이한 이력이 있다. 서울고 졸업 당시 한화에 2차 10라운드로 지명받았으나 연세대로 진학했다. 그리고 4년이 지나 2019 신인 드래프트에서 또 2차 10라운드(전체 93순위)로 한화에 지명을 받았다. 
박윤철은 4일 잠실 LG전에 프로 데뷔 후 첫 선발로 등판했다. 장민재가 팔꿈치 부상으로 빠지면서 임시 선발로 나선 것. 퓨처스리그에서 8경기(선발 5경기)를 뛰며 4승 2패 평균자책점 3.90으로 선발 경험을 쌓아왔다. 1군에서는 불펜으로만 7경기에 출장해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5.79로 분위기를 익혔다.

[사진] 한화 박윤철-LG 한선태(오른쪽)

긴장될 법한 프로 첫 선발 등판에서 박윤철의 피칭은 눈부셨다. 5이닝 동안 무피안타 무실점. 볼넷을 3개 내주고 삼진은 7개나 잡아냈다. 직구 최고 구속 145km와 커브, 포크, 체인지업도 골고루 구사했다. 1~2회 초반에는 직구로 카운트를 잡고 결정구를 포크로 삼진을 뽑아냈다. 3회 이후로는 직구에다 체인지업, 커브로 볼 배합이 바뀌며 LG 타자를 무력화시켰다. 
박윤철의 호투로 한화는 5회까지 3-0으로 리드했다. 풀카운트가 많아 5이닝 만에 투구 수 100개가 된 것이 아쉬웠다. '5이닝 노히트'의 박윤철이 내려간 뒤 한화는 불펜이 흔들리며 3-4로 역전패했다. 눈부신 호투를 보여줬지만 승리 보상이 따르지 않은 것이 아까웠다. 형들이 승리를 지켜주지 못했다. 승리까지 기록했더라면 앞으로 더 큰 동력이 됐을 터. 
박윤철이 노히트 피칭을 이어갈 때 반대쪽 LG의 더그아웃에는 2019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0라운드(전체 95순위)로 지명받은 '비선출' 투수 한선태가 앉아 있었다. 한선태는 고교 때까지 정식 아마추어 선수로 뛰지 못했지만, 군 제대 이후 야구에 열정을 쏟아부어 독립리그 파주 챌린저스, 일본 독립리그까지 가서 야구를 계속했다. 노력은 결실을 맺었고, 비록 10라운드지만 프로 구단의 지명까지 받았다. 
한선태는 퓨처스리그에서 0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눈길을 받아 당초 계획보다 빨리 6월에 1군에 콜업됐다. 퓨처스리그 19경기(25이닝)에서 1패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0.36을 기록했다. 1군에 올라와서는 편안한 상황에서 등판하며 3경기 3이닝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 중이다. 류중일 LG 감독은 "한선태가 계급장(승리, 홀드)을 달아야 하는데, 앞으로 기회가 오지 않겠나"라고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 10라운드, 프로 선수가 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받은 선수다. 그러나 열정만큼은 여느 선수 못지 않다. 그리고 노력에는 배신이 없다. 한선태는 자신의 모자에 '하면 된다'라는 글을 적어뒀다. 자신의 앞에 붙은 숫자가 아닌, 마운드에서 보여주는 자신의 공에 따라 앞길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한선태와 박윤철이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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