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퇴장을 당한 사람은 김응룡(78) 전 한화 감독이다. 해태 시절 5차례, 한화 시절 2차례로 총 7차례 퇴장. 김응룡 전 감독은 한화 감독 시절 “퇴장 이야기는 그만 했으면 좋겠다. 창피한 일이다”면서도 “그게 다 작전 아닌가”라고 어느 정도 의도성을 인정했다.
경기가 풀리지 않거나 분위기 전환이 필요할 때 퇴장을 통해 선수단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판정에서 불이익을 느낄 때 심판들에 경고하는 의미도 있었다. 거구를 자랑하는 김응룡 전 감독이 심판에게 다가가 밀치는 ’배치기 동작’은 트레이드마크였다.
7일 KBO리그에서도 오랜만에 심판을 밀친 감독의 배치기가 나왔다. 해태 시절 김응룡 감독 밑에서 주축 투수로 활약하며 왕조 멤버로 활약한 이강철(53) KT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이강철 감독은 이날 대전 한화전에서 9회초 비디오 판독 결과에 강력 어필하다 퇴장을 당했다. 지난 5월2일 잠실 LG전 이후 개인 2호 퇴장.


KT가 4-3으로 역전한 9회초 2사 1,3루 상황. 더블 스틸을 시도하다 3루 주자 송민섭이 런다운에 걸렸다. 송민섭이 홈으로 슬라이딩을 들어갔지만 커버를 들어온 한화 1루수 이성열에 의해 태그 아웃됐다. KT는 비디오 판독을 요청해지만 원심 그대로 아웃. 경기 후 심판진에선 “2019 공식야구규칙 ‘6.01 방해, 업스트럭션’ <7.13> 홈 플레이트에서의 충돌 2항에 근거, 포수나 야수가 공을 받고 기다렸을 때 블로킹을 해도 상관없는 것으로 판독실에서 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이 작심한 듯 그라운드로 나와 이영재 주심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이강철 감독과 이영재 심판은 동국대 2년 선후배 사이. 이강철 감독은 홈 플레이트 앞을 막은 이성열의 위치가 홈 충돌 방지법에 따른 주루 방해라고 어필했다. 비디오 판독 결과가 나온 상태에서 어필은 곧바로 퇴장이지만 이강철 감독은 아랑곳 않고 어필을 이어갔다.
홈에서 수비 동작을 취하며 목소리를 높인 이강철 감독은 퇴장 명령이 나오자 이영재 심판을 배로 밀치기도 했다. 코치들이 만류했지만 막을 수 없었다. 전날(6일) 한화전에서 9회말 심판 재량 비디오 판독으로 원심이 뒤집어져 다 잡은 승리를 놓친 상황에서 이틀 연속 애매한 판정이 나오자 폭발했다. 이강철 감독은 이날 경기 전에도 “룰대로 했으니 불만은 없다”면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왔을 때 심판들이 똑같이 적용할지 보겠다. 어느 팀이든 억울함 없게 심판들이 정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점잖은 신사로 알려진 이강철 감독이지만, 이례적으로 배치기까지 한 것은 반복되는 판정 불이익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해석 가능하다. 아울러 9회말 작전 실패로 흐름이 끊길 수 있는 상황에서 선수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오버 액션’일 수도 있다. KT 선수들은 9회말 1점차 리드를 지키며 퇴장을 불사한 이강철 감독에게 승리로 보답했다.
경기 후 이강철 감독은 “연승 후 연패를 당하지 않고 승리해서 고무적이다. 마지막까지 선수단 모두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고참들 포함해 모든 선수들에게 승리의 공을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뼈아픈 역전패로 긴 연승 후유증이 우려됐지만, 짜릿한 위닝시리즈로 기분 좋게 한 주를 마무리했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