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인간스포일러"..'FM영화음악' 박명훈에게 봉준호와 아버지란? [종합]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9.07.09 20: 56

영화 ‘기생충’의 인간 스포일러, 배우 박명훈이 ‘FM영화음악 정은채입니다’로 생애 첫 라디오 생방송에 나섰다. 
9일 오후 8시 생방송으로 진행된 MBC FM4U ‘FM영화음악 정은채입니다-영화음악 초대석’에 영화 ‘기생충’의 비밀병기 박명훈이 게스트로 나왔다. 생애 첫 라디오 출연이라는 그는 “이선균이 정은채님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했다”며 “이선균 박사장님 저 나왔다. 여전히 리스펙트합니다”라고 인사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명훈은 영화 ‘기생충’에서 문광 남편 역을 맡았다. 그는 “인간 스포일러, 지하남을 맡은 박명훈”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영화랑 달라서 만나도 못 알아보신다. 제가 영화에서 오래 숨어 있다 나오니까 알아봐 주시니 짜릿하다. 하루 동안 열 분 만난다면 두 분 정도만 알아봐 주신다. 기분 좋고 실감이 안 나면서 꿈인가 생시인가 싶다. 재밌고 감사하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독립영화 ‘재꽃’ 덕분에 박명훈은 봉준호 감독의 픽이 됐다. 그는 “감독님이 좋게 봐주신 것 같다. 8개월 후에 ‘기생충’ 미팅으로 연락이 와서 만나게 됐다. 감독님의 계획이었다. 시의적절할 때 불러주셨다”며 “감독님이 촬영 전 저희 동네 근처에 오셔서 인물에 대한 얘기를 편하게 나눴다. 인물이 등장하기 전까지 뭘하고 살았을지 감독님은 규정 짓지 않는다. 영화에선 인물이 기이할 수 있지만 저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환경이 그렇게 만든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박명훈은 파트너인 이정은 배우에게 고마운 마음을 아낌없이 전했다. 그는 “전 저보다 이정은 배우가 너무 짠했다. 저도 저절로 짠해지더라”며 “정은 배우를 안 지 15년이 됐다. 현장에서 만나니까 자연적으로 나오는 것들이 많았다. 세월을 무시할 수 없더라. 둘이 춤 추는 장면이 ‘기생충’의 쉼표처럼 느껴졌다. 이정은 배우는 춤을 잘 춘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봉준호 감독에 대해서는 “좋을 거라고 상상했다. 워낙 칭찬이 많으니까. 다만 상업영화 현장은 처음이라 엄숙한 분위기일 줄 알았는데 전주 세트장에서 즐겁게 찍고 계시더라. 이렇게 찍어도 영화가 나오나 싶을 정도로 자유롭고 즐거운 분위기였다. 마음이 편해졌다. 감독님은 유머러스하고 재밌다. 하지만 봉테일 별명을 싫어하신다. 예민해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지혜로우시더라”고 찬사를 보냈다. 
박명훈은 박사장(이선균 분)네 지하실에 숨어 있다가 작품 중후반부에 등장해 극의 분위기를 180도로 바꾼다. 그는 “지하 세트장에 처음 갔을 땐 어두웠다. 혼자 지하에 먼저 있어봤다. 잠도 자보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는데 지하실이 아늑하고 아련해지더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뭔가가 느껴졌다. 평온한 느낌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존재 자체가 스포일러이기에 행동은 조심스러워했다. 박명훈은 “그래도 ‘칸영화제’에 같이 갔다. 영화 개봉 전이라 공식석상에 나서지 못해서 안 간 줄 아시더라. 감독님 배우들과 같이 잘 다녔다. 영화 상영할 때엔 배우들과 감독님이 앉은 자리에서 조금 벗어나서 혼자 앉아 있었다. 음흉하게 웃고 있었다. 아쉬움보다 짜릿함이 컸다. 영화 개봉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니 짜릿하고 좋다. 아주 그냥 미쳐버리겠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심지어 가족들에게도 ‘기생충’ 출연을 비밀로 했다고. 박명훈은 “아내에게도 영화 촬영갈 때 비밀로 했다. 참고 기다려줬다. 감사하다. 영화 개봉하고 가족들이 정말 좋아했다. 지금도 꿈꾸는 것처럼. 아버지가 송강호 배우와 봉준호 감독의 팬이다. 그 영화에 아들이 나오니까 정말 좋아하시더라. 한 번도 효도한 적이 없었는데”라며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어 그는 "촬영 때 아버지께서 폐암 선고를 받았다. 촬영 때 슬쩍 얘기했었는데 감독님도 들으셨나 보더라. 개봉 전 감독님이 '아버님 위중하시니 먼저 보여드리자'고 하셔서 깜짝 놀랐다. 감독님의 진짜 디테일은 인간에 대한 세심한 배려다. 저에겐 기적과 같은 순간이었다. 아버지도 너무 감사해하며 눈물을 흘리셨다. 옆에서 저도 찡했다"고 밝혀 듣는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  
그의 최애 영화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였다. 박명훈은 "하비에르 바르뎀 같은 악역이 나왔으면 좋겠다. 닮았다는 얘기도 많이 듣는다. 또 개봉을 앞둔 영화 '조커'를 기대하고 있다. 호아킨 피닉스 대단하다 싶다. 저 역시 매력적인 악인에 도전해 보고 싶다"며 야심을 내비쳤다. 
끝으로는 아내를 향해 "지금도 고생 중이지만 지금처럼 기적 같은 순간이 오지 않나. 아들을 위해서 우리 함께 아름답게 살자"고 영상편지를 띄웠다. 병상에 있는 아버지에게는 "아버님 지금 많이 힘들어 하시고 눈도 못 뜰 정도인데 항암치료 힘내서 받아주시길"이라고 진심을 보내 청취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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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FM영화음악 정은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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