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전 경기 자체의 묘미는 떨어졌다. 하지만 추억의 영웅들과 함께 보낸 클리블랜드의 밤은 뜨거웠다. 은퇴를 앞둔 CC 사바시아(뉴욕 양키스)와 최근 백혈병 투병 사실이 알려진 카를로스 카라스코(클리블랜드)를 향한 박수 갈채가 그 이유였다.
1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에서 열린 ‘제90회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경기는 아메리칸리그가 4-3으로 내셔널리그 올스타를 꺾으면서 7년 연속 승리를 거뒀다. 경기 자체가 긴박감은 있지 않았다.
관심거리라면 추가 발탁된 올스타 선수이자 클리블랜드를 홈으로 쓰는 쉐인 비버가 1이닝 3탈삼진 퍼펙트 피칭으로 MVP를 수상했다는 것. 비버는 올스타전이 열린 구장의 홈팀 선수가 MVP를 받은 역대 3번째 선수다. 지난 1999년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보스턴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그리고 1997년 프로그레시브필드의 이전 이름인 제이콥스필드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클리블랜드 샌디 알로마 주니어가 MVP를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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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클리블랜드를 더욱 뜨겁게 만든 순간 있다면 경기 전과 경기 중간, 그리고 경기 막판에 연출된 세 장면을 꼽을 수 있다. 일단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클리블랜드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을 기념하기 위해 올스타에 뽑히지 않았지만 사바시아를 ‘명예 올스타’ 자격으로 초청했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던 사바시아는 지난 2001년 데뷔해 2008시즌 중반까지 클리블랜드에서 활약했다. 클리블랜드의 2000년대 마운드를 이끈 주역이자 핵심이었다. 클리블랜드와 사바시아는 서로를 잊지 않았다.
이날 경기 전 사바시아는 시구를 하면서 올스타전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4-3으로 앞선 9회초 2사 후 사바시아는 투수코치 자격으로 마운드에 올랐고, 마무리 아롤디스 채프먼과 얘기를 나눈 뒤 다시 내려왔다. 클리블랜드 팬들은 은퇴를 앞둔 사바시아와 뜨겁게 작별 인사를 했다.
아메리칸리그 올스타 알렉스 코라 감독은 사바시아의 마운드 방문은 계획했던 것임을 언급했다. 코라 감독은 “사바시아는 15년 동안 빅리그 최고의 투수들 중 한명이라는 것을 인정 받았다. 250경기 이상 등판했고 3000개 이상의 탈삼진을 뽑아냈다. 클리블랜드에서 모든 것이 시작됐다. 우리 모두 사바시아가 은퇴할 것을 알고 있기에 우리는 사바시아가 어떤 선수였는지 모두에게 알리고 싶었다. 클리블랜드 팬들이 훌륭한 찬사를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내셔널리그 올스타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사바시아가 프로 생활을 시작한 곳에 돌아왔다. 그가 클리블랜드와 메이저리그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인정해야 하고, 그가 명예 올스타의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다. 환상적이었다”며 사바시아가 공헌한 바를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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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경기 중간에는 올스타에 참가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관중들이 다함께 ’암을 극복하자(I Stand Up For Cancer)’는 캠페인을 벌였다. 여기서 최근 백혈병 투병 사실이 알려진 클리블랜드 투수 카를로스 카라스코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부상자 명단에 올랐지만 사유가 밝혀지지 않았는데, 최근 카라스코가 인터뷰를 통해 백혈병 투병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올스타에 나선 선수들과 테리 프랑코나 클리블랜드 감독은 카라스코를 뜨겁게 안았고 클리블랜드 팬들은 카라스코에게 뜨거운 박수로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코라 감독은 “우리는 승패, 페넌트 레이스, 라이벌과의 경쟁 등에 휘말리게 되고 결국 그것이 일어난다. 하지만 우리에겐 야구 이상의 것들이 있다. 모두가 카라스코를 생각하고 있고 기도하고 있다. 우리는 그가 빨리 그라운드로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며 카라스코를 응원했다.
로버츠 감독 역시 “오늘 올스타전의 하이라이트 장면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카라스코와 그의 동료들은 오늘 감동적인 장면을 선사했다”며 카라스코를 위한 장면이 올스타전을 더욱 뜻깊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