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서 야구해요?" 고창 영선고 야구부, 강제 해체 위기 [오!쎈 테마]
OSEN 길준영 기자
발행 2019.07.11 05: 52

전라북도 고창군에 위치한 영선고등학교 야구부가 해체 위기에 몰렸다.
영선고는 2015년 창단한 신생팀이다. 역사는 길지 않지만 프로 선수도 2명(두산 베어스 전태준, 윤산흠) 배출했다.  
그런데 한창 야구에 열정을 쏟아야 할 영선고 선수들이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영선고 야구부가 오는 11월 해체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영선고 야구부/출처=영선고등학교

영선고 야구부는 창단할 때부터 분쟁의 불씨를 안고 있었다. 야구부 창단을 원하는 학교와 반대하는 전라북도 교육청이 첨예한 대립을 벌인 것이다. 
당시 도교육청은 신규 야구부 창단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영선고가 야구부를 창단하는 목적이 교육적인 것이 아니라 영선고의 학생수 유지를 위해서라는 것이 반대 이유였다.
도교육청은 “전라북도에는 초등학교 팀 4개, 중학교 팀 4개, 고등학교 팀 3개가 있다. 현재 있는 팀들만으로도 도내에 있는 유소년 야구선수들이 충분히 야구를 즐길 수 있다. 대부분의 팀들이 선수가 부족해서 타지역 선수들을 유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 유지를 위해 야구부를 창단하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영선고는 2015년 10월 도교육청 학교운동부운영위원회에 야구부 창단 신청을 했지만 통과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영선고는 야구단을 창단했고 2016년부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서 주최하는 공식경기에도 출전했다.
영선고가 야구부 운영을 강행하자 도교육청은 제재에 나섰다. 영선고 유도부 코치 인건비 등 여러 지원금 지급을 중단했다. 영선고는 이러한 제재에도 야구부 운영을 계속했지만 도교육청이 재정 결함 보조금(교직원 인건비)를 2016년 8월부터 중단하겠다고 통보하자 백기를 들었다. 영선고와 도교육청은 2016년 8월 수 차례 협의를 통해 2019년 11월 야구부를 해체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합의 내용에 따르면 영선고는 2018년부터 신입생 모집을 해서는 안됐다. 선수들이 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야구부가 해체되면서 입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영선고는 지난해와 올해 신입생을 모집했고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현재 영선고에서 뛰고 있는 1-2학년 학생들 입장에서는 갑자기 팀이 사라지는 당혹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영선고 신동수 감독은 “야구부를 유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한 학년만 데리고 야구부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영선고 야구부에는 2학년 6명, 1학년 2명이 남아있다. 만약 영선고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해체된다면 이들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던가 야구를 그만두어야 한다.
선수와 학부모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학부모회는 “우리는 야구부가 해체된다는 것을 올해 3월 입학하고 나서야 알았다. 아이들이 초등한생 때부터 야구만 해왔는데 갑작스레 꿈을 잃게 생겼다”며 울분을 토했다. 
도교육청은 “졸업 전에 팀이 해체되는 선수들은 패널티 없이 다른 팀으로 전학이 가능하다. 야구를 계속 하고 싶은 선수들은 다른 팀으로 전학을 해서 뛰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학생들은 안타깝지만 영선고가 독단적으로 선수들을 선발했고 야구부가 해체된다는 사실을 감췄다.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영선고에 책임을 넘겼다.
신동수 감독은 “신입생을 받으면 안됐었지만 야구부 운영을 위해서는 불가피했다. 그리고 2년간 신입생을 선발하고 문제 없이 팀을 운영하는 동안 교육부에서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면서 교육부의 관리 부실을 지적했다.
학부모들은 학교와 도교육청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학부모회는 “패널티 없이 다른 학교로 전학할 수 있다지만 이미 다른 팀들은 전력구상에 맞춰서 선수 선발을 한 상황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갑자기 들어오면 제대로 야구를 하고 경기에 나설 수 있겠느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도교육청은 “영선고에는 야구 특기자 전형이 배정되지 않았다. 영선고가 일반 전형으로 학생들을 받고 야구부 선수로 뛰게 한 것은 확인 할 방법이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도교육청 역시 관리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보인다. 현재 2학년 학생들은 지난해 신입생으로 야구부에 들어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정식 선수로 등록됐고 공식 경기에도 출전했다. 그럼에도 도교육청은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학부모회는 “학교와 도교육청 모두 과실이있다. 학교는 사기죄, 도교육청은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을 준비중이다”라며 법적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또 영선고와 도교육청이 KBO의 창단 지원금이 나오는 올해까지 야구부 해체를 유예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서는 공금횡령이라고 주장했다.
KBO는 지난 3년간 영선고에게 창단 지원금 4억 원을 지원했다. 영선고가 해체 수순을 밟으면서 KBO는 해체가 예정된 팀에게 거액을 지원한 셈이 됐다.
하지만 KBO는 법적 대응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KBO 육성팀은 “KBO는 프로단체이기 때문에 유소년 야구팀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다. 다만 유소년 야구 활성화가 곧 프로리그의 발전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지원하는 것”이라면서 “야구부 창단지원금은 학교와의 협약서를 기준으로 제공된다. 학교 학생수, 신입생 수 등 여러 기준을 정하고 있는데 이 기준을 충족하면 협약서 내용에 따라 지원금이 지급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유소년 야구 지원 사업을 2012년부터 시행중이다. 그동안 시행착오가 많이 있었고 협약서 내용도 개선되어 왔다. 야구용품을 현물로 지원하는 등 지원금이 야구부 운용외 목적으로 전용되지 않도록 막기 위한 관리는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영선고 사례 같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단 협약서에서는 지원금이 지급되는 3년간의 학교 이행사항만 명시되어 있고 3년 이후에 대한 내용은 없다. 학교가 협약서에 따라 3년간 기준을 잘 맞춰웠다면 KBO에서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KBO는 “이번 일을 계기로 지원금 지급 이후에도 야구부 운영을 관리할 수 있도록 협약서 내용을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라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들은 야구 하나만 바라보고 학창시절을 보냈다. 이렇게 아이들의 꿈이 짓밟히지 않았으면 한다. 그저 지금 팀에서 계속 야구를 하기를 바랄뿐이다”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러한 호소에도 영선고 야구부는 5년이라는 짧은 시간을 끝으로 역사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무것도 모른채 팀을 잃어버린 야구 꿈나무들은 이제 어디에서 야구를 해야할까. /fpdlsl72556@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