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류왕 인천 유나이티드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내용은 꽤나 만족스러운데 결과는 처참하다.
인천은 지난 13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21라운드 홈 경기서 FC서울에 0-2로 졌다. 4연패, 7경기(2무 5패) 연속 이기지 못했다. 매 시즌 극적인 잔류 드라마를 써내며 잔류왕으로 불렸던 인천이지만 진짜 위기를 맞았다.
인천이 올 시즌 리그 21경기서 따낸 승리는 고작 두 번이다. 승점 11, 꼴찌의 굴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0위 제주(승점 15), 11위 경남(승점 14)과 격차가 더 벌어지면 희망이 없다.

▲ 내용 좋은데 왜 질까
인천은 매 경기 수비진의 사소한 실수로 실점하고 있다. 수원과 직전 라운드서 수비 불안을 드러내며 3연패를 당했다. 서울전도 수비 집중력이 문제였다. 전반 45분 고광민에게 선제골을 내줬고, 후반 37분 박주영에게 쐐기골을 헌납했다. 12개팀 중 최소득점(12골)에 그친 빈공도 문제다. 서울전도 파상공세를 벌였지만 끝내 골문을 열지 못했다.
유상철 인천 감독은 "상대가 득점할 수 있고 어려운 상황으로 갈 수 있을 때 최대한 집중해야 한다. (실수에) 미리 대처하든가 최소화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뛴다. 결과가 따라줘야 심리적으로 처지지 않을 텐데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천의 간판 수비수 김진야도 비슷한 뜻을 나타냈다. "한끗 차이다. 결정력 차이, 수비 집중력 차이 등 작은 차이가 계속 패배로 이어지고 있다. 경기력이 좋은 건 상관없다. 프로는 결과로 말한다. 결과가 안 좋으면 내용도 안 좋았다고 판결난다. 내용이 좋아도 결과가 안 좋으면 패배한 것이다."

▲ 무승 고리 끊으려면
유상철 감독은 "선수들이 더 강해져야 한다. 나 또한 나약하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다. 인천이라는 팀은 반드시 승점을 가져올 것이다. 강등은 절대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감독으로서 약속드린다"고 다짐했다.
김진야는 "잘 풀리지 않는데 문제점을 찾아야 한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남에게 미루지 않고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하나씩 고쳐나가면 해답이 나올 것"이라며 희망을 얘기했다.
김진야는 "조직력은 문제가 아니"라고 단호히 말했다. "한끗 차이, 사소한 실수로 무너지고 있다. 고참 형들이 끌어주면 따라가야 한다. 그러면 감당할 수 있다."

▲ 희망도 있다
인천은 임은수 등 중앙 미드필더 자원이 줄부상으로 이탈해 중원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 여름 이적시장서 아시아 쿼터의 미드필더를 알아보고 있다. 전술 변화도 준비 중이다. 유 감독은 "미드필드는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선수를 보강하기 전까지 전술적인 변화를 주는 등 여러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했다.
유 감독은 잔류를 약속했다. "남은 경기를 봤을 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승점을 못 얻으면 정말 어려운 상황으로갈 수 있다. 포항 원정에 가서 꼭 승점을 가져오겠다."
무딘 창끝도 날카로움을 찾아야 한다. 남준재(제주)와 맞트레이드된 김호남은 후반기 처진 분위기를 끌어올릴 비장의 카드다. 서울전서 온전치 않은 몸으로 데뷔전을 치른 까닭에 활약이 미미했지만 스피드를 앞세운 공격력은 리그 정상급이다. 김진야는 "호남이 형은 인천에 모든 걸 쏟아붓고 싶어 한다. 나도 동기부여가 된다. 좋은 얘기도 많이 해주고 경험도 많은 형이다. 호흡을 잘 맞추면 좌측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dolyng@osen.co.kr

[사진] 인천=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