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함성에 눈물" 이범호의 잊지못할 마지막 만루 [오!쎈 현장]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9.07.14 09: 11

"스윙이 너무 빨랐어요".
KIA타이거즈 베테랑 이범호(38)가 지난 13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친정 한화이글스와의 은퇴경기를 끝으로 파란만장한 20년 프로생활을 마감했다. 이날 선발 3루수로 출전해 볼넷 1개를 골랐고 2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마지막 타석에서 만루 홈런을 노렸지만 범타에 그치는 장면도 연출했다. 
이날 진행된 은퇴식은 역대 은퇴식 가운데 손에 꼽을 만큼 감동적이었고 의미도 남달랐다. 야구장을 가득메운 2만 여명의 관중들은 자리를 끝까지 지키며 이범호의 미래를 기원했다. 이범호도 "너무 과분한 사랑을 주셨다. 2017 우승멤버들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며 "우승을 많이 할 수 있도록 훌륭한 선수들을 키우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13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은퇴경기를 갖는 KIA 이범호가 생애 마지막 타석인 5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외야 플라이를 치고 있다. /dreamer@osen.co.kr

이범호는 이날 드라마를 쓸 뻔했다. 생애 마지막 타석에서 만루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KBO리그 최다 만루홈런(17개)의 기록 보유자답게 마지막 타석도 만루 상황이었다. 만루가 만들어진 과정도 마치 하늘이 조화를 부린 듯 했다. 이범호가 "소름이 돋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0-7로 끌려가던 5회말 1사후 5연속 안타가 나와 3점을 추격했다. 그러나 최형우는 삼진으로 물러났고 안치홍의 타구는 유격수 앞으로 굴러갔다. 그런데 1루 주자 터커가 전력 질주로 반전을 만들었다. 한화 유격수가 2루에 볼을 뿌렸는데 터커의 발이 앞섰다. 비디오판독까지 동원했으나 원심은 변하지 않았다. 
심판이 양팔을 옆으로 펼치며 세이프 신호를 하자 챔피언스필드는 거대한 함성의 도가니였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만루가 오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바로 대기 타석에 이범호가 있었다. 이보다 더 극적인 장면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범호도 "하늘이 나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셨나보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화 투수 워윅 서폴드는 초구로 커브를 선택해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이범호가 직구를 노리고 있을 것이라는 배터리의 판단이 적중했다. 이어 바깥쪽 커터(139km)를 던졌고 이범호는 크게 헛스윙을 했다. 직구처럼 보이는 볼이었지만 끝에서 휘어졌다. 다시 커터(140km)를 던져 볼. 마지막 4구도 커터(139km)로 승부를 걸어왔고 이범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힘찬 스윙을 했다. 
 KIA 이범호가 경기후 은퇴식 만루홈런 세리머니에서 중월 홈런을 친 뒤 기뻐하고 있다. /dreamer@osen.co.kr
타이밍이 맞는 듯 했다. 그러나 스윙이 너무 빨랐다. 방망이 끝에 걸렸고 타구는 솟구쳤지만 이내 힘을 잃고 좌익수 글러브에 들어갔다. 이범호나 응원했던 팬들에게는 아쉬운 범타였고 한화는 승리를 예고하는 아웃카운트였다. 해피엔딩은 아니었짐만 마지막 타석에서 살 떨리는 기억을 안겨주기에는 충분했다. 
은퇴식을 마치고 이범호도 이 장면을 아쉬워했다. 그는 "상대 투수의 볼이 느려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 못했다. 방망이가 빨리 돌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만루가 될 때 관중들의 함성 들었어요? 그 함성 소리에 눈물이 났다. 홈런을 치지 못해 아쉽지만 특별한 기억이었다"고 말했다. 이범호는 만루타석 세리모니에서는 중월 홈런을 날려 그 아쉬움을 달랬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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