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 듯 말 듯 하던 김아림(24, SBI저축은행)의 경기력이 마침내 시원하게 폭발했다. 오랫동안 참았던 만큼 폭발음도 컸다.
김아림은 14일 경기도 여주 솔모로 컨트리클럽(파72/6,527야드)에서 펼쳐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MY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총상금 6억 원, 우승상금 1억 2,000만 원)에서 개인 통산 2번째, 올 시즌 첫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작년 9월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우승 이후 10개월만에 들려준 추가 우승 소식이다.
시원한 장타를 자랑하는 김아림은 올 시즌 이 대회 이전까지 15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만 7차례 올랐다. 누가 봐도 우승 소식이 임박했음을 느낄 수 있는 성적이었다.

14일, 최종 3라운드에서 경기력은 한마디로 드라마틱했다. 거침없는 경기 스타일이 그대로 스코어에도 반영 됐다. 보기 없이 버디만 9개. 그것도 후반 나인에 6개를 쏟아 부었다. 우승 경쟁을 펼치던 선수들로 하여금 손 써볼 도리가 없게 만들었다.
전반 나인을 마칠 때만 해도 도대체 우승자의 윤곽을 점칠 수 없을 정도로 혼전 속이었다. 2라운드까지 9언더파 공동 선두를 형성한 조정민 이다연 장하나는 최종라운드에서 몸이 굳어 버렸다. 좀처럼 챔피언조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최종라운드에서 장하나만 3타를 줄였고, 이다연과 조정민은 간신히 이븐을 쳤다.
챔피언조가 무너지자 곳곳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전날까지의 중간합계가 2언더파에 머물러 있던 박소연이, 상위권에서 멀어져 10번홀에서 일찌감치 경기를 시작해야 했던 박소연이 무려 8타를 줄이며 후미권에서 반기를 들었다.

2010년 KLPGA에 입회했지만 아직 우승 소식이 없는 곽보미도 한때 선두로 나서며 챔피언조를 머쓱하게 했다.
진짜 반란은 김아림에게서 일어났다. 버디 사냥이 10번홀부터 시작 됐다. 숨돌림 틈도 없이 5개홀 연속 버디 행진을 펼쳐 나갔다. 그래도 성에 덜 찼던지 파4 16번홀에서 하나를 더 낚은 뒤에야 버디 행진을 멈췄다.
김아림은 최종합계 16언더파 200타의 성적으로 깔끔하게 우승컵을 안았다. 곽보미가 13언더파 3타차 2위, 장하나가 12언더파 3위를 차지했다. 박소연은 김소이 정슬기와 더불어 10언더파 공동 4위.

김아림은 “승부욕이 강해서 쫓아 가다 보면 내가 해야 할 일을 까먹을 때가 많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구분해서 한다. 우승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예상치 못하게 우승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