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의 원년부터 함께한 롯데 자이언츠. 명문 구단으로 자리잡고도 남을 시간이었지만, 롯데 자이언츠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명문’이 아닌 ‘부실’에 가깝다. 발전이라는 단어보다 도태라는 단어가 현재 롯데 구단를 설명하는 수식어이고, 리그의 맏형이지만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수준이다.
지난 19일, 롯데 양상문 감독과 이윤원 단장은 전반기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했다. 지난 2015시즌부터 구단을 책임져 온 이윤원 단장의 거취 표명은 올 시즌 이후 논의가 될 수도 있던 부분이기에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반기 34승 2무 58패로 최하위에 쳐져있다고 할 지라도 감독 계약 첫 시즌 전반기가 막 끝난 시점에서 양상문 감독의 퇴단은 갑작스러웠고,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었다. 구단 역사상 두 번째 최단 기간에 해당하는 불명예 기록을 남기고 쓸쓸히 현장에서 물러났다.
양상문 감독 자체의 커리어에도 흠집이 났지만, 롯데 구단은 감독 교체의 흑역사를 반복했다. 지난 2014시즌이 끝나고 김시진 감독이 물러나면서 최근 5년 간 3번이나 사령탑이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했다. 조원우 전 감독이 2016~2017시즌 계약기간 2년을 채우고 3년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2018시즌이 끝난 뒤 재계약 1년 만에 경질됐다.
KBO리그 원년부터 37시즌째 참가하고 있는데, 정식 감독으로 임명된 감독들만 벌써 18명이다. 평균 2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다. 롯데가 그동안 얼마나 감독직을 빠르게, 그리고 인내심 없이 갈아치웠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독이 든 성배’라고 칭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다. 롯데의 사령탑은 가시방석에 앉아 ‘독만 든 잔’을 받아든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롯데가 몰락한 이유를 현장에만 책임을 떠넘긴다는 것은 책임회피에 지나지 않는다. 구단의 운영 방향은 갈팡질팡이었고, 이는 현장과 불협화음을 낼 수밖에 없었다. 현장과 구단 간의 줄다리기에 대한 스트레스만 쌓였다. 하지만 언제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쪽은 현장이었다.
투자에 인색하다는 과거의 오명은 현재 리그 평균 연봉 1위(101억 8300만원)라는 기록으로 해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투자에 대한 방향이 언제나 제대로 된 적은 없었다. 선수들에 대한 투자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는 겉만 번지르르하게 할 뿐, 구단의 내실을 다지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다고 성적을 확실하게 낸 것도 아니다.
결국 37년 간 제대로 된 구단의 운영 방향에 대한 투자와 시스템 구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롯데가 부정할 지라도 그동안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롯데는 지금 부실 구단이라고 칭해도 할 말이 없는 지경이다. 성적에 급급한 나머지 마구잡이식 투자를 펼쳤고, 선수단이 어떤 방향을 갖고 야구를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구단 전체적인 고민이 함께 수반되지 않았다. 현대 야구는 선수만의 힘으로 한 시즌을 이끌어가기엔 너무 체계화 되어 있다. 하지만 롯데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어설프게’ 따라할 뿐, 제대로 된 방향을 잡은 적이 없었다.
속은 썩어갔지만 롯데는 이러한 현실을 모두가 외면했다. 아픈 구석을 도려내는 것을 모두가 꺼려했다. 그저 현실에 안주했다. 하지만 그 순간이 현실에 안주한 게 아닌 도태되고 있다는 사실을 혼자만 모르고 있었다.
감독 교체 발표가 이어질 때마다, 롯데는 구단 운영 방향에 대한 개혁과 혁신을 외쳤다. 매번 ‘이번엔 다르다’고 외쳤지만 시간이 흐른 뒤의 결과는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감독과 단장의 동반 사퇴는 구단 최고위층과 그룹 차원에서 단행된 결장이라는 예상이 팽배하다. 이미 시즌 중반 유례없는 핵심 프런트 인력 교체 등으로 구단 프런트 개혁이 예전과는 달리 강도높게 진행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암시했다.
구단은 "미래 대응에 적임자를 단장으로 곧 인선할 계획이며, ‘완성도 있는 선수단 전력 편성, 선수 맞춤형 육성 실행, 소통이 되는 원팀(One Team)의 완성 그리고 데이터 기반의 선수단 운영 등’ 의 역량을 기준으로 단장 선임을 계획하고 있다"며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미 많이 늦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차근차근 구단 운영 시스템을 체계화 하고 방향성을 설정한 뒤, 투자의 방향까지 제대로 이뤄진다면 롯데는 부실 구단의 오명을 벗을 날도 머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날이 과연 빠르게 찾아올 수 있을까. 롯데 구단의 역사를 봐서는 쉽지 않은 것이 당연한 예상이다.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