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임정숙(33)의 우승은 당구에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이란 역경을 이겨내 더욱 값졌다.
임정숙은 25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 3층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신한금융투자 L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서한솔(22)을 세트스코어 3-0(11-4, 11-7, 11-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상금 1500만 원. 임정숙은 지난 첫 대회서 16강을 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결승 무대까지 진출, 우승까지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임정숙은 프로 전향에 앞서 두차례 전국 대회 우승 경험을 지녔다. 임정숙은 2015 경기당구연맹회장배와 2017 부산시장배에서 각각 정상에 섰다. 특히 2015년에는 출산 후 3개월만에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사진]PBA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19/07/25/201907252004778473_5d39a8c8c9cc9.jpg)
하지만 '갑상선기능항진증'에 시달리고 있는 임정숙이었다는 것을 안다면 단순히 경험으로 만든 이날 우승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과잉 생산된 갑상선호르몬이 혈액 내 증가로 갑상선의 생리적 작용이 과도하게 나타나는 임상증후군이다.
![[사진]PBA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19/07/25/201907252004778473_5d39a8c91ff0f.jpg)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증상은 손발이 떨리고 수면을 잘 이루지 못해 과민반응을 보인다. 결국 집중력이 저하돼 업무수행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게 된다. 흔들림없는 정확함과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당구에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증상으로 가득하다.
이 때문인지 임정숙은 우승 확정 직후 울음을 터뜨렸다. 임정숙은 "기분이 좋지만 실감이 잘 안나고 멍하다"면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운이 많이 작용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정숙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큐를 잡았다. 아버지가 당구장을 했기 때문에 자연스러웠다. 포켓볼, 4구, 3쿠션 등을 취미로 꾸준하게 즐겼다. 그러다 임정숙은 22살부터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앓았다. 23살에 잠시 증상이 나아졌을 때 본격적인 당구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증상이 재발, 약물치료를 병행하면서 선수생활을 지금까지 이어갔다. 결혼 후 아이까지 나았지만 증상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임정숙은 "사실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앓고 있다. 오래됐고 최근에는 부작용으로 쉬고 있는 상태였다. 대회 중에 수치가 올라갔다"면서 "이제는 좋지 않은 체력이 오히려 익숙해진 것 같다. 하체와 밸런스가 약한 편이라 체력과 근력을 키울 생각"이라고 말해 놀라움을 안겼다.
또 임정숙은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손을 많이 떨게 되고 많이 먹지만 살은 안찌게 된다. 부작용 때문에 가려움증도 심하다. 20대 초반부터 걸렸고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계속 재발했다"면서 "몸이 아프고 난 후 증세가 조금 호전돼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재발이 잦지만 통증도 없고 불편한 정도"라고 애써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임정숙은 남편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임정숙의 남편 역시 PBA 투어를 뛰고 있는 이종주(44) 프로다. 부부가 프로투어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남편의 성적이 안좋아 속상하다"는 임정숙은 "당구장을 운영한다. 아들 연우(5)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찾고 하는 시간과 가정일을 빼면 연습시간은 1시간 정도다. 그래도 남편이 배려를 많이 해줘서 다른 클럽에서 좀더 연습할 수 있다"고 웃어보였다.
![[사진]PBA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19/07/25/201907252004778473_5d39a8c959605.jpg)
또 임정숙은 작년 3월 하늘로 떠나보낸 아버지를 떠올렸다. "친정아빠가 보셨으면 좋았을 뻔 했다. 암투병으로 4개월만에 돌아가셨다"는 임정숙은 "어렸을 때는 말 안듣는 딸이었다. 유대감이 없다가 사이가 좋아졌다. 아빠가 항상 대회장에 데려다 주실 정도로. 조력자셨다. 조언도 많이 해주셨는데"라며 슬퍼했다.
임정숙은 우승상금으로 1500만 원을 받았다. 임정숙은 "지금까지 최고 많이 받은 상금이 150만 원이었다. 아이를 봐주시는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께 용돈을 드리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이어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할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임정숙은 "긴장을 많이 했다. 관중들과 시청자들께 재미없는 경기를 보여드려서 죄송하다"면서도 "다음에는 컨디션을 관리하면서 잘 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