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누 호날누(34, 유벤투스)가 한국을 찾았다는 증거는 사진과 영상에만 남았다.
26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팀 K리그'와 유벤투스가 벌인 친선전은 3-3으로 끝났다. 발 맞출 시간이 없었던 급조된 팀과 당일 입국 후 경기라는 빡빡한 일정으로 내한한 두 팀의 대결이었지만 나쁘지 않은 경기력으로 관중들의 눈높이를 맞췄다.
하지만 6만여명이 찾은 관중들은 만족할 수 없었다. 기대했던 호날두가 경기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장을 찾은 수많은 관중들은 유벤투스보다 호날두를 보고 싶다는 열망이 더 컸다. 대형스크린에 호날두의 얼굴이 등장할 때마다 박수와 환호가 터졌다.

하지만 경기가 후반으로 넘어갔는데도 불구, 호날두가 벤치에서 미동도 하지 않자 환호는 점점 야유로 바뀌었다. 급기야 호날두의 라이벌인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의 이름이 연호되기도 했다.
유벤투스 친선전은 지난달 19일 발표 이후 줄곧 호날두를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을 펼쳤다. 방송을 맡은 KBS와 주관을 맡은 프로축구연맹 역시 호날두의 경기를 볼 수 있다는 내용으로 홍보에 나섰다.
특히 연맹은 티켓 판매 하루 전날인 지난 2일 기자들과의 브리핑에서 "호날두가 45분 이상 출전해야 한다"는 의무 출전 조항 계약 내용을 알렸다. 그 결과 티켓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 2시간만에 6만여장이 매진됐다.
더구나 연맹은 "호날두가 한국에 오고 싶어했다"면서 "한국을 다시 방문하게 돼서 매우 기쁘다. 오는 7월, K리그와의 멋진 경기를 통해 한국팬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겠다"라는 소감을 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과거 2010년 바르셀로나 초청 K리그 올스타전 때 리오넬 메시의 출전 여부로 곤욕을 치렀던 연맹이었다. 때문에 이번에는 아예 계약서에 호날두 의무 출전을 명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호날두는 입국부터 출국까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계획됐던 팬사인회와 팬미팅은 물론 경기 전 혹은 후 미디어 인터뷰조차 하지 않았다. 경기에 출전할 것처럼 유니폼과 축구화 신은 채 벤치에 앉아서 화면이 비칠 때 미소를 짓는 것이 다였다.
호날두의 경기 결장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마우리치우 사리 유벤투스 감독은 경기 후 "호날두는 어제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면서 "오늘 오후 호날두와 상의해 뛰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국 경기 전 이미 호날두의 결장은 정해진 상태였던 것. 하지만 대회 주최사와 연맹은 이를 통보받지 못했는지 관중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관중들은 혹시 몸이라도 풀까 싶어 내내 기다렸지만 결국 배신감만 키우고 말았다.
호날두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믹스트존에서도 아무런 말없이 버스에 올랐다. 오직 카메라를 향한 윙크, 벤치에서의 미소, 일부 선수들과 찍은 셀피, 그리고 한국팬들의 배신감을 뒤로 한 채 홀연히 떠났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