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락 안 쓸거면 우리 달라”.
지난 28일 한화 투수 송은범(35)과 LG 투수 신정락(32)의 1대1 트레이드는 박종훈 한화 단장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한 달 전 쯤이었다. 올 시즌 23경기 1승1패4홀드 평균자책점 9.47로 부진했던 신정락은 그때 2군에 내려가 있었다. 투수진, 특히 불펜이 탄탄한 LG에서 신정락의 자리는 마땅치 않았다.
첫 협상에선 여러 카드를 맞춰보다 무산됐지만, 정우영의 어깨 염증으로 불펜 보강에 나선 LG가 지난 27일 한화에 송은범을 요구하며 트레이드가 이뤄졌다. 즉시 전력 손해를 감수한 한화로선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9위로 떨어져 가을야구가 멀어지긴 했지만 당장 핵심 불펜 중 하나인 송은범이 빠지면 가뜩이나 어려운 팀 상황에서 악재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한화는 매를 보며 지금 당장의 손해를 감수했다. 박종훈 단장은 “모든 면에서 이익을 볼 수 있는 트레이드만 할 수는 없다. 우리로선 내세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았다”며 현실을 바라봤다. 가을야구가 어려운 상황에서 미래 전력으로 신정락의 반등 가능성에 주목했다. 송은범보다 3살 젊고, FA까지 서비스 타임이 더 남은 점도 플러스 요소다.
박종훈 단장이 지난 2010~2011년 LG 감독을 맡았을 때 신정락이 데뷔했다. 당시 최초로 시행된 전면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유망주였던 신정락은 데뷔전에서 삼성의 중심타자 박석민(NC)을 움찔하게 만든 ‘마구’ 같은 커브를 던져 주목받았다. 이후 부상 등으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현장 야구인들 사이에선 매력 넘치는 선수였다.
박종훈 단장은 “기록으로 봐도 신정락이 갖고 있는 장점이 몇 가지 있다. 9이닝당 탈삼진율이나 커브와 슬라이더 회전수가 아주 좋다. 아직 잠재력을 쏟아내지 못했지만 환경이 바뀌면 마음가짐, 생각도 달라질 수 있다. 충분히 반전을 노릴 수 있다”며 “그 이후 신정락의 활용도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현장이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신정락은 통산 9이닝당 탈삼진이 7.71개에 달한다. 2017년 이후 최근 3년은 9.30개, 이 기간 120이닝 이상 던진 투수 116명 중 전체 10위에 해당한다. 사이드암으로서 140km대 초중반 빠른 공을 앞세워 이닝당 하나꼴로 삼진을 잡을 수 있는 구위를 갖췄다. 커브, 슬라이더도 볼 회전수가 많아 제구가 되는 날은 ‘마구’가 된다. 신정락의 커브 회전수는 3000rpm을 상회할 만큼 움직임이 크다.
LG 입단 후 2013년을 제외하면 기대만큼 크지 못했다. 10년 몸담은 LG를 떠나 연고팀 한화에서 새로운 환경으로 분위기를 바꾸면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 29일 LG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짐을 정리한 신정락은 30일 한화 유니폼을 입고 수원 KT전에 합류할 예정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