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SK 와이번스는 올해 구단 역사상 최고의 시즌을 향해가고 있다. 과거 ‘왕조의 정점’이었던 그 시기를 뛰어넘고 다른 색채를 가진 왕조로 역사를 만들어가려고 한다.
SK는 올해 67승31패 1무 승률 6할8푼4리로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위 키움과는 7.5경기 차이. 45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특별한 전력 누수도 없다. 더욱 견고해지는 과정이기에 이 격차가 뒤집히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SK의 독주체제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일단 SK는 지난 2016년과 2018년 두산이 기록한 역대 최다승(93승) 경신을 노리고 있다. 남은 45경기에서 27승(18패)을 거두면 신기록이다. 6할 승률을 달성해야 하는데 현재 시즌 승률보다 낮은 수치다. 이 페이스라면 기록 달성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새로운 왕조 시작에 신호탄을 쏘아 올린 시점에서, 올 시즌은 왕조를 견고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현재의 SK는 구단의 첫 왕조 시기였던 2007~2010년을 소환하게 한다. 당시 SK는 3번의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으로 구단 역사상 최고의 중흥기를 보냈다. 이 중 올해의 SK의 목표는 왕조의 최정점에 있단 2008년을 향한다. 당시 83승43패 승률 6할5푼9리로 구단 역사상 최고 승률을 기록한 시즌을 만들었다. 올해 SK는 리그 한 시즌 최다승은 물론 구단 역사상 최고의 승률을 경신하기 위해 진군하고 있다.
하지만 2000년대 막판의 SK 왕조 시대와 현재를 비교하면 결이 다르다. 당시 SK는 김성근 감독의 지휘 아래 혹독한 훈련을 통해 단기간에 체질을 개선했다. 구단, 그리고 선수 한 명이 돋보이기 보다는 감독의 지략에 초점이 쏠렸다. 선수들은 주연보다는 조연의 역할이 강했다. 결국 김성근 감독이 떠난 뒤 선수단의 구성은 바뀌지 않았지만 SK는 왕조의 모습을 한순간에 잃었다. 지속적인 강팀의 모습을 갖춰나가는 부분에서는 그리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들었다.

그렇기에 다시 한 번 왕조의 부활을 외친 SK는 당시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를 했다. 일찌감치 프런트 중심으로 짜여진 장기 플랜 속에서 차근차근 내실을 다졌다. 이 준비 과정, 그리고 왕조 부활이라는 구단의 장기적인 플랜을 관통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데이터’다. 이제 데이터를 활용하지 않는 구단은 이제 없다. 하지만 이 데이터를 코칭스태프가 어떻게 선수들에게 잘 전달하고, 선수들은 어떻게 해석해서 받아들이는 지에 대한 고민이 충실하게 실행된 구단은 그리 많지 않다. SK는 이 분야의 선구자나 다름 없다.
SK는 일찌감치 이를 준비하면서 시행착오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최소화 시켰다.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다’라는 지론 아래 철저한 준비와 교육으로 경기력에 완벽하게 녹아들게끔 만들었고 최상의 결과를 내게끔 만들었다. 홈 구장인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의 파크 팩터를 확실하게 분석해 ‘타자 지향적’이라는 결론을 도출한 뒤 발사각과 타구 속도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고 거포들을 수집해 팀에 최적화 된 라인업을 만든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SK 데이터 야구의 예시다. 상대 타자들의 타구 방향을 분석KBO리그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로 아웃을 시킬 수 있는 확률을 극대화 시킨 것 역시 SK를 현재의 모습으로 만든 대표적인 예다. 염경엽 감독이 지난 2년 간 단장을 맡으면서 데이터 활용 계획은 더욱 구체화됐고, 트레이 힐만 전 감독이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하면서 선수단의 경기력을 극대화 시켰다.
올 시즌은 공인구의 반발력 축소로 인한 예상 데이터를 뽑아서 타자들의 타격과 득점 루트에 대한 접근 방법을 달리 했다. 그리고 외야진의 수비 강화에 초점을 맞춰 대비했다. 염경엽 감독은 “공인구 반발력이 줄어들면서 넘어갈 타구들이 담장 안쪽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렇기에 외야수들의 범위가 더 중요하다고 봤고 외야수들의 수비 훈련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 타구가 빠지는 것과 잡히는 것으로 5승을 더 올릴 수 있다고 예측했다. 승패마진으로 따지면 +10이다. 엄청난 차이다”고 돌아봤다.
선수들도 쌓여가는 데이터 아래에서 관리를 받으며 보다 단순하고 효율적으로 야구를 펼칠 수 있게 됐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수들은 보다 쉽게 야구에 접근했고, 상황에 따라 좀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결과에 대한 책임도 선수가 아닌 코칭스태프가 지게끔 하면서 선수들의 부담도 덜어줬다. 그렇기에 현재 선수들은 스스로를 돋보이게 하면서 가치를 올릴 수 있게끔 더욱 노력하는 문화가 만들어졌다. 염경엽 감독은 “장기적인 강팀으로 가기 위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고 데이터의 활용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의 노력에 대해 설명했다.
첫 번째 왕조와는 전혀 다른 색채를 바탕으로 SK는 또 다른 왕조를 건설하려고 하고 있다. '데이터'라는 확실한 테마를 갖추고 팀을 꾸리며 이제는 온전한 SK 왕조의 모습을 하나씩 갖춰가고 있다.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