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생. 이립(而立)의 나이에 들어섰지만, 김보경(울산 현대)의 축구 열정은 멈추지 않는다.
울산 현대는 30일 울산 종합 운동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19 23라운드 FC 서울과 경기에서 김보경의 멀티골과 황일수의 추가골을 더해 3-1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울산(승점 51, +22)은 아직 경기를 하지 않은 전북 현대(승점 48, +27)를 제치고 잠시나마 1위로 올라섰다. 전북은 31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경기를 가진다. 반면 3위 서울(승점 42)은 패하며 현대가 형제들과 격차를 좁히는데 실패했다.

울산 입장에서는 완벽한 경기였다. 전반은 답답한 경기로 고전했지만, 후반 시작과 동시에 내리 3골을 퍼부으며 홈 극강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하며, 현대가 우승 경쟁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보질' 김보경이 있었다. 전반 내내 경기를 주도하고도 아쉬운 마무리로 골을 넣지 못하던 울산은 김보경이 후반에 보여준 환상적인 2분으로 인해 서울은 완파할 수 있었다.
지루한 0의 균형이 이어지던 후반 12분 김보경은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뽐냈다. 주민규-주니오를 걸쳐 공을 잡은 그는 상대 수비수를 앞에 두고도 기가 막힌 슈팅 동작으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김보경의 존재감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후반 14분 황일수가 스피드를 앞세워 왼쪽 측면을 돌파한 이후 박스 안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김보경은 기다렸다는듯이 침착한 헤더 슈팅으로 멀티골을 완성했다.
이날 주장 완장을 차고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2골을 더한 김보경은 9골 6도움으로 타가트(13골 1도움)을 제치고, 리그 공격 포인트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름값 이상의 활약.

경기 후 김도훈 감독은 "체력적 부담이 있을 텐데, 정신력으로 이겨 냈다. 체력 조절을 위해 교체도 생각했지만 골을 넣으며 잘해줬다. 뛰고자 하는 본인의 의지도 강했다. 실력은 워낙 뛰어나기에 따로 말할 것이 없다"라고 극찬했다.
경기 후 기자들 앞에선 김보경은 "서울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할 것이라 생각했다. 후반 빠른 시간에 골을 넣으며 주도권을 잡았다. 전체적으로 좋았다. 오랜만에 멀티골을 넣었는데, 앞으로 더 신경쓰겠다"라고 미소를 보였다.
울산은 김보경-믹스-주니오 등 여러 선수들의 활약과 동시에 13경기 무패 행진을 마크했다. 김보경은 "사실 후반 막바지에 사람이다 보니 해트트릭 욕심도 있었지만, 연연하지는 않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립에 들어서며 울산에서 새 도전에 나선 김보경은 축구에 대해 무엇인가를 깨달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팅하며 새 경지에 올라섰다.
김보경은 "사실 과거 20대 때 몰랐던 것은 30대 들어서 깨닫고 있다. 과거는 패기가 넘쳤지만, 지금은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자는 마인드다. 앞으로 더 노력하고 발전하겠다"고 비결을 밝혔다.
여전히 국가대표팀에 욕심을 보이고 있는 김보경은 "30대면 마무리할 시점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아직 대표팀에 욕심이 있다. 더 배우고 더 잘할 수 있다. 계속 노력하겠다"라고 희망을 노래했다.
김보경은 패기 넘치던 20대에서 30대에 들어 더욱 완숙해졌다. 만족보다는 발전과 노력을 외치는 그가 울산에게 리그 우승을 선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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