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오동전투' 유해진 "반일감정으로 흥행 기대NO..영화의 힘으로 가길"(종합)[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9.07.31 12: 51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 유해진(50)은 다양한 역할을 무리 없이 소화하는 연기력을 소유하고 있다. 주로 구수한 입담과 재치를 선보임과 동시에 유쾌한 에너지로 극을 이끈다. 워낙 기본기가 탄탄하다 보니 그 어떤 캐릭터도 찰떡 같이 소화한다.
그런 그가 이번엔 1920년대를 살았던 대한독립군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영화 ‘말모이’(감독 엄유나) 이후 7개월 만이다.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빅스톤픽쳐스・더블유픽처스・쇼박스)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의 전투를 그린다.

유해진은 31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완성된 영화는 월요일 열린 언론시사회 때 처음 봤다”라며 “농담이 아니라 저는 기자시사회날 특히나 긴장을 많이 한다”라고 말문을 열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유해진은 극중 독립군 황해철을 연기했다. ‘봉오동 전투’에서 황해철은 평소에는 장난기가 많은 사람 좋은 인물이나 전투가 시작되면 항일대도로 일본군의 목을 거침없이 베는 비상한 솜씨를 지녔다. 동생들의 목숨은 끔찍이 아끼지만 정작 자신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맹스럽게 일본군에 맞선다. 
캐릭터에 대해 유해진은 “이런 영화에서는 중요한 게 (웃음 포인트에 있어서)어느 정도의 레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 거 같다”며 “봉오동 전투를 그리는 영화에서 제가 준비하면서 많이 생각한 게 ‘어떻게 상대방의 말을 받아서 해철이 어떻게 (웃음) 포인트를 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렇다고 해서 보는 관객들이 박장대소를 하는 건 너무 나간 거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보고)제가 너무 연기적으로 많이 갔다는 생각이 들 거 같아서 적당히 웃음을 주려고 했다.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에서 제가 밸런스를 찾으려고 했다”라고 캐릭터를 해석하고 표현한 지점을 밝혔다.
유해진은 출연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자신만의 묵직한 대답을 내놓았다. “책임감이 저를 움직인 거 같다. 상업적인 부분도 영화에서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물론 ‘봉오동 전투’가 비상업적이진 않으나, 근・현대사를 봤을 때 배우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영화가 현 상황(반일감정)의 힘을 받아 흥행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없다. 5년 전부터 지금의 상황을 생각하고 기획하진 않았으니 말이다. 저희 영화 자체의 힘으로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저희 영화가 나라를 위해 싸운 독립군들을 생각하자는 마음이기 때문에 (보시면)우리나라가 더 소중하다는 생각을 느끼실 거 같다.”
그러면서 “제가 작품의 어떤 순위를 결정할 순 없지만 시나리오 중에서 저를 끌어당기는 게 분명히 있다. 어떤 작품이든 끌리는 마음이 없으면 못 한다”며 “배우는 현장에서 이유가 있어야 움직인다. 그래야 하는 명분을 찾는 거다. 작품도 나 자신에게 동력을 주는 게 있어야 선택을 하는데, 저는 예전부터 원신연 감독님과 ‘작품 하나 해야지’ 싶었다”라고 ‘봉오동 전투’의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덧붙였다.
봉오동 전투는 역사에 기록된 대로 산세를 이용해 일본군을 유인, 토벌한 작전이 담겼기 때문에 실제 촬영은 대부분 산에서 진행됐다. 평소 등산을 좋아하기로 소문난 유해진은 이 부분을 활용해 수고를 덜어낼 수 있었다.
유해진은 “산에서 빨리, 잘 뛴다는 게 쉽지 않다. (산 기울기)가파름의 문제라기 보다 평지에선 앞만 보고 달리는데, 산에서 뛰려면 밑과 위를 보기도 해야 해서 자칫 부상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라며 “제가 평소 산을 다녔던 게 큰 도움이 됐다. 처음 산에 가면 되게 힘들다. 물론 지금도 늘 힘들지만.(웃음) 나이를 먹으면서 갈수록 더 힘들다.(웃음) 평소 산에 간 경험 덕분에 현장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촬영지에 대해 그는 “영화 속에서 좋은 그림이 정말 많이 나왔던 곳은 제주도였다"라면서도 “근데 촬영 당시 날씨 변덕이 심했고 비・바람이 심해서 힘들었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칼을 잘 쓰는 황해철 캐릭터를 리얼하게 그리기 위해 유해진은 바디캠을 들고 촬영에 임하기도 했다. “(칼)액션 장면에서 셀프캠을 들고 촬영했다. 다 같이 좋은 작품 만들자고 만난 것이기 때문에 제 나름대로 좋은 생각이 있으면 제안한다. 선택은 감독님이 하는 거다”라며 “이번엔 바디캠을 몸에 달고 했다. 하면서 제가 체력적으로 우월하다고 느낀 적도 있다. 하하. 황해철이 추월하는 장면인데 보면서 ‘내가 참 빨리 뛰었구나’ 싶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봉오동 전투의)시나리오 자체가 묵직하면서도 통쾌함이 있었다. 저는 연기를 통해 그런 것을 표현하고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막상 완성본을 보니 통쾌함이 좀 느껴져서 다행이다”라며 “원 감독님이 말하길 감추고 싶은 역사가 아니라 승리의 역사라고 하셨다. 제가 보기에도 그런 게 잘 그려진 거 같아서 좋다. 봉오동 전투가 역사책에 짤막하게 소개되긴 했으나 (승리의 역사 만큼) 그 과정을 그렸다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독립군들의 희생이 있었는데 그게 잘 담겨서 좋았다. (싸우는 모습이)잔인하기도 했지만 실제로 (독립군이 일본군에게 당한 게)더 심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전했다.
유해진은 코미디 영화 ‘럭키’(감독 이계벽, 2016)에서 약 700만 명을 동원했고 이후 ‘공조’(감독 김성훈, 2017)가 약 800만, 같은 해 여름 개봉한 ‘택시운전사’(감독 장훈)가 1218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주연 배우로서의 입지도 확실히 다지게 됐다.
유해진은 “사실 제가 예민한 부분이 있다. 다만 비교적 예민하게 굴지 않으려고 노력은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장에서 잠깐 기분 좋자고 큰 것을 놓치면 돌이킬 수 없지 않나. 그래서 예민할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 예전엔 농담이 아니라 촬영 전날 한숨도 못 자고 찍을 것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했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많이 나아졌다. 현장에 있는 시간도 내 인생의 하루인데, ‘너무 예민하게 살지 말자’고 느꼈다. 지금은 그렇게 살지 않으려고 한다. 좋게 얘기하면 진지하게 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유쾌하고 털털하지만 작품에 임할 땐 섬세하고 예민하게 캐릭터를 해석하고, 표현하는 게 배우로서 그의 성공 비결 아닐까. 유해진 배우의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봉오동 전투’는 내달 7일 개봉하며, 러닝타임은 135분이다./ watch@osen.co.kr
[사진]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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