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하차→풍자 부활"..'개그콘서트', 20주년에 떼는 첫 걸음마(종합)[Oh!쎈 현장]
OSEN 심언경 기자
발행 2019.07.31 17: 15

올해 20주년을 맞은 '개그콘서트'가 변화를 향해 첫 발걸음을 내딛는다.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 공개홀에서는 KBS 2TV '개그콘서트' 리허설 현장이 공개됐다. 이날 신규 코너의 리허설이 끝나고, 박형근 PD의 기자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개그콘서트'는 지난 1999년 7월 파일럿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같은해 9월 4일 정규 편성됐고, 20년 동안 안방극장을 지켜왔다. 이제 '개그콘서트'는 명실상부 공개 코미디의 조상격이자 KBS의 장수 프로그램이다.

'개그콘서트'는 지난 5월 19일 1000회를 맞았다. 하지만 '개그콘서트'는 마냥 축하받을 수 없는 입장이었다. 최근 '개그콘서트'의 입지는 KBS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미미하기 때문. 이는 '개그콘서트'가 개편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박형근 PD는 새로운 코너의 리허설이 끝난 뒤 "다른 형태의 웃음 코드를 준비했다. 새롭고 젋은 감각의 코너들을 2~30개 정도 만들었다. 개편하는 과정을 한 달에서 두 달 정도로 보고 있다"고 운을 뗐다.
'개그콘서트'는 구성과 내용, 두 가지 측면에서 대대적인 변화를 꾀한다. 우선 단순 나열되는 코너를 테마로 묶어서 제시한다는 점이 첫 번째 변화다. 박형근 PD는 "단순 나열된 코너 사이에 밴드의 연주가 있는 구성을 시청자들이 진부하게 생각한다"며 "전체를 꿰뚫는 스토리와 주제에 맞는 포맷들로 변화를 이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개그콘서트'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이태선 밴드가 하차하게 됐다. 그동안 이태선 밴드는 코너와 프로그램의 마무리를 책임져왔다. 박형근 PD는 이태선 밴드의 하차에 대해 "이태선 밴드는 20년 동안 잘해주셨고 상징 같은 존재다. 그걸 달리 말하자면 시청자들에게 너무 익숙하다는 말이다. 이는 밴드의 문제가 아니라 구성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라고 전했다.
대신 개콘 개편 위원회가 신설될 예정이다. 개콘 개편 위원회는 시청자들에게 새 코너의 관전 포인트를 친절하게 짚어주는 역할을 맡는다. 박형근 PD는 "출연자들이 MC 역할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이런 점이 포인트다, 이 사람이 나온다 등 포인트를 설명한다. 흐름을 끊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내용상 눈에 띄는 변화는 시사, 풍자 코너의 부활이다. 그동안 '개그콘서트'는 풍자를 다루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박형근 PD는 "시사나 풍자 등 '개그콘서트'가 그동안 하기 어려웠던 것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실 실제로 한다고 해도 굉장히 어려운 고민이다. 가볍게 다루면 '수박 겉핥기'라는 비난을 들을 수도 있고 깊게 들어가면 반대 입장에서 공격받을 부분이 많지 않나. 이러한 틀을 깨보고 싶어서 지금부터 시도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사회 비판의 수위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서 "시청자들의 평가에 따라 조절할 것이다. 세면 세도 욕먹고 약해도 약하다고 욕 먹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늘 도망다니거나 피할 수 없다. 비난, 폄하가 따를 수도 있는 부분은 사후 편집을 통해서도 조절할 것이고, 무대 올리기 전에도 협의를 해서 불편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형근 PD에게 이번 '개그콘서트' 개편은 "첫 걸음마"이자 "첫 술"이었다. 박형근 PD는 "전성기를 찾겠다는 건 첫 걸음마를 시작하는 과정에서 욕심이다. '첫 술에 배부르랴'는 말처럼 개편은 1~2개월 동안 계속 진행된다. 이로써 '개그콘서트'가 시청자들에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남길 바란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개그콘서트'는 지난 28일부터 내달 4일까지 결방하며, 개편 방향을 조율한다. 결방 기간 동안 절치부심해서 돌아올 '개그콘서트'는 내달 11일 오후 9시 15분에 방송된다.  /notglasses@osen.co.kr
[사진]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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