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의 성패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지난 2015년 5월6일, 한화는 KIA와 4대3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투수 유창식 김광수, 외야수 노수광 오준혁을 내주는 조건으로 투수 임준섭 박성호, 외야수 이종환을 받았다. 당시 좌완 투수에 갈증을 느끼고 있던 김성근 감독이 임준섭을 눈여겨보고 있었고, 외야 유망주 출혈을 감수하며 트레이드를 진행했다.
트레이드 승자는 KIA였다. 유창식이 한화 시절 승부조작 가담이 드러나 사실상 전력 외가 됐지만 베테랑 김광수는 2015~2016년 필승조로 쏠쏠하게 활약했다. 노수광도 2017년 4월 트레이드 전까지 KIA의 리드오프로 활력을 불어넣었다.

노수광을 매물로 받아온 이명기와 김민식은 2017년 KIA의 통합 우승 주역으로 활약했다. 오준혁도 2016년 가능성을 보여준 뒤 지난해 6월 KT 이창진과 트레이드됐다. 이창진은 올해 주전 중견수로 자리 잡으며 KIA 리빌딩의 핵심 자원으로 성장했다.
KIA가 여러모로 트레이드 효과를 누린 반면 한화는 달랐다. 이종환이 2015년 트레이드 첫 해 주축 선수들의 부상 공백을 메우며 힘을 보탰지만 2017년 6월 시즌 중 웨비어 공시됐다. 박성호도 2015년 트레이드 첫 해 1군 16경기 끝으로 2017년 시즌 후 방출됐다.
트레이드 핵심이었던 임준섭도 즉시 전력이 되지 못했다. 지난 2015년 이적 후 6경기만 던지고 어깨 통증으로 이탈했다. 2016년에도 캠프 때 팔꿈치 통증을 일으켰고, 시즌 전 입대접합 및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며 조금씩 잊혀져 갔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소집 해제된 뒤 후반기 10경기에 나서 1승 평균자책점 4.32로 복귀를 알렸다. 올해 1~2군을 오르 내리는 부침이 있었지만, 6월 1군 복귀 후 1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50으로 안정감을 보였다. 기존 선발투수들의 부진, 부상으로 31일 수원 KT전에서 5년 만에 선발 기회가 주어졌다.
임준섭은 6이닝 4피안타 3볼넷 2탈삼진 1실점 깜짝 호투를 했다. 우타자 기준 몸쪽으로 휘어지는 최고 144km 직구를 앞세워 공격적인 투구를 펼친 임준섭은 한화의 5-2 승리를 이끌며 8연패 탈출 구세주로 떠올랐다. 한용덕 감독도 “5년만의 선발이라 부담이 컸을 텐데 최고 피칭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선발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장식한 만큼 앞으로가 중요하다. 임준섭은 “혹시 선발 기회가 오면 ‘해보자’라는 생각을 했었다. 기회가 왔고, 생각보다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서도 “오늘보다 다음 경기 결과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준섭이 꾸준함을 이어가 한화의 토종 선발 구인난을 해소한다면? 말 그대로 난세 영웅, 실패로 끝날 것 같았던 4년 전 트레이드도 재평가될 것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