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모두가 마음 졸이며 걱정했는데, 상상 이상의 모습으로 뛰어넘었다. 이제 사이영상 레이스는 독주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LA 다저스)이 올 시즌 유일한 결점인 '쿠어스필드'를 가장 멋지게 정복하며 극복했다. 패스트볼, 체인지업, 커터, 커브의 4피치에다 어깨 수술 이후 봉인했던 슬라이더를 다시 장착하며 '팔색조 피칭'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이제 거칠 것이 없다.
류현진은 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 원정 경기에 선발로 등판, 6이닝 3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이날까지 6차례 쿠어스필드 등판에서 가장 완벽한 피칭이었다. 경기 후 류현진은 "승리보다 무실점으로 막은 것이 기쁘다"고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 6월 29일 쿠어스필드 원정에서 류현진은 4이닝 9피안타 3피홈런 7실점으로 난타당했다. 5회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투런 홈런, 스리런 홈런을 맞았다.
한 달이 지난 후, 2번째 등판은 180도 달랐다. 천적 놀란 아레나도를 3차례 모두 범타로 돌려세웠고, 2루타 2개를 맞았지만 실점은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 3회 2사 2루에서 안타를 맞았으나 우익수 코디 벨린저의 홈보살로 도움도 받았다. '투수들이 무덤'인 쿠어스필드에서 과거 5경기 1승 4패 평균자책점 9.15로 극도로 부진했던 아픔을 말끔히 씻어냈다.
콜로라도 지역 매체 '마일 하이 스포츠'는 경기 후 "지난 쿠어스필드 등판에서 4이닝 7실점을 기록한 류현진은 두 번째 등판에서 훨씬 좋아졌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선두주자다운 모습을 보여줬다"고 류현진의 피칭을 인정했다.
시즌이 4달이 지나고, 이제 2달 남았다. 상대는 더욱 정밀하게 분석해 들어온다. 류현진도 가만 있지 않았다. '슬라이더'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이날 주무기 체인지업에다가 슬라이더를 비밀병기로 많이 던졌다. 지난 2년간 잘 던지지 않던 구종이었다. 2013~14년 체인지업 다음의 변화구로 슬라이더를 던지다가 수술 이후에는 커터를 새로 익히면서 슬라이더는 봉인했다.
지난해 중반 허벅지 부상에서 복귀한 이후로는 대체로 패스트볼>체인지업>커터>커브 순서로 많이 던졌다. 그런데 이날 5번째 구종 슬라이더가 나오자 콜로라도 타자들은 제대로 배팅 타이밍을 맞히지 못했다.
류현진은 "스피드가 커터보다 조금 느리면서 각이 큰 것(슬라이더)을 던지고 싶었는데 오늘 슬라이더가 좋은 방향으로 갔다"고 만족했다. 그는 "커터는 87마일 정도, 슬라이더는 82~83마일대 스피드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류현진은 5개 구종을 다른 구속으로 타자들의 눈과 손을 혼란시킬 수 있다. 88~92마일의 포심과 투심 패스트볼, 85~87마일의 커터, 80~82마일의 체인지업, 70마일 초중반의 커브에 이어 82~83마일의 슬라이더까지. 타자에게는 악몽이다.
쿠어스필드 원정에서 평균자책점을 1.74에서 1.66으로 오히려 더 낮췄다. 그리고 2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지난 보스턴전 2자책점에 대한 이의 신청을 받아들여 비자책점으로 정정했다. 1.53으로 더 낮아졌다. 21경기에서 11승 2패.
사이영상 경쟁자 맥스 슈어저(워싱턴)은 2번째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점점 뒤처진다. 잭 그레인키는 1일 애리조나에서 아메리칸리그 휴스턴으로 트레이드됐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이 7연승을 달리며, 14승 4패 평균자책점 3.26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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