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구 역효과에 MVP도, 골든글러버도 완전히 직격탄을 맞았다.
2019시즌 KBO리그 최대 변수는 역시 공인구. 2014~2018년 5년간 KBO리그는 타고투저 시대를 보냈고, KBO는 올 시즌에 앞서 공인구 반발 계수를 낮췄다. 시즌 전만 하더라도 타자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시즌이 갈수록 엄청난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맞는 순간 넘어갔다 싶은 타구가 펜스 앞에서 잡히거나 뻗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록상으로도 확연한 변화가 드러난다. 리그 타율(.286→.268) OPS(.803→.728) 경기당 홈런(2.43개→1.45개) 평균자책점(5.17→4.18) 모두 눈에 띄게 떨어지며 공인구 영향을 입증했다. 지난해 홈런 20걸 중 올해 장타율이 떨어지지 않은 선수는 최정(SK)이 유일하다.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 대부분이 지난해만 못한 성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당장 지난해 리그 MVP를 차지한 ‘홈런왕’ 김재환(두산)의 성적이 급락했다. 타율(.334→.281) 장타율(.657→,432) OPS(1.062→.793) 모두 평범한 타자 수준. 지난해 44개로 1위였던 홈런이 올해 13개에 그치며 산술적으로 20개도 못 넘길 페이스. 특히 지난해 17개였던 잠실구장 홈런도 단 2개뿐으로 잠실 경기 장타율(.558→.335)이 거의 반토막났다.
지난해 41홈런을 터뜨리며 한국시리즈 MVP를 거머쥔 한동민(SK)도 올해는 홈런 11개에 그치고 있다. 시즌 16홈런 페이스. 타율은 2할8푼5리로 지난해(.284)와 거의 같지만 장타율(.601→.437)이 폭락했다. 타자 친화적인 인천 홈구장에선 홈런 9개에 장타율 .500이지만 원정에선 홈런 2개에 장타율도 .369로 홈과 원정 편차가 크다.

지난해 2루수 역대 최다 118타점을 올리며 골든글러브를 받은 안치홍(KIA)도 공인구에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커리어하이 23홈런을 터뜨리며 ‘거포 2루수’ 타이틀이 붙었지만 올해는 아니다. 타율 3할1푼으로 정확도는 나쁘지 않지만 홈런이 3개뿐이다. 전년 대비 장타율(.563→.391) 감소폭이 크다. 올 시즌에는 10홈런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MVP-홈런왕 출신으로 지난해 지명타자 골든글러브 수상자였던 이대호(롯데)도 성적 폭락이 심각하다. 타율(.333→.273) 장타율(.593→.422) OPS(.987→.422) 모두 이대호답지 않다. 만 37세 노장으로 ‘에이징 커브’를 감안해야 하지만 1년 만에 하락세가 너무 뚜렷하다. 홈런은 12개로 20개도 쉽지 않다. 40일, 25경기 무홈런으로 애태우기도 했다.
외국인 타자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제라드 호잉(한화)은 장타율(.573→.464) 전년 대비 0.1 넘게 떨어졌다. 지난해 30홈런을 터뜨렸지만 올해는 15개로 예상 페이스는 22개 수준이다. 호잉도 “홈런성 타구들이 펜스 앞에서 많이 잡힌 탓에 나도 모르게 공을 최대한 강하게 치려고 했다. 홈런에 대한 생각을 버리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20홈런 이상 쳤던 LG 김현수(20개)와 채은성(25개)도 올해 3할대 타율이지만 홈런은 각각 9개, 6개에 그치고 있다. 김현수(.589→465) 채은성(.548→.513) 모두 장타율 감소가 뚜렷하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타자들이 공인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3년 연속 25홈런 이상 터뜨린 오재일(두산)도 올해 12개로 산술적으로 18홈런 페이스.

이외에도 9년 연속 규정타석 3할 타율을 치며 지난해 개인 최다 26홈런을 터뜨렸던 손아섭(롯데)도 2010년 이후 최저 타율(.287) 장타율(.380)로 고전하고 있다. 역시 26홈런을 터뜨린 최주환(두산)도 올해 부상 여파 속에 홈런 2개, 장타율(.582→.375)도 폭락했다. 2015~2018년 4년간 82홈런으로 연평균 20개를 넘긴 박경수(KT)도 올해 홈런 7개에 그치며 지난 4년에 비해 장타율(.480→.354)이 크게 하락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