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과정⋅공감’ 공필성표 체질 개선, 이상향의 롯데를 꿈꾼다 [오!쎈 현장]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9.08.05 05: 21

분명 달라지고 있다. 공필성 대행 체제에서 롯데는 쉽게 맞이해 보지 못한 이상향의 팀을 만들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고 있다.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이 고개를 젓고 있지만, 그 길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듯 하다. 
롯데는 후반기 4연패로 출발했지만, 지난 4일 사직 두산전에서 완승을 거두며 4연승을 달렸다. 탈꼴찌에 성공했다. 경기력 면은 물론 선수단 분위기도 전반기 막판 축 처졌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탈꼴찌에 성공했을 뿐이고 가을야구라는 궁극적인 목표는 사실상 멀어졌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롯데는 시나브로 달라지고 있다. 감독과 단장 동반 사퇴 이후 나락으로 떨어질 것만 했던 롯데에 조금씩 희망의 빛이 보이고 있다. 공필성 대행은 자신이 꿈꾸는 이상향의 롯데를 만들어가기 위해 차근차근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지난 3일 사직 두산전을 앞두고 롯데 공필성 감독대행은 상대 좌완 선발 유희관을 맞이해 좌타자인 채태인을 라인업에서 뺄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 대행은 채태인의 ‘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 한 마디에 그를 다시 라인업에 넣었다. “하려고 하는 선수를 막으면 안된다”는 말과 함께. 채태인은 멀티 히트로 화답, 베테랑을 향해 주문했던 ‘결과를 보여달라’는 말을 실천에 옮겼다. 이튿날인 4일에는 두 차례 몸을 던지는 투혼의 호수비를 선보이며 승리를 이끌었다. 공필성 대행 체제에서 달라지고 있는 롯데를 보여준 하나의 예다. 
공필성 대행은 베테랑들의 힘을 간과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최소한의 기회는 부여하고자 했다. 대신 그들에게는 결과를 바란다. “본인들도 하려고 하는 갈망이 있다. 하지만 배제되다보니 동기부여를 주는 것이다. 단,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공 대행은 말한다. 일단 고참들과 스킨십을 통해 공감을 형성했고 동기부여를 갖추게 만들었다. 채태인과 문규현 등 전반기 동안 소외됐던 베테랑들은 다시 얻은 기회인만큼 마지막 각오를 불태우며 응답하고 있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그렇다고 과정에 대한 부분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어쩌면 결과보다 과정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베테랑들이 아닌 선수단 전체에 해당하는 광범위한 요구사항이다. 공 대행은 부임 직후 “당장의 1승보다는 강팀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대행으로서 순위는 상관 없다. 팀이 어떻게 강해질 수 있는지 고민하고 짜임새 있는 팀을 만드는 것이 내 임무”라는 말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3년 간, 리그 최강팀인 두산 베어스에서 코치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벤치마킹’하려는 모습이 엿보인다. 자율성과 책임감이 토대다. 책임감 없는 자율은 방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선수단이 느끼게끔 하려는 의지다. 탈꼴찌와 연승이라는 가시적 성과에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이 공 대행의 생각. 그는 “아직은 오합지졸이라는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직 멀었다. 후반기 짜임새가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강팀이 되기에는 보완해야 할 점들이 많다”고 냉철하게 지적했다.
이 모든 것은 선수단과의 소통이 토대다. 올해 스프링캠프부터 공 대행은 그 누구보다 선수단과 스킨십에 적극적인 코칭스태프 중 한 명이었다. 세대 차이가 나는 신진급 젊은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 편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신인 내야수 고승민과 2년차 한동희 등이 공필성 대행과 함께 시간을 자주 보냈다. 포옹도 하고 ‘손 하트’도 먼저 날리며 긴장을 풀어줬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난 4일, 경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는 중 투수 박진형이 지나가자 농담을 건네며 박진형을 웃게 했고, 인사를 하고 떠나려는 박진형에게 ‘손 하트’를 날렸다. 박진형도 이에 ‘손 하트’로 화답했다. 
공 대행이 부임하고 난 뒤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조건 선수단 전체를 소집해 미팅을 연다. 일시적이라고 하지만 이 과정 역시 선수단과 스킨십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공 대행은 그날의 경기들을 복기하고, 선수들 개개인에게는 고마움을 전하기도, 미안함을 표현하기도 한다. 선수단은 공 대행의 이런 모습에 조금 더 책임감과 집중력을 느끼며 경기에 임하고 있다. 
투수 장시환은 “경기 중에 선수단 모두가 지고 있어도 뭔가 하나라도 얻고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고 있어도 따라갈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포수 안중열은 “감독 대행님께서 먼저 나서서 ‘연승이든 연패든 우리 할 것만 하자, 당당하게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용기를 북돋워주신다. 그리고 포수들에게도 ‘실수했다고 고개 숙이지 말고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말씀을 해주신다”고 현재 분위기를 전했다.
공필성 대행은 고향에서, 그리고 친정팀인 롯데에서 그동안 선보이지 못했던 구단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의지가 곳곳에 엿보인다. 시즌이 끝나고는 대행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체질개선이라는 목표 하나만을 갖고 난파선에 가까운 배의 선장 자리를 기꺼이 맡았다. 이제 8경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덕아웃에는 다시 활기와 웃음이 돌기 시작했다. 경기력에도 당연히 영향을 주는 요소다. 공필성 대행은 자신의 목표했던 ‘이상향의 롯데’를 만들어가기 위해 차근차근 초석을 다져가고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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