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를 앞둔 독립군의 마음이다.”
영화 ‘봉오동 전투’(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빅스톤픽쳐스・더블유픽처스・쇼박스)의 개봉을 앞둔 원신연 감독의 말이다. 원신연 감독은 5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개봉이 코 앞이니)떨리고 무섭고 상대적으로 의지가 불 타오른다”며 “마치 독립군이 일본군을 유인하는 심정 같다.(웃음) 또 다른 독립군이 된 기분”이라고 밝혔다.
오는 7일 개봉하는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대한 독립군들의 전투를 그린 액션 드라마 영화이다.

‘엑시트’(감독 이상근, 제공배급 CJ, 제작 외유내강), ‘사자’(감독 김주환, 제공배급 롯데, 제작 키이스트)와 함께 올 여름을 장식할 ‘텐트폴 영화’로서 개봉 전부터 예비 관객들의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일제강점기 시대를 배경으로 독립군이 일본군을 만주 봉오동 골짜기로 이끄는 과정이 긴장감을 유발하면서도 묵직하게 가슴을 울린다.
‘봉오동 전투’의 원제는 ‘전투’. 제목을 바꾼 것에 대해 원 감독은 “‘전투’가 갖고 있는 어감이 전투 영화로 비춰지는 부분이 없지 않은 느낌이었다. 봉오동이라는 지역명이 들어감으로써 전투가 아닌 지역과 시대가 묻어 났으면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다”라며 “블라인드 시사를 통해서 설문조사를 했을 때 ‘봉오동 전투’가 가장 영화를 정확히 설명한다는 말이 많아서 봉오동 전투라는 제목을 쓰게 됐다”고 전했다.

‘봉오동 전투’에서 독립군은 봉오동의 험준한 지형을 무기 삼아 군사력이 우세한 일본군에 맞선다. 오로지 조국을 되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필사의 유인작전을 펼친 건데 총탄이 빗발치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상황에서 그들을 죽음의 골짜기로 유인하기 위해 질주하는 사투는 99년 전 긴장감 넘쳤던 전투의 순간을 고스란히 담았다.
“지금까지의 영화들 중에 안중근 의사 같은 위인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가 많지 않았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의병, 독립군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그래서 자료 조사를 하면서도 남아 있는 자료들이 없더라. (잘 알려진)청산리 전투도 마찬가지로 자료가 많지 않다. 저는 자료가 많이 남아있지 않은, 아직까지 이야기가 되지 않은 무명의 독립군들을 영화화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신연 감독과 제작진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 사료를 복원하는 데 힘 썼다. “기록이 없는 걸 (영화에)만든 건 없다. 당시 상황을 반영해 역사적 근거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조합했다. 웬만한 자료는 모두 다 찾아서 고증을 하려고 했다"며 “어떤 분이 ‘고증 오류다. 독립군은 기관총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계신다. 역사적인 자료를 깊숙이 찾아보면 당시 기관총이 있었다는 자료가 많다. 아시아 역사자료센터에 밀정이 일본군에게 보고한 자료를 보면 ‘독립군이 기관총을 갖고 있으니 주의를 해야 한다’는 문서가 있다”고 상상력을 가미하지 않았다고 했다.
독립군들의 의상과 헤어스타일에 대해서도 “(독립군, 일본군의)의상 같은 경우도 지금까지 남아 있는 자료가 없다. 흑백사진이다 보니, 당시 일본군이 어떤 색깔의 옷을 입고 있었는지 모른다”면서 “저희가 남아 있는 역사적 자료를 통해 고증을 했지만, 역사 ‘덕후’들에게 도움을 받아 고증을 하기도 했다. 파트별 덕후들에게 (당대 헤어 및 의상 등을)물었다. 일본군이 당시 입은 옷의 색깔까지 디테일하게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일본 기업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예상치 못하게 한일 관계가 악화됐고 이달 들어선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조치까지 결정해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하지만 ‘봉오동 전투’는 이 같은 현실과 관계없이 지금으로부터 5~6년 전에 기획된 프로젝트로, 지난해 여름 촬영을 시작해 올 1월에 촬영을 마쳤다.
이에 원 감독은 “(영화가)반일감정을 의도한 게 아니기 때문에 제 입장을 얘기하기 조심스럽다. 기획한 기간이 상당히 길었고 촬영도 작년에 시작해서 올 초 끝나 후반작업 후 선보이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기에 개봉하는 건)의도한 게 아니다”라며 “다만 (이 영화가)관객들과 만나는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마음은 있다. 좀 더 빨리 많은 관객들을 만났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제가 전지전능하진 않아서 ‘봉오동 전투’ 개봉 이후 국민들의 감정이 어떻게 변화될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독립군이 왜 싸웠는지, 무엇을 걸고 싸웠는지 진정성을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설명했다.
원신연 감독이 영화에 중점을 둔 부분 중 하나는 일제강점기의 시대정신.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캐릭터들의 사연이 있다. 해철, 장하, 병구 등 각 캐릭터들의 사연이 기구하고 아프다”며 “그들에게 내면의 깊은 생채기가 있지만 영화는 (개인)사연에 집중하진 않는다. 거기 나온 소년병이 외치는 말처럼 대의를 위해 달려간다. 그 시대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시대정신을 갖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원 감독은 “봉오동 전투’는 대의를 위해 나가는 인물들의 투지, 열망이라는 생각을 기획 단계부터 했다. 감독으로서 그런 부분을 가감없이, 절제하지 말고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표현해보자는 마음이었다”라며 “소재가 소재인 만큼, 피로 글을 쓰는 의지를 보여주고, 우리가 누구인지 알리는 목적을 호전적인 행동으로 표현됐다”고 독립군들이 일본군을 골짜기로 유인한 과정에 대해 전했다.

황해철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유해진에 대해서는 “유해진 배우가 있어서 고마웠다. 감독으로서 현장에서 힘들 때가 있는데 그가 내려놓게 해줬다. 일단 재미있으셔서 분위기를 즐겁게 이끌어가줬다. 황해철이 독립군을 이끌듯, 유해진 배우가 현장을 이끌어주셨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유해진 배우의 장점 때문에 제가 짊어져야 할 마음의 무게가 줄었다. 유해진이라는 배우가 황해철을 맡아줘서 고맙다.(웃음) 이 작품을 선택해준 것도 고마웠다. 독립군처럼 생긴 것까지 고마웠다(웃음)”고 말했다.
‘봉오동 전투’는 실제 봉오동의 지형을 재현하기 위해 무려 15개월을 투자했다. 봉오동 골짜기의 험난한 지형, 기후 조건을 이용한 전투였다는 역사에 기반, 시시각각 다가오는 위험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에 원 감독은 “실제 봉오동의 지형과 유사한 곳을 찾기 위해 로케이션에만 15개월이 걸렸다. 봉오동에서 찍고 싶어서 실제 장소를 알아보기도 했지만 방문 자체가 어려웠고 시기도 힘들어 촬영이 불가했다”고 전했다.
그는 “저로선 정말 그 장소에 가서 찍고 싶었다. 실제 장소를(봉오동을) 보여주는 게 감독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두만강에 가서 촬영을 하자는 얘기까지 나왔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장소 헌팅을 하기로 결정했는데, 보통의 영화라면 두 달 정도면 끝났겠지만 ‘봉오동 전투’는 15개월이나 걸렸다”고 밝혔다.
끝으로 원신연 감독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8월 7일 개봉./ watc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