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벤투스는 소송에 일일이 겁을 먹는 저자세가 아니다. 호날두도 유벤투스도 유럽 제패라는 큰 목표를 앞에 두고 과거를 돌아볼 틈은 없다."
한 일본 매체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노쇼와 유벤투스의 오만함으로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유벤투스 친선전 문제에 비아냥 댔다.
6일 일본 스포츠 매체 '넘버'는 '세리에A 현지 리포트'라는 칼럼에서 "호날두와 유벤투스가 손해 배상 소송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냉담하다면서 극동아시아에서 벌어진 논란이 완전 거짓말처럼, 기자들 사이에서 가벼운 화제로도 오르지 않고 있다. 전혀 문제를 삼고 있지 않다"고 이탈리아 현지 분위기라며 전했다.

호날두는 지난달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유벤투스와 ‘하나원큐 팀 K리그’ 올스타팀과 친선경기에 결장했다. 그는 45분 이상 출전한다는 계약서 조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6만3000여명의 관중들을 실망시켰다. 그러자 일부 변호사들이 주최사인 더페스타와 유벤투스, 호날두를 사기 혐의로 서울청사이버 수사대에 고발했다. 더페스타에 대한 민사소동도 제기된 상태. K리그는 세리에A와 유벤투스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이 칼럼을 쓴 유게 다카시는 유벤투스 관계자에게 한국 변호사 사무소가 4개국어로 호날두와 유벤투스를 규탄하는 동영상을 보여줬더니 정말 어이가 없어했다고 전했다. 실제 법무법인 '오킴스'는 지난 1일 'This is a message to Ronaldo and Juventus officials(유벤투스&호날두에게 보내는 한국변호사들의 메시지)'란 제목의 유튜브를 공개했다. 이 영상은 오킴스 소속 변호사들이 4개국어(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어)로 한국을 기만한 호날두와 유벤투스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칼럼은 호날두 논란이 발생한지 일주일이 훌쩍 넘은 현재 세리에A 개막을 앞두고 있는 호날두와 유벤투스에게 아시아 투어는 이제 완전히 과거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신문들이 한국에서 터져나온 항의와 사죄를 요구하는 호날두 노쇼 논란을 알리는 움직임은 전무하며 이적시장과 관련한 소식이 도배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친선전 주최사가 해명에 나서고 K리그 회장이 유벤투스에 항의서한을 보내고 경찰이 사기혐의 고소장을 받았지만 이탈리아 매체는 한줄도 쓰지 않았다고. 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탈리아에서는 한국에서 일어난 소동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있고 보도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칼럼은 "그나마 지면 제한이 없는 인터넷에서는 어느 정도 이 논란을 취급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 기사에 나온 의견에는 공통적으로 17년 전 여름 이후 '한국'이란 단어를 듣고 한일월드컵(일본 기자는 '일한월드컵'이라고 썼다)을 떠올리지 않는 이탈리아인은 없다. 불합리하고 터무니 없는 굴욕적인 패배의 기억은 '주심 모레노', '오심'이라는 저주의 말과 함께 지금도 결코 가시지 않는 오래된 상처로 남아 있다. 당시 아쉬움과 분함을 잊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유벤투스전에서 득점포를 가동한 호주 출신 타가트(수원 삼성)가 "유벤투스보다 K리그에서 경기하는 것이 솔직히 더 힘들다. 여기서는 공을 잡으면 바로 3명이 둘러싼다"고 인터뷰한 내용에 대해서는 "이 더운 때 테스트 매치에서 유벤투스가 심각하게 달려들리가 없지 않은가", "이 사람은 누구야? 한국에서 뛰고 있다는 것만으로 레벨을 알 수 있다" 등 이탈리아 팬들의 반응이라며 실었다.
토리노 유력지 '라 스탐파' 소속 기자가 "이번 논란을 알고 있지만 이탈리아 매체에게는 그다지 뉴스 가치가 없다"고 냉정하게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기자는 "친선경기를 둘러싸고 사과하라느니 위약금이니 하는 것은 전대미문의 일이다. 일단 상황은 지켜보고 있지만 손해배상 청구라든지 관중들의 분노에서 벗어나기 위한 주최사와 K리그의 위장이라고 보고 있다. 주최사가 '나쁜 호날두와 유벤투스', '우리도 피해자'라고 하는 것으로 관중들의 분노가 가라앉길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칼럼은 '호날두 45분 출전 의무'라는 계약 조항에 대해 계약체결 당사자 이외는 아무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계약 내용을 외부에 누설하는 것은 금기이기 때문에 주최자가 계약내용을 표면화 한 것 자체가 비즈니스 매너 위반이기 때문에 유벤투스에 유리하다는 해석도 더했다.
마지막으로 칼럼은 "싱가포르, 난징, 상하이, 서울에서 유벤투스의 아시아투어는 대성공이었다. 총 16만 7000명의 관중을 모았다. 적어도 유벤투스는 호날두라는 중요한 간판 상품을 보호하면서 아시아 시장에서 호감도를 상승시켜 높은 수익을 올린다는 당초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면서 "유벤투스는 진정한 프로집단이다. 법무부와 법률 고문은 세계적인 슈퍼 엘리트로 갖춰져 있다. 그들은 소송 정도에 일일이 겁에 질리는 저자세가 아니다. 호날두도 유벤투스도 유럽 제패라는 큰 소망을 앞에 두고 과거를 돌아볼 틈은 없다"고 마무리 됐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