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졌던 롯데의 ‘박트리오’, 3년 만에 사상 첫 승리 합작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9.08.10 08: 00

지난 2016년 유망주 기근에 시달리던 롯데는 3명의 투수 유망주 발굴에 환호했다. 선발진에 박세웅, 스윙맨 역할을 하던 박진형, 그리고 공동경비구역(JSA)에서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불펜진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자신의 보직을 스스로 승격시켰던 박시영이 그 주인공이었다. 성이 박씨라는 공통점이 있었기에 이들에게는 ‘박트리오’라는 명칭이 붙었다.
하지만 향후 롯데 투수진의 희망을 노래하게 했던 박트리오가 동시에 주축으로 자리 잡는 것은 쉽지 않았다. 2017년의 경우 박세웅이 선발진의 ’소년 가장’ 역할을 했다. 12승6패 평균자책점 3.68의 성적으로 토종 에이스의 면모를 과시했다. 박진형은 이 해 선발진에서 활약하다가 부침을 거듭하다가 후반기 필승조의 일원으로 자리 잡았다.4승4패 2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5.11의 기록을 남겼다. 특히 후반기 31경기 3승1패 10홀드 2세이브의 성적을 기록하며 확실한 필승조로 거듭났다. 박세웅과 박진형은 포스트시즌 진출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박시영은 이 해 초반 필승조로 보직을 받았지만 난조를 보이며 47경기 2승3패 5홀드 평균자책점 6.47의 성적을 남기는데 그쳤다.
2018년은 모두에게 쉽지 않았다. 박세웅은 팔꿈치 통증으로 초반 시작을 함께하지 못했고 1군에 복귀해서도 이전 시즌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시즌이 끝나고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박진형은 처음으로 필승조라는 보직을 부여 받고 시즌을 시작했지만, 이전 시즌 무리한 여파가 드러나며 어깨 부상으로 재활에 매진해야 했다. 이 해 4월이 마지막 등판이었다. 박시영도 21경기 평균자책점 8.54로 투수진의 핵심에서 멀어졌다. 

[사진] 박세웅-박진형-박시영 '박트리오'/OSEN DB

2016년 이후 ’박트리오’가 동시에 뭉쳐 활약을 펼친 시즌은 거의 없었고, ‘박트리오’라는 명칭은 점차 잊혀져 갔다.
하지만 이들은 올 시즌 1군에 모처럼 재결합 해 확실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박세웅은 팔꿈치 부상, 박진형이 어깨 부상을 딛고 돌아왔다. 박시영은 자신의 진가를 본격적으로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9일 대구 삼성전에서 ‘박트리오’에게 기념비 적인 경기를 만들었다. 이들이 모두 등판해 팀 승리를 합작했다. 모두 지난 2016년 이후 기대했던 그 모습을 보여줬다. 
선발 등판한 박세웅은 5이닝 88구 1피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쳤다. 그 사이 타선이 6점을 뽑아내며 박세웅에게 승리 요건을 안겼다.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박진형은 실책을 범하면서 무너지는 듯 했지만 2이닝 동안 2피안타 2탈삼진 2실점(1자책점)을 기록하고 위기를 최소 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실점을 했지만 홀로 2이닝을 책임졌다. 6-3으로 점수차가 좁혀진 8회말에는 박시영이 올라와 1이닝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박세웅은 승리 투수가 됐고, 박시영은 홀드를 기록했다. 박진형은 아무런 기록을 남기지 않았지만 2이닝을 홀로 책임졌다는 것 자체가 승리에 기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의 등판이 기념비적인 이유는 ‘박트리오’가 모두 등판해 승리를 거둔 경기 자체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2016년 박세웅은 선발이었고, 박진형이 선발과 불펜을 오갔고, 박시영은 필승조의 일원은 아니었다. 2017년의 경우 역시 박세웅은 선발 자리를 지켰지만 박진형이 선발과 불펜을 오갔고, 박시영은 제 자리를 찾지 못했다. 2018년이 기회였지만 박세웅, 박진형, 박시영 모두 부상과 부진으로 허덕였다. 그동안 동반 등판 자체가 없었다. 
‘박트리오’의 사상 첫 동반 등판은 지난 6월 25일 사직 KT전 이뤄졌다. 하지만 모두가 웃지 못했다. 선발 박세웅이 3⅔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고, 박시영이 1이닝 무실점 홀드를 기록했지만 9회 올라온 박진형이 7-5 리드를 지키지 못하며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경기는 8-8 무승부로 끝났다. 
3년 만에 ‘박트리오’가 다시 뭉쳤다. 모두가 건강하게 1군에 포진하고 있고, 모두 자신의 몫을 해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9위로 뒤처진 가운데서도 롯데가 여전히 희망을 찾을 수 있고 웃을 수 있는 이유는 건강함과 건재함을 동시에 과시하고 있는 ‘박트리오’의 재결합 때문일지도 모른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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