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찢남’(국사책을 찢고 나온 남자) 류준열(34)은 대한독립군 그 자체였다. 그의 두 눈 안에는 열정 넘치는 정의감이 반짝거린다. 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 제작 빅스톤픽처스・더블유픽처스・쇼박스)의 이장하(류준열 분)는 계곡과 능선을 넘나들며 바짝 약이 오른 일본군을 봉오동 골짜기로 이끈 ‘세상에서 제일 빠른’ 군인이다.
‘봉오동 전투’는 독립군이 일본군을 상대로 첫 승리를 거둔 1920년 6월, 만주 봉오동에서 쟁취한 승리의 기억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역사가 스포일러인 영화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이미 봉오동 전투의 승리를 알고 있다. 하지만 영화가 재현한 플롯을 따라가다 보면, 끝내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항일대도를 휘두르는 비범한 칼솜씨의 황해철(유해진 분), 해철의 오른팔이자 마적 출신 저격수 마병구(조우진 분)와 힘을 합친 이장하는 빗발치는 총탄과 포위망을 뚫고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월강추격대를 유인한다.

류준열은 “제가 달리기 빼면 시체일 정도로 달리는 신(scene)이 어렵진 않았다. 다만 산이다 보니 속도가 빠르진 않았다”며 “유해진 선배님과 같이 달릴 때 속도가 느린 게 티가 많이 났는데, 선배님은 정말 산을 잘 타신다. 산신령 같은 분이다.(웃음). 보통 후배들이 선배들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해 기다리기 마련인데 제가 더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뒤처지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데뷔작 영화 ‘소셜포비아’(감독 홍석재, 2015)부터 범죄 드라마 ‘돈’(감독 박누리)의 증권사 브로커 조일현까지,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면서 매번 현실감까지 잃지 않는 류준열은 전쟁 영화 ‘봉오동 전투’가 가진 결정적 승부수이다.

폭염이 계속되던 가운데 서울에 많은 비가 내려 무더위를 다소 식혀준 날 아침, 류준열을 만났다. 그는 오랜만에 본 기자들에게 장난을 칠 만큼 서글서글한 성격을 자랑하며 ‘봉오동 전투’에 출연을 결정하게 된 계기부터 촬영 과정까지 상세히 털어놨다. 그의 천진난만한 개그에 여러 번 웃음이 터졌다.
류준열은 “출연 계기는 영화가 가진 이야기의 힘이다. 기본적으로 영화가 주는 메시지와 주제가 마음에 와 닿았다”며 “그 이외에도 원신연 감독님의 전작들을 너무 재미있게 봤다. 제가 데뷔하기 전인데, 감독님의 첫 작품부터 최근 작품까지 다 극장에서 봤다”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전했다.
그러면서 류준열은 “원신연 감독님이 정말 사람이 좋다. 촬영 전 주변에서 이런 말을 많이 들었고 실제로 느껴보니 참 좋더라”며 “힘든 작품에서는 감독님의 리더십이 좋아야 배우들과 스태프가 고생하지 않고 촬영을 잘 마칠 수 있다. 저희가 감독님에게 많은 부분을 의지하며 끝까지 갈 수 있었다”고 원신연 감독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원신연 감독과 제작진이 세심하게 챙겨준 덕분에 류준열은 처음 도전한 와이어 액션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6개월 동안 케어를 잘 받아서 부상 없이 촬영을 잘 마쳤다”며 “보호 장비라고 말할 순 없지만 발목을 압박 붕대로 고정해서 어떤 날에는 피가 잘 안 통하기도 했다.(웃음) 그래서 식사를 할 때는 잠시 풀어놓았다가 촬영할 땐 다시 묶었다. 발목 보호대는 사실 조금 불편했다”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봉오동 전투’는 2018년 8월 16일 첫 촬영을 시작해 이듬해 1월 18일 크랭크업 했다.(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watc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