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피어 투수진 재건' 롯데가 아로요를 10년 만에 다시 부른 이유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9.08.26 05: 59

10여 년 전 롯데와 리그 판도를 뒤흔들었던 모토인 ‘노피어’. 이젠 롯데 팬들에게서조차 아련한 단어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모토를 다시금 롯데에 불어넣으려고 한다. 다만 대상은 타선이 아닌 투수진이다. 
롯데는 지난 25일 페르난도 아로요 전 코치를 투수 육성 총괄 인스트럭터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9-2009시즌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보좌하면서 투수 코치직을 맡은 바 있다. 롯데를 떠난 뒤에는 투구폼 교정에 도움이 되는 투구 연습 장비 개발에 참여했고, 최근에는 메이저리그와 미국야구연맹에서 주관하는 ‘PLAY BALL’ 시스템에서 피칭 코치 겸 스로잉 인스트럭터로 활동한 바 있다. 
시즌이 종착역으로 향해가는 시점의 갑작스러운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롯데는 “시즌 중반부터 인스트럭터 선임을 고려하고 있었다. 합류가 늦어졌을 뿐이다”고 말하며 갑작스러운 영입은 아니라고 했다. 시기적으로는 윤성빈의 일본 지바 롯데 연수를 보냈던 5월부터 인스트럭터의 합류를 고려했다고. 투수진 육성과 강화를 위한 방안을 동시다발적으로 고민했던 것.

[사진] 롯데 페르난도 아로요 인스트럭터/OSEN DB

여기에 최근 롯데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로이스터 사단의 일원이었던 아로요 전 코치를 인스트럭터로 다시 불러들인 것도 이슈다. 이 역시 롯데는 “아로요 전 코치를 처음부터 인스트럭터로 염두에 뒀던 것은 아니다”면서 “여러 후보들을 두고 고심을 했고, 최근까지도 현장에서 활동했던 부분까지도 고려했다”며 아로요 인스트럭터 선임의 배경을 설명했다. 
과거 롯데와의 인연이 있었고, 그 인연이 좋은 기억들이다. 아로요 인스트럭터가 코치로 있던 시절 롯데는 활화산 같은 타선을 바탕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아로요 당시 투수코치가 이끌었던 투수진도 중흥기의 원동력이었다. 아로요 인스트럭터가 코치를 맡았던 2년 동안 롯데 투수진의 평균자책점은 4.21로 같은 기간 리그 3위에 해당했다. 
특히 얻어맞더라도 공격적인 투구를 끊임없이 주문하면서 투수진의 자신감과 잠재력을 모두 끌어냈다. 안타를 맞을지언정 볼넷은 ‘죄악’이라는 지도 방침이었다. 기록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 아로요 코치 재임 당시 롯데 투수진의 9이닝 당 볼넷은 3.53개로 리그 2위에 해당하는 수치에 불과했다. 자연스럽게 투구 수도 적었다. 당시 이닝 당 투구수는 15.8개로 리그에서 유일하게 15개 대의 이닝 당 투구수를 기록했다. 타석 당 투구 수도 3.64개로 리그 최소였다.  타선뿐만 아니라 투수진도 두려움 없는 ‘노피어’를 추구했다. 로이스터 전 감독의 야구 컬러가 아로요 코치의 투수진에도 그대로 투영된 셈이다.
롯데는 올 시즌 9이닝 당 볼넷 3.98개로 이 부문 리그 최다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드러났던 고질적인 문제가 결국 시즌 끝까지 발목을 잡고 있다. 자연스럽게 이닝 당 투구 수도 많아졌다. 17.4개의 수치로 이 역시 리그 최다에 해당한다. 롯데 투수진은 공격적이지 않았다. 
투수진 육성과 재건이라는 목표를 큰 틀로 잡고 이를 아로요 인스트럭터가 개선시켜주길 바라는 의중이 읽힌다. 그리고 최종 지향점으로 아로요 인스트럭터가 과거 롯데 투수진에게 심어줬던 마음가짐을 현재의 투수진에게도 불어 넣기를 바라고 있다. ‘노피어 투수진’의 부활과 재건이 롯데가 바라는 궁극적인 목표일 터.
아로요 인스트럭터의 활동 무대는 1군과 퓨처스팀을 오갈 전망. 올 시즌 한정 단기 인스트럭터가 아닌 장기적으로 내년 시즌까지도 아로요 인스트럭터와 함께할 예정이다. 구단은 “내년 까지도 함께할 것이다”며 “투수 육성을 총괄하며, 선수 개개인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여 발전 방향에 따른 육성 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할 것이다”며 아로요 인스트럭터의 활동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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