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24, 하이트진로)이 완벽한 여제 대관식을 치렀다.
세계랭킹 1위에 올랐지만 ‘여제’라는 칭호까지는 좀더 시간이 필요해 보였던 고진영이 이제는 아무도 부인하지 않을 실력으로 여자 골프 세계 최고봉에 우뚝 섰다.
고진영은 한국시간 24일 새벽,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로라의 마그나 골프클럽(파72/6,675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P위민스오픈(총상금 225만 달러=약 27억 2,400만 원, 우승상금 33만 7,500달러=약 4억 800만 원) 최종라운드에서 2위와 5타차, ‘완벽한 우승’을 일궈냈다.

‘여제의 대관식’에는 고진영의 완벽한 무결점 플레이가 들러리를 섰다. 고진영은 4라운드 경기가 치러지는 동안 단 1개의 보기도 허용하지 않았다. 2015년 HSBC위민스월드챔피언십에서 박인비가 마지막으로 세우고 자취를 감췄던 72홀 노보기 우승이 4년여만에 한국 선수에 의해 재연됐다. 고진영은 최종일 경기에서도 버디만 8개를 잡아내며 26언더파 262타의 성적을 적어냈다.
캐나다에서 열리는 경기인지라, 이 대회만 오면 ‘국가 대표’가 되는 디펜딩 챔피언 브룩 헨더슨도 고진영의 완벽한 경기력 앞에서는 기를 펴지 못했다.
이날 경기에선 위기를 맞고 그 위기를 극복하는 장면이 드라마처럼 펼쳐져 더욱 극적이었다. 6, 8번홀에 가서야 버디를 잡아 한 박자 늦게 상승세를 시작한 고진영이 파5 9번홀에서 고비를 맞았다. 드라이버까지는 잘 나왔지만 2번째 페어웨이 우드샷이 크게 밀리더니 우측 숲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한 고진영은 벌타를 받고 4번째 샷에 온그린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어진 파 퍼팅. 공은 주저함도 없이 홀컵으로 쑥 빨려들어갔다.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고진영의 이후 행보는 파죽지세였다. 파4 10번홀 버디로 단독 선두로 나서더니 이후 5개의 버디를 더 잡고 나서야 무시무시한 행진을 멈췄다. 5타차 2위에 오른 덴마크의 니콜 브로호 라르센은 신들린 고진영의 버디쇼 앞에 어찌 손 써볼 도리가 없었다.
고진영의 올 시즌 4번째 우승컵이었다. LPGA 투어 개인 통산 6승째다. 2개의 메이저 대회, ANA인스퍼레이션(4월)과 에비앙 챔피언십(7월)에 이어 4승 고지에 오른 고진영은 각종 개인 타이틀 경쟁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고진영은 이미 세계랭킹 포인트, 올해의 선수, 상금, 평균타수, 다승, CME글로브랭킹 등 6개의 주요 개인 타이틀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CP위민스오픈 우승으로 고진영의 개인타이틀 전관왕의 꿈은 더욱 현실에 가까워졌다.
LPGA 투어 6개 타이틀 전관왕은 ‘여제’ 박인비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다.
이날 고진영은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LPGA 투어 24개 대회에서 12승을 일구는 위업을 쌓았다. 승률이 무려 50%나 된다.
CP위민스오픈 전년도 챔피언인 브룩 헨더슨은 최종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19언더파 공동 3위에 랭크 됐고, 박성현과 허미정이 11언더파 공동 20위로 대회를 마쳤다. /100c@osen.co.kr